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억류 미국인들에 대한 영사 접견을 장기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계 미국인은 1년 가까이 영사 면담을 전면 차단 당하는 등 더욱 가혹한 처우를 받고 있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주재 스웨덴대사관이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오토 웜비어 씨를 마지막으로 접견한 건 지난 3월2일 입니다.
웜비어 씨는 미국 버지니아주립대 학생으로, 지난해 말 중국 시안에 본사를 둔 북한전문 여행사를 통해 북한에 여행을 갔다가 올해 1월 2일 북한 당국에 구금됐습니다.
미국 국무부의 한 관리는 2일 웜비어 씨에 대한 추가 영사 접견이 이뤄졌느냐는 ‘VOA’의 질문에, 3월 접견 외에 스웨덴대사관 관계자가 웜비어 씨 재판을 참관했을 뿐이라고 답했습니다.
지난달 억류 미국인을 전시법에 따라 대우할 것이라고 밝힌 북한이 웜비어 씨에 대한 영사 접견을 5개월 넘게 허용하지 않고 있는 겁니다.
북한에 2년 간 억류됐다가 2014년 석방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 씨의 경우에도 영사 접견의 공백이 최대 4개월을 넘지 않았던 것을 고려하면 억류 미국인들의 처우가 더욱 열악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의 국무부 관리는 북한에 억류된 또 다른 미국인 김동철 씨에 대한 영사 접견 여부를 묻는 질문에 김 씨의 실명을 언급하지 않은 채 “미국 시민이 10년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았다는 언론 보도를 알고 있다”고만 말했습니다.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이 스스로 개인정보 공개 동의서에 서명하지 않는 한 미국 정부는 누가 어떤 경위로 억류됐고 현재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전혀 밝힐 수 없는 만큼, 김 씨에 대한 영사 접견이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지난 1974년 제정된 미국의 ‘개인정보보호법 (Privacy Act)’에 따라 미국 정부는 억류 미국인들이 평양주재 스웨덴대사관 관계자와 만나 이 권리를 포기한다는 서명을 하지 않는 한 이들의 신원과 구금 현황을 언론 등에 공개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지난해 10월 2일 라선경제무역지대에서 ‘간첩 행위’ 혐의 등으로 북한 보안당국에 체포된 김동철 씨의 경우 10개월 넘게 영사 접견이 단 한 차례도 허용되지 않고 있는 겁니다.
국무부 관리는 김동철 씨 억류 상황과 관련해 미국 시민의 안녕은 국무부의 최우선 순위 중 하나라는 원칙적 입장을 강조하면서, “북한에 억류된 것으로 보도된 미국 시민” 문제에 대해 미국의 이익대표국 역할을 하는 평양주재 스웨덴대사관과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씨는 지난 3월 평양에서 외신기자를 상대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2005년부터 중국 옌지에서 기업 활동을 했으며, 2008년 8월부터 라선경제무역지대에 들어와 회사를 설립하고 사장으로 일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최고재판소는 지난 4월 29일 열린 재판에서 김 씨가 국가전복 음모와 간첩 행위를 감행한 범죄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며 10년 노동교화형을 선고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