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한국, 일본 정부의 인권 책임자들이 일제히 북한의 심각한 인권 유린에 대한 국제사회의 책임 추궁을 촉구했습니다. 미국의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는 미국 정부가 인권 유린에 가담한 북한 관리들을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국무부의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와 한국 외교부의 이정훈 인권대사, 일본의 가토 가쓰노부 납치문제 담당상이 이례적으로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이들은 2일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 (CSIS)가 주최한 북한인권 토론회에 참석해 북한의 인권 유린에 대한 책임 추궁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북한 내 반인도적 범죄를 규명한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COI) 보고서가 발표된 지 2년이 지났지만 북한 내 인권 개선이 없고 책임자 규명과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데 대한 문제를 지적한 겁니다.
킹 특사는 미국 정부가 인권 유린에 가담한 북한 관리들을 찾아내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로버트 킹 특사] “We are looking at the issue of how we might identify individuals in ways that meet our legislative requirements to…”
미국은 입법상 필요조건을 충족하는 방법으로 (북한의) 개인들을 식별해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란 설명입니다.
킹 특사는 이날 제기된 일본인 납치 문제 뿐아니라 전반적인 인권 유린에 가담한 개인들에 대해 조사 중이라며, 대상은 광범위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바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지난 3월 새 행정명령을 통해 인권 침해에 책임이 있는 북한 당국자들에게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미 국무부는 이를 토대로 책임자 추궁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발표 시점은 분명치 않은 상황입니다.
한국 외교부의 이정훈 인권대사는 이제 북한인권 문제가 얼마나 끔찍한지 논쟁하는 것은 끝났다며 실질적인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이정훈 대사] “The debate over how terrible things are in North Korea is over. It’s now time of enforcement…”
이 대사는 이날 행사 후 기자들에게 책임 추궁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녹취: 이정훈 대사] “인권 침해가 있느냐 없느냐 이런 논쟁은 이제 끝났다. 아니까. 그럼 이제 국제사회가 무엇을 할 것이냐. 우리가 고민을 해야 하는 이유는 유엔의 COI 보고서가 반인도 범죄가 (북한에) 벌어지고 있다고 했는데, 반인도 범죄는 국제법상 4대 최악의 범죄 중 하나잖아요. 제노사이드 (대량학살), 전쟁 범죄 등. 아직 2년 동안 특별한 개선이 없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우리가 책임 추궁을 해야 한다는 거죠.”
이 대사는 인권 유린 책임자들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국제형사재판소 (ICC)에 회부하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로 힘든 만큼 ICC 가입국 정부가 북한 책임자들을 제소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제형소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 당사국 가운데 폴란드처럼 북한이 해외벌이 노동자를 송출한 나라들이 있는 만큼, 이 나라들이 노동착취와 인권 침해의 책임을 ICC에 물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 대사와 킹 특사는 또 중국에 대한 압박 가운데 하나로 탈북민을 난민으로 인정하도록 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함께 미-한-일 세 나라가 법치와 민주주의, 인권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로 책임을 갖고 북한의 인권 개선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납치문제 담당상은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가 핵.미사일 문제 만큼 심각한 사안이라며, 이 문제 해결 없이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가토 담당상] “The abduction issue as a serious issue of concern between Japan and North Korea is as important as nuclear and missile issues…”
가토 담당상은 납치 문제 등 여러 핵심 사안들에 대해 북한 정권이 구체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으면 일본의 대북 인도적 지원이나 제재 해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납치와 핵, 미사일 문제를 풀지 않으면 북한의 미래를 그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북한 정권이 깨달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는 탈북 난민 대학생 그레이스 조 씨와 일본인 납북자가족협회 관계자가 참석해 탈북민들의 열악한 현실과 납북자 가족들의 아픔에 대해 증언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