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7차 노동당 대회에서 단행한 당 지도부 인사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역할에 따른 책임을 묻는 통치를 하겠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선대 지도자들에 비해 개인적인 권위나 역량이 부족한 때문이라는 관측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7차 당 대회에서 보인 당 지도부 인사는 전문분야별로 핵심 정예들을 배치함으로써 맡은 역할에 대한 책임을 확실하게 묻는 김정은식 시스템 통치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이번 인사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최룡해와 박봉주, 황병서가 각각 당과 정, 군을 대표해 정치국 상무위원에 나란히 진입한 겁니다.
최룡해는 특히 비서국 대신에 신설된 당 중앙위원회 정무국의 부위원장 9명 가운데 가장 먼저 호명됨으로써 당내 2인자의 위상을 확보했다는 평가입니다.
경제 관료인 박봉주 내각총리는 당초 고령을 이유로 일선 후퇴까지 점쳐졌지만 오히려 정치국 위원에서 상무위원으로 승진하면서 한층 힘이 실렸다는 관측입니다.
정치 군인 출신인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김 제1위원장의 군 장악에 앞장서온 군부를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방연구원 김진무 박사는 김 제1위원장이 선대 지도자들에 비해 부족한 자신의 역량을 보완하기 위해 이들에게 당과 내각, 군부 등 3대 권력기구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김진무 박사 / 한국 국방연구원] “김정일은 30여 년 동안 통치하면서 자기가 독단적으로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지만 김정은은 아직도 모든 국정을 책임질 수 있는 개인적 능력이 안되니까 핵심 엘리트들에게 해당 분야를 총괄 책임지게 만들어서 잘 안되면 책임을 묻겠다, 그런 책임정치 같은 것을 해서 당과 국가 운영의 효율성을 기하려는 게 아니냐 그렇게 보여집니다.”
김 박사는 외무상에서 당 정무국 국제담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으로 승진한 리수용이나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과 통일전선부장 등 기존 직책을 유지하면서 정무국 부위원장 자리를 차지한 김영철도 북한의 외교와 대남 업무를 총괄적으로 책임지게 하려는 김 제1위원장의 의도로 분석했습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도 ‘7차 당대회와 파워엘리트 변동의특징’이라는 글을 통해 이번 당 인사에 시스템을 중시한 김 제1위원장의 통치 스타일이 반영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정 박사는 특히 최룡해가 당내 2인자로 부상함으로써 한때 중국과 러시아에 김 제1위원장의 특사로 갔던 그가 다시 이들 국가들과의 관계개선 전면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박사 / 세종연구소] “중국과의 관계에서는 당대당 관계로 당내 위상이 중국 엘리트 만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돼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룡해가 정치국 위원이 아니라 상무위원 자격으로 앞으로 중국을 방문하면 보다 높은 위상으로 중국과의 협상을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전개해 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박봉주가 내각 총리로는 이례적으로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에 오른 데 대해선 핵-경제 병진 노선에 따른 조치라는 분석입니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남광규 교수입니다.
[녹취: 남광규 교수 /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핵-경제 병진 노선을 당 규약에까지 이번에 못박은 상황이기 때문에 역시 경제와 핵을 같이 맞물려서 가겠다, 그런 의미에서 중앙군사위원회에 드물게 내각 총리를 포함시킨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김정은식 시스템 통치가 권한을 준 만큼 제 역할을 못할 경우 책임을 묻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김 제1위원장이 그 동안 보여 온 숙청정치가 지속되는 빌미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