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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국 군사기지 핵 타격권"…한국 "태도 변화 노린 위협"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노동당 사업 개시 52주년 기념일을 맞아 중앙보고대회가 18일 평양에서 열렸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노동당 사업 개시 52주년 기념일을 맞아 중앙보고대회가 18일 평양에서 열렸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미국의 핵 추진 잠수함인 미시시피 호의 한반도 전개 등에 맞서 핵 보복에 나설 수 있다고 위협한 데 대해 대북 압박정책에 변화를 끌어내려는 의도라고 비난했습니다. 대화에 앞서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한 북한 특유의 협박공세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핵심 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에 대한 핵 보복 대응을 위협하고 나선 데 대해 대북 압박정책의 수정을 노린 행동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의 20일 정례 기자설명회 발언 내용입니다.

[녹취: 정준희 대변인 / 한국 통일부] “북한이 당 대회 이후에 한동안 대남 위장평화공세를 해왔습니다. 더 이상 그것이 통하지 않게 되니까 이제는 위협을 통해서 우리의 태도 변화를 모색하고자 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고 이런 도발 위협이 북한에 대한 어떤 대북제재 공조에 균열이 되지 않기를 기대합니다.”

대화와 협박 카드를 번갈아 쓰면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공조에 틈을 벌리려는 의도라는 게 한국 정부의 판단입니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이에 앞서 20일 대변인 담화를 내고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 미시시피호의 한국 입항과 민간정보 회사인 스트랫포의 북한 정밀타격 시나리오 공개 등을 자신들에 대한 핵 공갈이라며 무자비한 핵 보복 대응을 유발시킬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국방위 담화는 이어 북한 군이 ‘B-52H’ 전략폭격기가 이륙하는 미국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와 핵동력 잠수함이 발진하는 해상기지 등 미군 기지들도 자신들의 정밀타격권 안에 넣은 지 오래라며 시대착오적 망상에 빠져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위협했습니다.

담화는 또 북한에겐 평화가 소중하고 한반도 긴장완화 또한 변함없는 지향이라면서도 자신들의 평화 수호 방식은 평화를 해치려는 그 누구든 선제타격을 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도 이날 논평에서 미국의 핵 위협에 맞서는 것은 명백한 자위권 행사라며 한반도 정세의 주요 변수는 미국이 어떤 자세로 나오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국방안보포럼 양욱 연구위원은 북한이 미시시피 호 한국 입항이나 북한 정밀타격 시나리오를 담은 민간 보고서 발표를 미국 측의 강력한 경고로 보고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양욱 연구위원 / 한국국방안보포럼] “북한은 어느 때 보다 민감하게 받아들였을 거에요. 왜냐하면 자신들이 그동안 한 짓이 있잖아요. 그렇게 국제사회가 경고하고 미국이 그렇게 압박을 했는데도 4차 핵실험까지 실시하고 동북아를 긴장으로 몰아가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 미국은 경고할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고 결국 스트랫포 보고서가 우회적인 경고의 성격이 있지 않나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담화가 곧바로 대립 국면을 선언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오히려 유리한 대화 국면을 만들기 위한 북한 특유의 협박공세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장용석 박사도 북한이 담화에서 한반도 평화를 언급한 것은 은연 중에 대화의 필요성을 내비친 것이라며 미군 전략자산 움직임을 자신들의 핵무장을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장용석 박사 /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미국의 전략무기가 한반도에 전개되는 상황은 북한 입장에선 자신들을 침공하려 한다는 기존 주장을 정당화하는 가장 좋은 요소이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전쟁 억제력 강화, 특히 핵 보유와 같은 군사력 증강이 정당함을 과시하고 앞으로 전개될 수도 있는 대화 국면에서 보다 유리한 명분을 축적하기 위한 여러 목적들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난달 초 7차 노동당 대회를 통해 김정은 체제 수립을 마무리한 북한이 당분간 대화 공세의 끈을 놓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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