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가 발표한 북한 인권·검열 보고서와 관련 제재는 북한 수뇌부 뿐아니라 중간급 관리들에게 보내는 경고 메시지로 풀이됩니다. 심각한 인권 유린 행태를 개선하지 않으면 반드시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경고인데요. 김영권 기자와 함께 이번 보고서의 의미와 영향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우선 이번 보고서의 의미를 어떻게 풀이할 수 있겠습니까?
기자) 미국 정부는 그동안 북한과 관련해 핵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면서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을 덜 기울였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됐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는 핵 뿐아니라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책임을 추궁하겠다는 단호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입니다.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은 6일 성명에서 “강제수용소 관리자들과 경비, 심문자들, 탈북자 체포조 등 북한에서 인권 유린에 책임이 있는 모든 정부 관리들에게 이런 행태를 바꾸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목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그동안의 대북 제재는 핵.미사일 개발과 불법 활동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인권 문제와 관련해 처음으로 제재를 가했다는 것도 관심을 끄는 것 같습니다.
기자) 미 고위 관리들도 그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미 국무부 고위 관리는 이날 전화회견에서 북한 정권의 압제에 책임이 있는 관리들의 이름을 이렇게 자세히 밝히는 작업은 세계적으로도 거의 유례를 찾기 힘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끔직한 인권 문제는 이미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COI)가 최종 보고서에서 반인도적 범죄로 규정했고, 유엔 안보리가 두 차례나 이 문제를 논의됐을 정도로 심각하기 때문에 책임자를 제재한 이번 보고서가 새삼스러운 게 아니란 겁니다.
진행자) 가장 주목을 받는 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제재 대상에 올린 겁니다. 미 당국자들은 이유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습니까?
기자) 북한 정권의 모든 정책은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최고 결정권자에게 있기 때문에 김 위원장을 인권 유린 혐의로 제재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란 설명입니다. 국무부 고위 관리는 이날 회견에서 “자국민을 억압하는 정책 등 북한 정권의 행동에 궁극적인 책임이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에게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관리 역시 북한에서 인권 유린에 가장 책임이 있는 한 사람을 뽑으라면 그 답은 김정은 위원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한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이렇게 미 정부의 제재 대상에 오른 전례가 있습니까?
기자) 네, 여러 전례들이 있습니다. 미 재무부의 고위 관리는 6일 회견에서 최근 사례로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 리비아의 전 독재자인 무아마르 가다피, 미얀마의 독재자였던 탄 슈웨 장군,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 등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고 지도자를 제재 대상에 올리는 것은 이례적인 게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보고서는 미 의회가 채택한 대북제재강화법에 따라 발표된 거죠?
기자) 형식상으로는 그렇습니다. 이 법이 304조에서 북한의 심각한 인권 유린이나 검열에 책임이 있는 인사들과 기관들을 규명해 의회에 제출하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 국무부 고위 관리는 의회가 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했기 때문에 이런 작업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시기와 형식은 분명히 대북제재강화법과 연관이 있지만 이런 작업은 법안이 채택되기 전부터 여러 달에 걸쳐 진행됐다는 설명입니다.
진행자) 미 정부가 일찌감치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 문제에 대해 제재를 준비해 왔다는 얘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 관리는 북한의 심각한 인권 문제가 이미 유엔 안보리를 통해 공론화 됐고,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가 그 책임이 김정은 위원장과 정권에 있다며 국제형사재판소 (ICC) 회부를 권고한 만큼 이번 제재는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 관리는 특히 인권 개선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며 북한 주민들이 자신들의 미래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을 때까지 북한 정권의 위협과 이런 인권 유린은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그럼 국무부 보고서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죠.북한의 주요 기구들이 모두 포함됐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는 핵심 기관들이 모두 포함됐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발표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미 국무부 고위 관리는 북한의 강제수용소 운용과 탈북민들을 체포하는 중간급 관리들의 명단도 규명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북한 주민들의 외부 소식 접근을 차단하는 선전선동과 검열담당 관리들의 명단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이들의 명단이 추가로 공개될 것이란 얘깁니다.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 역시 성명에서 이런 심각한 인권 유린과 검열 등 북한 정권의 압제에 관여한 개인들과 기관들을 추가 보고서들에서 계속 규명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기관별로는 어떤 문제를 지적했나요?
기자) 국방위원회는 인권 유린으로 가장 악명 높은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보안부 등 여러 핵심 기구들을 직접 지휘하는 권한, 노동당 조직지도부는 정권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비밀기구들을 운용하는 가장 강력한 기구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검열과 사상 검증도 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국가안전보위부는 앞서 말씀드린 기구들의 집행기관으로 고문과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행위들에 연루돼 있고, 북한 최악의 인권 유린 장소로 불리는 정치범 수용소를 운용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습니다.
진행자) 미 정부 관리들은 앞서 소개해드렸듯이 북한 내 인권 유린에 관한 매우 포괄적인 보고서라고 강조하고 있는데요. 그럼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요?
기자) 국무부 고위 관리는 상징적 메시지와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 수뇌부외 그 아래급에서 중간급 관리들에게 강제수용소를 운용하고 탈북자를 추적해 계속 체포하면 당신들의 신상을 밝혀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미래에 상당히 불리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란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효과가 있다는 겁니다. 이 관리는 이번 보고서와 제재로 당장 북한 내 문제들이 변하지는 않겠지만 책임자들이 자신들의 행동을 재고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나중에 대가를 치른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요?
기자) 지금의 김정은 정권이 무너지고 북한에 자유민주주의 정권이 들어서거나 통일이 됐을 때 국제법 기준에 따라 책임자들을 처벌할 수 있다는 겁니다. 미 관리들과 전문가들은 반인도 범죄에 관여한 책임자들은 수 십 년이 걸려도 결국 법정에 세워 종신형을 선고 받게 하는 등 처벌하게 하는 국제 사례들을 지적합니다. 캄보디아의 `킬링필드’ 대학살이나 보스니아 내전에서 민간인 학살에 관여한 관리들이 수 십 년이 지난 뒤에도 처벌을 받듯이 북한에서 인권 유린에 관여한 책임자들 역시 이를 지속하면 처벌을 면치 못할 것이란 경고입니다.
진행자) 이번 제재로 미 정부의 제재 명단에 오른 북한 관리들의 수가 추가됐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 재무부 고위 관리는 이전까지 161건에 달하는 개인과 기관들이 제재 대상에 올랐는데 이번에 개인 11명과 기관 5곳이 추가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무부가 6일 밝힌 개인 15명, 기관 8곳과 차이가 있는 것은 이미 제재에 오른 개인과 기관이 중복됐기 때문입니다. 국무부와 재무부 관리들은 조사가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제재 대상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전망입니다.
진행자) 네, 김영권 기자와 함께 미 정부가 6일 발표한 북한의 인권 유린과 검열 보고서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