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북한 내각부총리 처형, 통전부장 혁명화 조치..."공포정치 지속"


북한 당국이 김용진 내각 부총리(붉은 동그라미 속 인물)를 처형했다는 한국 언론 보도가, 31일 서울역에 설치된 TV에 나오고 있다.
북한 당국이 김용진 내각 부총리(붉은 동그라미 속 인물)를 처형했다는 한국 언론 보도가, 31일 서울역에 설치된 TV에 나오고 있다.

북한 당국이 김용진 내각 부총리를 처형하고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에 대해서는 ‘혁명화 조치’의 징계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집권 5년차에도 고위층을 겨냥한 ‘공포통치’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 당국이 최근 내각 부총리를 처형하는 등 일부 고위층을 처벌한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31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한국 정부가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한 사실이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녹취: 정준희 대변인 / 한국 통일부] “교육부총리 김용진이 처형을 당했고, 당 통전부장 김영철도 혁명화 조치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최휘도 현재 혁명화 조치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63살인 김용진이 6·29 최고인민회의 당시 자세 불량을 지적 받은 게 발단이 돼 보위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반당 반혁명분자와 현대판 종파분자로 낙인 찍혀 지난달 총살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당 중앙위원이자 내각 부총리인 김용진은 내각 교육상을 역임했고 리을설과 김양건, 강석주 사망 당시 국가장의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지난해 8월 북한의 김영철 당시 정찰총국장이 평양 주재 외교관과 외신기자 등을 대상으로 한반도에 조성된 위험한 정세에 관해 긴급 기자회견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지난해 8월 북한의 김영철 당시 정찰총국장이 평양 주재 외교관과 외신기자 등을 대상으로 한반도에 조성된 위험한 정세에 관해 긴급 기자회견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김영철에 대해선 올해 71살로 고압적 태도를 보이며 무리하게 통일전선부의 권한 확장을 추진하는 등 권력남용이 빌미가 돼 7월 중순에서 8월 중순까지 한 달 정도 지방농장에서 혁명화 처벌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김양건의 후임으로 통일전선부장으로 임명된 김영철은 정찰총국장을 역임한 대남 강경파로, 혁명화 교육 이후 원직에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복귀한 김영철이 충성심을 보여야 하는 상황이라서 강경한 대남 태도를 보일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고위층에 대한 잇단 처벌이 확인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1년 말 집권 이후 권력 공고화를 위해 고위층을 겨냥해 벌인 이른바 ‘공포통치’가 집권 5년차에 들어서도 지속되고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까지 간부 100여 명을 처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5월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7차 당대회 경축 군중집회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주석단 위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지난 5월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7차 당대회 경축 군중집회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주석단 위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집권 후 약 6년 간 2천 명 가량의 간부들을 처벌했다며 김 국무위원장의 공포통치는 북한체제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정성장 박사 / 세종연구소] “북한은 최고 지도자를 절대화하는 스탈린식 정치체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포정치는 북한체제의 불가분의 한 요소이고 김정은 체제가 지속되는 한 앞으로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공포정치와 숙청은 지속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수석 박사도 김 위원장의 공포통치는 세습정권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이수석 박사 /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정은의 카리스마나 권위에 도전하는 그런 인물이나 그런 분위기, 흐름에 대해서 가차없이 숙청 등 처단함으로써 북한 주민이나 엘리트층의 사상적 이완이나 긴장 해이 그런 것을 방지하기 위한 고도의 통치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교육 관련 전문관료인 김용진의 처형에 대해 김정은 정권이 벌이고 있는 권력재편 작업의 하나일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크게 보면 두 축에서 김정일 시대의 권력구도를 재편하고 있어요. 하나는 리영호를 중심으로 하는 야전세력들 이쪽을 쳐내고 있고 또 하나는 장성택을 정점으로 했던 당료세력을 쳐내고 있어요. 그렇다면 김용진 같은 경우엔 장성택 계로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어요.”

조 박사는 특히 현대판 종파분자라는 김용진의 죄목이 지난 2013년 12월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처형됐을 때 적용됐던 죄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세종연구소 정성장 박사는 김 위원장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김영철이 처벌받은 데 대해 김영철이 과거에도 여러 차례 강등된 적이 있어 평소 행동에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정 박사는 다만 불경죄와 같은 중대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는 하지 않았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길들이기 차원에서 경징계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