한국 정부는 북한이 무수단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발사한 데 대해 대북 제재 국면에서 국제사회의 균열을 만들기 위한 시도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북한이 협상보다는 핵 무장을 완성하기 위해 제 갈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보였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15일 새벽 감행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대북 제재 국면에서 국제사회를 이간하기 위해 벌인 도발로 분석했습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15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3월에 미사일 실험을 지시했었다고 상기하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정준희 대변인 / 한국 통일부] “지금 대북 제재 국면에서 이렇게 굴하지 않고 계속 강하게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임으로써 국제사회의 의견 균열 그런 것들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이고 내부적으론 당 대회를 앞두고 김정은 치적 쌓기 그런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계속적인 도발을 통해 대화 필요성을 제기하는 일부의 목소리가 커지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에 앞서 김 제1위원장은 지난달 15일 핵 공격 능력의 믿음성을 보다 높이기 위해 핵탄두 폭발시험과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여러 종류의 탄도로켓 시험발사를 단행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한국의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선 김일성 주석 생일인 태양절을 기념한 축포의 성격도 있지만 그 보다는 4차 핵실험으로 강화된 북한 제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 갈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행동이라는 견해가 많습니다.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국제사회의 또 다른 대북 제재를 불러 올 수 있음을 알고 있는 북한이 다시 도발에 나섰다는 것 자체가 국제사회의 압박에 신경 쓰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행동이라는 해석입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방연구원 김진무 박사는 북한이 협상 재개를 염두에 둔 위협 행위라기 보다는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인 핵 능력 완성에 초점을 맞춘 행동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김진무 박사 / 한국 국방연구원] “모든 미사일을 발사하라는 김정은의 지시에 의해서, 다시 말하면 북한이 갖고 있는 모든 미사일이 핵을 탑재하고 실전배치에 들어간다 이것을 대외에 과시하고자 하는 게 목적입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도 북한의 이번 도발은 김 제1위원장의 지시대로 자신들의 핵 능력을 높이고 미국 등 적대국가들에 대한 위협을 높이는 차원에서 실시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일부에선 평화협정 체결 등 미국의 대북정책 전환을 노렸거나 협상을 염두에 두고 우위를 점하려는 계산이 더 크게 작용한 도발이라는 견해도 나왔습니다.
미국에 대해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군사력을 과시하면서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유도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겁니다.
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인 차두현 박사는 북한이 대북 제재 국면 속에서 장거리 미사일이 아닌 중거리 미사일로 도발한 것은 중국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일종의 ‘틈새 카드’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차두현 박사 / 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 “1차 제재 이행보고서가 나오는 6월까지는 중국이 똑같이 동참을 하다가 그 이후 만약 북한이 대화공세로 나올 땐 평화체제를 거론하면서 대화와 제재 병행을 이야기할 텐데 미사일을 또 쏘게 되면 중국이 할 말이 없게 돼요. 계속 제재를 하고 갈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런데 어쨌든 미국 등이 안 움직이니까 탄도미사일 능력을 시연을 해야 되잖아요. 그 틈새로 선택한 게 무수단이고….”
한편 북한은 현지시간으로 오는 2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파리 기후변화 협정 서명식에 리수용 외무상을 참석시키기로 해 이 자리에서 미 행정부 고위 관리들과 우회적인 대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미 국무부가 미 관리와 리 외무상 간 회동 가능성을 일축함에 따라 북한이 미국을 압박하려는 무력시위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