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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후보들의 대북관…트럼프 "김정은 만날 수 있어"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선 후보. (자료사진)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선 후보. (자료사진)

미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자신이 백악관에 입성할 경우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후보 측은 트럼프 후보가 외국 독재자에 기이한 매력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냉소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트럼프 후보는 17일 영국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후보] “I would speak to him, I would have no problem speaking to him..”

북한의 핵문제 해결을 위해 김 제1위원장과 대화할 것이며 그를 못 만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트럼프 후보의 이런 발언은 과거 김 제1위원장을 “미치광이”로 부르며 강경책을 주장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겁니다.

트럼프 후보는 그러나 김 제1위원장과의 구체적인 회담 방식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과거처럼 중국을 통한 대북 압박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후보] “I would put a lot of pressure on China because economically we have tremendous power over China….”

“미국은 중국에 경제적으로 엄청난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에 많은 압박을 가할 것”이란 겁니다.

트럼프 후보는 지난달 워싱턴에서 가진 자신의 외교정책 연설에서 중국이 통제불능한 북한정권을 억제하도록 중국에 경제적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후보 측은 김정은과 대화할 것이란 트럼프 후보의 발언에 냉소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클린턴 후보 측은 성명에서 트럼프 후보가 “외국의 독재자들에 대해 기이하게 매료된 것 같다”며 그의 외교정책은 “터무니 없다”고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외신들은 김정은 제1위원장과 대화할 수 있다는 트럼프 후보의 발언을 관심 있게 보도하고 있습니다.

‘AP’통신은 트럼프 후보가 백악관에 입성해 김 제1위원장과 실제로 대화를 갖는다면 미-북 관계에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영국 ‘BBC’ 방송은 마-북 정상회담이 이뤄지면 정치적으로 고립된 북한 정권에 대한 미국의 주목할 만한 정책 변화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미-북 대화를 촉구해온 중국 정부는 18일 트럼프 후보의 발언에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미-북 간 직접 대화와 소통을 지지하며 이는 유익을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정부는 아직 트럼프 후보의 발언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과거 한국과 일본이 미군 주둔에 대한 재정 부담을 늘리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할 용의가 있으며 북한의 위협에 대응해 한-일 동맹의 자체 핵무장도 용인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등 파격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발언은 워싱턴 정가의 입장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으며 대부분의 미 전문가들은 기본적인 외교 관계에서 상당히 벗어난 발언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후보와 클린턴 후보는 최근 실시된 여론 조사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주 ‘로이터’ 통신과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가 공개한 조사에서는 클린턴 후보 41%, 트럼프 후보 40%로 지지율이 거의 비슷했습니다.

클린턴 후보 측은 아직 대북 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청사진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클린턴 후보의 외교총책인 제이크 설리번은 지난 16일 아시아 소사이어티 강연에서 클린턴 후보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이란식 해법과 비슷한 전략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대북 압박을 지금보다 훨씬 더 강화해 이란처럼 북한 정권이 스스로 협상장으로 나오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클린턴 후보는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뒤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의 목표는 (핵실험으로) 세계를 협박해 자신들에 대한 국제압박을 완화하려는 것”이라며 “우리는 이런 깡패 짓에 놀아나거나 굴복할 수 없다”고 말했었습니다. 그러면서 핵을 앞세운 북한 정권의 벼랑끝 전술이 다시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란 확고한 메시지를 평양에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 외교협회에 따르면 클린턴 후보는 북한 정권이 핵무기를 포기할 때까지 북한 수뇌부를 고립시키는 제재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클린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워싱턴의 외교소식통들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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