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제7차 대회가 어제(9일)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회했습니다. 당대회를 앞두고 북한 관영 매체들은 북한의 앞날에 대한 ‘휘황한 설계도’가 제시될 것이라고 분위기를 띄웠지만, 결과는 김정은 위원장의 우상화 절차에 그쳤다는 평가입니다. 서울에서 박병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조선중앙TV은 10일 평양에서 벌어진 대규모 군중시위를 생방송으로 중계했습니다.
김정은의 당 위원장 추대를 자축하고 대대적인 우상화를 위해 평양 주민들을 동원해 만든 행사였습니다.
10만여 명의 군중이 핵과 미사일 치적을 강조하며 행진을 펼쳐 ‘김정은 우상화’의 최절정을 이뤘습니다.
[녹취: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선노동당 위원장으로 높이 추대되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 최대의 영예와 가장 열렬한…”
하지만 당 대회 개최를 앞두고 북한 전역에서 진행된 ‘70일 전투’는 일반 주민들에게 희생과 고통을 강요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 주민들이 겪은 ‘고난의 행군’과 한국전쟁 때 등장했던 구호인 ‘군자리 정신’까지 을 상기시키며 주민들을 다그쳤습니다.
‘70일 강행군’으로 시작돼 36년 만에 개최된 북한 노동당 제7차대회는 김정은 국방위 제1 위원장을 당 최고 수위를 의미하는 ‘노동당 위원장’으로 추대하는 대관식에 그쳤습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7일 최후 승리를 앞당기기 위한 ‘휘황한 설계도’를 펼칠 것이라고 선전했지만 김 위원장이 이틀에 걸쳐 제시한 사업보고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김일성 주석이 주체사상,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선군사상을 제시한 것과 달리 김 위원장은 시대를 관통하는 사상을 제시하지 못했고 이미 지난 2013년 3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채택된 ‘핵과 경제 병진노선’을 강조하는데 그쳤습니다.
홍용표 한국 통일부 장관은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해 북한 노동당 제7차 당대회 결과에 대해 ‘김정은 정권이 새로운 전략 없이 선대의 유훈에 의존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경제분야에서도 김 위원장이 집권 초기에 내놓은 새로운 경제조치에서 한 걸음 더 발전된 각종 개혁안이 이번 당 대회에서 발표될 것이라는 북한 전문가들의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김 위원장은 내년부터 오는 2020년까지 ‘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목표가 빠져 있어 김일성 주석이 6차 당 대회 때 제시한 ‘사회주의 건설 10대 전망 목표’를 제시한 것에 비해 구체성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남북관계에 관해서도 한국 측을 움직일 만한 획기적인 제안은 없었습니다.
북한의 7차 당대회를 지켜본 동국대 김용현 교수의 평가입니다.
[녹취: 김용현 교수/ 동국대 북한학과] “김정은 체제의 출범, 명실상부한 김정은 체제를 구축하는 내부 정치행사적인 성격이 강했다, 대외적으로 봤을 때 아주 특별한 변화를 보여주는 내용들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평가를 할 수 있겠습니다.”
이와 함께 노동당 지도부에도 세대교체의 바람은 불지 않았습니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에 88세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유임되는 등 최고 지도부내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다만 박봉주 내각 총리가 정치국 상무위원에 진입한 것과 관련해 박 총리는 생산현장 노동자에서 당의 요직까지 오른 경제통이라며 경제 재건을 중시하는 김위원장의 의향이 엿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박병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