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간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수감자가 많게는 절반 가까이 줄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 여전히 구타와 고문이 만연해 있다는 지적입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최근 배포한 북한인권 실태와 현황 자료에 따르면 북한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정치범 수용소는 모두 6 곳.
북창 18호 수용소와 요덕 15호 수용소, 개천 14호 수용소, 명간 16호 수용소, 청진 25호 수용소, 회령 22호 수용소 등입니다.
이 가운데 중국과의 국경 지역에 위치한 회령 22호 수용소는 수 년 전 폐쇄됐으며 북창 18호 수용소는 이전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수용소 폐쇄와 이전을 겪으면서 15-20만 명이던 수감자도 8-12만 명으로 줄었습니다.
통일연구원은 북한 정치범 수용소 수감자의 감소 원인으로 수용소 내 강제노동과 열악한 환경으로 인한 사망자 증가, 철저한 통제로 인한 새로운 정치범의 감소, 그리고 국제사회의 관심에 대한 부담감 등을 꼽았습니다.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 한동호 부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해 북한이 정치범 수용소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한동호 부연구위원/ 한국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 “실질적으로 법적 측면에서는 큰 문제 없는 시설입니다. 하지만 그 실태 분석해 보면 많은 인권 유린이 벌어지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특히 정치범 수용소는 북한 당국이 인정하지 않아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북한과 대화할 수 있는 그런 이슈가 될 수 없습니다.”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는 과거 김일성 정권부터 시작해 1980년대 김정일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그 존재가 알려졌습니다.
현 김정은 정권도 체제유지를 위해 정치범 수용소를 존속시키고 있습니다.
초창기에 정치범 수용소는 말 그대로 내란죄나 외환죄, 간첩죄 등 정치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수감했지만 최근에는 그 의미가 확장 적용돼 한국행을 기도하거나 한국 국민이나 종교인과 접촉한 탈북자, 주민들까지도 정치범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정치범 수용소 재소자들은 재판 없이 수감되는 것은 물론 가족들도 그 행방을 알 수 없으며 북한 당국이 만 17세 이상 주민에게 발급하는 신분증명서인 ‘공민증’까지 박탈 당해 아예 존재하지 않는 사람으로 간주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탈북자의 증언입니다.
[녹취: 탈북자] “정치범 수용소 안에는 인권이 따로 없어요. 개미들이죠, 일하는 개미들. 말할 권한도 없고…”
통일연구원은 북한이 ‘국제인권조약’과 ‘세계인권선언’에 가입해 있지만 여전히 수용소 내 인권 유린이 자행되고 있다면서 특히 명백한 법적 근거 없는 공개처형과 일상화된 구타와 고문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탈북자의 증언입니다.
[녹취: 탈북자] “도주는 무조건 사형입니다. 어떤 사람은 돼지 한 마리 때문에 (훔쳐서) 사형 당하는 경우도 있죠.”
통일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의 인민보안성, 국가안전보위부, 군 당국 등 사법체계 전반에서 고문과 같은 비인도적 처우가 매우 일반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상신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북한의 경찰과 사법 체계에서 폭력은 필수적이라며 경찰과 수용소 간부들은 책임을 피하기 위해 죄수들이 다른 죄수의 고문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이상신 부연구위원/ 한국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 “북한에서도 고문이 합법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직접 고문하는 것보다 동료 수감자들에게 폭력을 전가하는 이런 행태들이 굉장히 만연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요.”
정치범 수용소에서 강제노동보다 더 힘든 고문은 하루 종일 벽을 보고 앉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고문, 한 겨울에 찬물 붓기, 양손을 뒤로 묶어 높은 벽에 매다는 일명 ‘비둘기 자세’ 고문, 불로 지지는 불 고문, 채찍질, 물 고문 등이 있다고 이 부연구위원은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수용소 내 공개처형 특히 가족의 공개처형을 목격한 탈북자 상당수는 심리적 충격과 외상 후 장애 등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