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7차 당대회에서 평소 입던 인민복이 아닌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나타난 것은 새로운 개혁을 알리는 신호라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열린 학술토론회에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 한국학센터의 쿠르바노프 소장의 발표 내용을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세르게이 쿠르바노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 한국학센터 소장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7차 당대회에 양복을 입고 나타난 것은 우연이 아니며 이는 새로운 경제개혁을 하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쿠르바노프 소장은 13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열린 북한사회와 한반도 통일전망 그리고 북한내부개혁 가능성을 토론하는 학술세미나에 참석해 지난 4년간 지도자 과정을 공부하고 훈련 받아온 김 제1위원장이 한 손에 핵, 다른 한 손에는 미사일을 쥐고 이제는 새로운 경제개혁을 시도하려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지난 1984년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이 당시 구 소련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양복을 입었으며 그 뒤 북한에서는 내부개혁, 경제개혁 등 여러 개혁이 시작됐는데 김 제1위원장이 할아버지의 행동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세르게이 쿠르바노프 소장의 설명입니다.
[녹취: 세르게이 쿠르바노프 소장 /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 한국학센터] “역사를 보면 김일성 1984년 소련과 동유럽 방문하고 나서 양복을 입고 북한에 귀국한 뒤로 소련에 대한 여러 제한, 통제가 풀리게 됐고 또한 김일성의 합작회사, 외국 회사들과 각종 활동 시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이라는 사회는 뭔가 항상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당 대회 이후로 최초로 하는 지도로 군사제도 아니라 경제분야 했고 이렇게 양복 입고 나타났으니까 할아버지처럼 분명히 이런 신호라고 말할 수 있어요. 항상 북한은 배경이나 초상화, 생김새, 옷차림이 항상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쿠르바노프 소장은 김 제1위원장이 13일 당대회 후 첫 공개행보로 기계설비 전시장을 시찰하며 양복을 입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제1위원장은 지난 6일 7차 당대회에 짙은 남색 바탕에 세로 줄무늬 양복에 은색 타이를 매고 나타나 눈길을 끌었으며 13일 기계설비 전시장 시찰 때에도 양복을 입었습니다.
쿠르바노프 소장은 이어 김 제1위원장의 권위의 기본은 ‘인민의 행복을 창조해주는 선군의 장군’이며 ‘군 분야의 탁월한 업적’을 기본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북한에게는 ‘영원한 적’이 필요한 만큼 한반도의 긴장감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쿠르바노프 소장은 또 지난 3월 시작된 유엔 안보리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관련해 북한과 같이 가난한 나라에는 제재보다는 대화와 설명, 설득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평양 주민은 몰라도 그 외 다른 지역 주민들에게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며 여기에다 북-중 국경 지역은 외부 검열이 불가능한 만큼 제재의 효과가 더더욱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쿠르바노프 소장은 ‘북한 내부개혁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구 소련을 무너뜨린 핵심은 서양 팝송 문화와 청바지 문화였다면서 북한에도 외부 문화와 사상이 파고들어간다면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에서는 일반 라디오가 여전히 사상변화의 가장 중요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면서 구 소련의 경우에도 해외 문화를 소개하고 소련에서 경험할 수 없는 외부현실을 접할 수 있었던 라디오가 변화의 강력한 수단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쿠르바노프 소장은 북한이 한국의 대중 문화가 북한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란봉악단’과 같은 북한판 걸그룹을 만든 것이 그 방증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쿠르바노프 소장은 아울러 북한 내부 개혁을 바란다면 평양 이 아닌 지방에 사는 북한 주민들에게 새로운 정보를 알리고 젊은 세대 문화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외부 세상을 소개해 깨닫게 한다면 북한도 구 소련처럼 스스로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