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아랍에미레이트 연합 등 중동의 민간기업들이 북한 국적을 취득한 선박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금 등을 아끼기 위해 ‘편의치적’ 방식을 이용한 건데,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이라는 지적입니다. 함지하 기자입니다.
지난 4월 ‘VOA’에 의해 이란과 이라크, 소말리아 등을 운항한 것으로 확인된 북한 국적 선박 데니즈 호와 알 이만 호, 바산트, 예크타 호가 실제로는 중동의 민간기업이 소유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일본의 교도 통신은 16일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외화 벌이를 목적으로 ‘선박 국적 비즈니스’를 최근 몇 년간 중동에서 전개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이란과 아랍에미레이트 연합의 민간 기업이 소유한 선박 3척이 북한 국적을 취득했고, 올해 3월에는 또 다른 3척의 민간 선박이 ‘편의치적’ 즉, 선박을 제3국에 등록하는 방식으로 북한 국기를 달았습니다.
이를 통해 북한이 정기적으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고 통신은 밝혔습니다.
선박 등록료와 세금 등을 저렴하게 설정해 해외 선주들로부터 돈을 거둬들인다는 겁니다.
그러나 지난 3월 북한의 핵 실험 등으로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 제재 결의 2270호는 북한 선박의 해외 등록을 금지하는 것과는 별도로, 해외 선박의 북한 국적 취득 역시 하지 못하도록 규정했습니다.
결과적으론 이들 중동 선박 회사의 북한 국적 취득이 명백한 제재 규정 위반이라는 겁니다.
그러나 현재 북한 해사감독국은 웹사이트까지 만들어 해외 선박들이 북한 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특히 관련 내용이 한글은 물론 영문으로도 여러 페이지에 거쳐 상세하게 게재돼 있고, 추가 문의를 위한 해사감독국 실무자들의 연락처도 나와있습니다.
‘VOA’는 지난 3월 북한 해사감독국 측에 이메일을 보내 해외 선박의 북한 국적 취득 사례와 절차 등을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한편 이들 북한 국적 선박들은 여전히 중동 지역에서 활발히 운항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선박의 실시간 위치를 보여주는 민간웹사이트 ‘마린 트래픽(MarineTraffic)’에 따르면 16일 현재 알 이만 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항구를 떠나 아프리카 수단으로 향하고 있었고, 예크타 호 역시 페르시안 만에서 이라크 쪽으로 이동을 하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데니즈 호는 이란의 부셰르 항에 이틀 째 정박한 상태로 나타났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