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제7차 당대회 중앙위원회 ‘사업총화 보고’와 ‘결정서’에서 ‘핵 보유국’임을 주장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 같은 주장을 통해 핵 보유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한편 어떤 경우에도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평가했 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8일 진행된 7차 당대회 3일째 회의에서 채택된 결정서에서 핵 기술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핵무기의 소형화, 다종화를 실현하고 핵 무력을 강화해 북한을 동북아시아 지역의 핵 대국으로 만들자고 강조했습니다.
결정서는 또 미국에 의한 핵전쟁 위험을 북한의 핵 억제력으로 종식시키고 세계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미국은 핵 강국 반열에 들어선 북한의 전략적 지위와 대세의 흐름을 똑바로 봐야 한다며 북한 적대시정책 철회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꿀 것 등을 요구했습니다.
결정서는 이어 북한이 핵 강국의 지위에 당당히 올라선 만큼 그에 맞게 대외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며 세계 여러 나라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정상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이와 함께 책임 있는 핵 보유국으로서 침략적인 적대 세력이 핵으로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먼저 핵 무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핵 전파방지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세계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내용도 덧붙였습니다.
북한은 지난 8일 당 중앙위원회 사업총화에 대한 결론에서도 핵-경제 병진 노선 등 핵 무장을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부는 북한의 핵개발 의지에 전혀 변함이 없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핵개발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입으로 강력하게 표명한 것으로, 전세계가 비핵화하기 전까지는 북한의 비핵화도 없다는 의미라는 지적입니다.
외교부는 또 핵무기를 선제 사용하지 않겠다는 발언과 관련해 북한은 과거 ‘핵 선제 불사용’을 천명했다가 올해 들어 ‘핵 선제타격’으로 입장을 뒤집은 전력이 있다며 진정성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군 당국 역시 북한이 스스로를 책임 있는 핵 보유국으로서 세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주장은 핵 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해 결국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모순된 주장이라고 말했습니다.
문상균 한국 국방부 대변인의 9일 정례 브리핑 내용입니다.
[녹취: 문상균 대변인 / 한국 국방부] “북한을 결코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와 국제사회의 일관된 입장입니다.”
이 같은 북한의 수 차례 핵 언급에 대해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 인민들에게 핵개발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핵을 앞세운 국가 비전을 선포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의 설명입니다.
[녹취: 김동엽 교수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정은 시기를 대표하는, 김정은 시기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 결국 핵 무력- 병진노선이거든요. 이것으로 모든 것을 이끌어오고 했던 거거든요. 핵을 개발한다든가, 핵에 돈을 쓴다든가 이런 것들을 통해 나타나는 제재나 이런 것들, 인민들의 불만을 누그러뜨리고 핵 보유, 핵 개발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거죠.”
김 교수는 아울러 북한이 핵을 움켜쥐고 앞으로도 모든 것을 핵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 그리고 핵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강성국가에 진입할 수 있었음을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정성윤 박사는 김정은 체제가 핵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함으로써 중국이 주장해온 비핵화와 평화협정 동시 추진에 대한 반대 입장도 드러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정성윤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향후 미국과의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데 있어서도 비핵화를 전제로 해서 북미관계를 개선할 용의가 없다는 것을 제시를 한 것으로 볼 수 있죠. 북한은 이번 당대회를 보면 비핵화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거예요. 그런데 중국의 비핵화-평화협정 동시병행은 비핵화를 달성할 수 있다는 중국의 기대가 담긴 것인데 북한은 우리는 비핵화 안 하겠다 얘기를 한 거죠.”
정 박사는 이와 함께 핵과 경제 병진노선을 추진해온 북한으로서는 경제 분야에서 내세울 만한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핵을 더욱 강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