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탈북 종업원 가족들 서울로 보낼 것" 일방 통보

북한은 최근 중국에서 집단 탈북한 북한 식당 종업원들의 가족들을 서울로 보내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전형적인 선전전으로 보고 북한의 요구를 일축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조선적십자회는 22일 리충복 위원장 명의로 대한적십자사 김성주 총재에게 집단 탈북한 여종업원 가족들을 판문점을 통해 서울에 보내겠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냈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그러나 통지문을 어떤 방식으로 보냈는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통상 남북 간의 통지문은 직통전화를 이용한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주고 받아 왔지만 북한이 지난 2월 개성공단을 폐쇄하면서 남북 간의 모든 직통전화를 끊으면서 지금까지 연락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는 북한 측으로부터 통지문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판문점 연락관 채널이 끊겼기 때문에 북한이 `조선중앙통신' 보도 자체를 한국 측에 대한 통지로 간주하고 일방적으로 그런 표현을 쓴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조선적십자회 위원장은 통지문에서 한국 정부가 여종업원들을 유인납치했다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또 가족들이 이들과의 직접대면을 간절하게 요청해 서울로 보내기로 했다며 한국 측은 이들이 만날 수 있도록 필요한 실무적 조치를 즉각 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북한은 이에 앞서 21일에도 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대변인 성명을 내고 탈북 종업원들의 가족들이 직접대면을 간절히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탈북 종업원들과 중국의 북한 식당에서 함께 근무하다가 북한으로 돌아간 종업원 7 명은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지배인이 동료들을 속여 한국에 데려갔다고 증언했습니다.

북한이 이 사건에 대해 이처럼 끈질기게 대응하고 있는 데 대해 한국 정부 당국자는 전형적인 선전전이라며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 등을 계속 문제 삼자 이에 대한 맞불대응이라는 설명입니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남광규 교수는 북한에서 출신성분이나 경제적 형편 등 상류층에 속하는 해외 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탈북은 북한 주민들에게 큰 충격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북한 당국이 더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남광규 교수 /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 지도부에 준 충격이 상당히 큰 사건이기 때문에 일종의 물타기를 통해 체제 내부를 단속하고 또 내부적으로 선전하기 위한 그런 용도로 볼 수 있겠죠.”

강화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외화벌이가 더 어려워진 해외 북한 노동자들의 추가 탈북을 막고 한국 정부의 행동반경을 제약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광진 연구위원은 북한의 적십자회가 이 사건의 전면에 나선 것은 여론전의 효과를 높이려는 의도라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김광진 연구위원 /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다룬다는 의미에서 적십자가 나섰구요, 또 객관적으로 보기에 가장 중립적이라고 판단되는 그런 입장에서 적십자를 택했겠죠.”

전문가들은 북한이 다음달 초 7차 당 대회를 치를 예정이기 때문에 이번 사건의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감시와 통제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