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유엔 안보리의 언론 성명 채택이 이례적으로 지연되고 있습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미국과 한국의 군사활동을 문제삼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자칫 성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함지하 기자입니다.
지난달 28일 북한의 중거리 무수단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언론 성명이 4일 현재까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안보리는 발사 당일 비공식 협의를 통해 언론 성명을 채택하기로 합의했지만, 엿새가 지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는 겁니다.
언론 성명 채택에 일주일에 가까운 시간이 소요되는 건 과거의 사례를 볼 때 극히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됩니다.
실제로 올해 북한의 도발을 규탄하는 성명은 총 5번 나왔는데, 모두 핵 실험 실시와 미사일 발사 직후 나왔습니다.
지난 1월6일 북한의 4차 핵실험과 그 다음달에 있었던 장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에 대응하는 언론 성명 역시 당일 발표됐습니다. 또한 3월18일을 비롯해 지난달 15일과 24일의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때도 주말이나 밤 늦은 시각을 가리지 않고 곧바로 성명이 일반에 공개됐습니다.
언론 성명은 제재 결의나, 의장 성명보다 수위가 낮아 안보리 이사국들이 큰 반대 없이 쉽게 동의해 왔다는 게 외교가의 설명입니다.
현재까지 언론 성명 채택이 늦어지는 이유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러시아는 현재 미국과 한국의 군사 활동을 축소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을 성명서에 포함시키길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실제로 비탈리 추르킨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2일 “한반도 내 군사활동 축소를 관련 당사국들에 요구하는 것이 극도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러시아의 ‘타스통신’에 말했으며, 3일 로이터 통신에도 언론 성명 초안에 미국이 달갑지 않게 받아들일 내용이 삽입됐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과 러시아가 언론 성명에 ‘미-한 군사 활동 축소’와 관련한 문구 포함 여부를 놓고 의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만약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언론 성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 역시 4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5번의 언론 성명이 나올 때 러시아가 이런 주장을 한 적이 없었다”면서 현 상황이 이례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지금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중국”이었던 점을 강조하면서, 러시아가 앞으로 유엔 안보리 내 북한 문제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현재 한국 정부는 미국과 조율을 하면서 언론 성명이 조속히 채택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OA’는 언론 성명 논의와 관련해 유엔 주재 러시아 대표부와 안보리의 5월 의장국인 이집트 대표부에 문의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