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최근 열린 노동당 7차 대회에서 국제사회의 비핵화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함에 따라 향후 한반도 정세는 긴장 국면이 불가피할 것으로 한국의 전문가들은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북한이 7차 노동당 대회에서 핵 보유 의지를 거듭 천명함에 따라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는 북 핵 불용 원칙을 거듭 강조하며 유엔 안보리 결의의 전면 이행을 통한 대북 압박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 10일 한국 외교부 조준혁 대변인의 브리핑입니다.
[녹취: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 “우리와 국제사회는 결코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병진노선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 개발의 미몽에서 하루빨리 깨어나서 진정성 있는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이도록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지속해 나갈 것입니다.”
한국 정부 안팎에서는 북한이 헌법에 이어 당 규약에까지 ‘핵 보유국'임을 못박은 만큼 향후 비핵화 협상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 이호령 박사입니다.
[녹취: 이호령 박사] “북한이 헌법에 이어 노동당 규약에 핵 국가임을 명시함으로써 향후 핵 문제에 대한 협상을 할 때 북한 스스로 논리적 모순에 빠지게끔 만들어버렸기 때문에 향후 핵 폐기나 비핵화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대외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만일 북한이 핵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취할 경우 헌법이나 당 규약 수정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 기조에 맞서 북한은 노동당 대회에서 밝힌 대외 전략을 토대로 핵 보유국 지위를 전제로 한 공세적인 대외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면서 미국에 대해서는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와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는 한편, 한국에 대해서는 외세의존 배격 등을 요구하며 대북 정책 전환을 압박할 것이란 관측입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박병광 동북아연구실장은 북한은 국제사회의 태도를 지켜보면서 ‘핵 보유국’ 지위 굳히기 행보에 주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핵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북한이 한국 정부에 대해 보다 강경하게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선임연구원입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북한이 한국에 대해 대화를 제의하면서도 ‘통일대전’ 등의 위협을 동시에 하고 있는 것은 우려스러운 대목입니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핵 보유국이라는 우위의 입장에서 남북 관계의 세력 균형이 바뀌었다는 인식 위에 대남 관계를 정립하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상당기간 대화보다는 긴장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제재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향후 전술적 변화를 시도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대북 제재를 감내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핵 실험 중단을 선언하며 협상국면으로의 전환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서울시립대 황지환 교수입니다.
[녹취: 황지환 교수] “6월초 대북 제재 1차 이행보고서가 나온 뒤 제재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면 북한은 제재가 주민들의 민생 문제를 어렵게 한다며 제재의 부당성을 강조하고 중국은 제재가 충실히 이행됐으니 결국은 대화와 협상으로 풀어야 한다는 주장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중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북한이 만일 2.29 합의 당시 수준의 전술적 변화 조치를 취할 경우 협상의 필요성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을 지낸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북한은 당분간 추가 핵실험 카드를 미뤄놓고 대화 공세를 펼치며 대북 제재 공조의 균열을 꾀하려 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중국은 이를 계기로 대화와 협상 요구를 더욱 강하게 주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중국은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의 병행 추진을 주장해왔습니다.
이는 미국과 한국의 선 비핵화 입장과 북한의 평화협정 우선 주장을 절충한 것으로, 북 핵 문제에 대한 주도권을 잡음으로써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라는 관측입니다.
한국 정부 소식통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우선하는 중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비롯한 추가 도발을 자제할 경우 이를 명분으로 대화와 협상 요구를 더욱 강하게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 우선’을 요구하고 있어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무엇보다 북한이 미국과 한국이 대화 재개의 핵심 조건으로 내세우는 비핵화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만큼 대화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것이 한국 전문가들의 관측입니다. 한국 통일연구원 박형중 부원장입니다.
[녹취: 박형중 부원장] “북한의 입장은 평화협정만 논의하고 비핵화는 절대 논의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이는 중국이 얘기하는 비핵화-평화협정 병행론과도 일치하지 않는 것입니다. 중국이 설령 비핵화-평화협정 병행론을 얘기하더라도 북한이 참가할 가능성이 낮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북한은 군사회담을 비롯해 당국과 민간 차원에서 다양한 통일전선 차원의 대남 대화공세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의 위장평화공세에 철저히 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자신들의 뜻이 관철되지 못할 경우 5차 핵실험을 비롯한 추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한국 국방부에서 군비통제차장을 지낸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입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북한은 자신들의 계산대로 되지 않을 경우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또 다시 추가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당장 이달 말부터 제재의 효과가 가시화되는 만큼 내부 동요를 막고 체제 결속 차원에서 또 국제사회의 압박을 회피하고 공조전선의 균열을 노리기 위해 적절한 시기에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감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군 당국은 북한이 당 대회 이후 5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와 같은 전략적 도발뿐 아니라 기습적인 국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는 향후 한반도 정세는 핵 보유국을 선언한 북한과 이를 결코 용인하지 않겠다는 국제사회가 팽팽히 대립하는 형국이 될 것이라며 결국 비핵화에 대해 북한이 얼마나 진정성 있는 행동을 보일 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