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의 북한 탄도미사일 규탄 성명이 결국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과 러시아는 서로 상대방이 합의를 방해했다며 공방을 벌였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중거리 무수단 탄도미사일 발사를 시도한 건 지난달 28일. 유엔 안보리는 다음날 이를 규탄하는 언론성명을 채택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러시아가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고집하면서 4주 가까이 지연됐던 언론성명은 ‘VOA’ 취재 결과 사실상 나오지 않는 쪽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유엔주재 미국 대표부는 18일 언론성명 채택과 관련한 현 상황을 묻는 ‘VOA’의 질문에 “러시아가 가로막았다”며 논의가 더 이상 진전되지 않고 있음을 시인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걸림돌인 만큼 러시아 당국에 문의해 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러시아는 “언론성명 채택을 가로막은 건 미국과 일본”이라며 이 같은 미국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유엔주재 러시아 대표부 알렉세이 제이체프 대변인은 이날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러시아는 관련 국가들이 자제를 하고, 한반도 내 군사 활동을 축소하는 것을 포함한 긴장완화에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촉구하는 수정안을 제안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수정안이 앞서 언급됐던 두 나라, 즉 미국과 일본에 의해 가로막혔다고 주장했습니다.
제이체프 대변인은 ‘군사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의미를 묻는 추가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지만, 러시아는 미국과 한국의 군사 활동을 축소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을 성명서에 포함시키려 했던 것으로 전해진바 있습니다.
비탈리 추르킨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 역시 지난 2일 러시아 ‘타스 통신’에 “한반도 내 군사활동 축소를 관련 당사국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극도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다음날 로이터 통신에도 언론 성명 초안에 미국이 달갑지 않게 받아들일 내용이 삽입됐다고 밝혔습니다.
결과적으로 미국과 러시아가 언론성명의 문구를 놓고 합의를 이루지 못했고, 추가 논의 조차 진전을 보이지 않으면서 북한 탄도미사일을 규탄하는 언론성명 채택은 최종 불발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한국 정부 당국자 역시 이날 ‘VOA’에 “(언론 성명 채택이) 너무 늦어져서 의미가 없어졌다”며 언론 성명 채택을 위한 안보리 이사국들의 노력이 흐지부지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가도 더 이상 없는 상태”라면서 “강력한 성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 한국 정부로서는 안보리 이사국 사이의 마찰로 인해 나오지 않은 게 아쉬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러시아로부터 언론성명 채택을 막은 국가로 지목된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는 ‘VOA’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