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최근 미국 정부가 각국에 북한과의 관계 단절과 격하 등을 요청한 것과 관련해 미-한 간 북한 비핵화를 위한 전방위적 외교노력 등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 오늘(29일) 밝혔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북한에 어떤 형태로든 타격이나 고립 상태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대북 압박을 위한 미-한 간 제반 협의를 긴밀히 진행하고 있으며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나오도록 가용한 모든 수단으로 북한을 압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외교부 조준혁 대변인은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 등 국제사회의 경고와 요구를 무시하면서 핵과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는 한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조 대변인의 이 같은 언급은 미국 정부가 각국에 북한과의 관계 단절을 요청한 직후 나왔습니다.
조 대변인은 특히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엄중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하는 차원에서 미국과 한국은 전방위 외교적 노력과 공조를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조준혁 대변인 / 한국 외교부] “국제사회에서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없는 그런 환경을 조성해야만 북한이 그것을 깨닫고 전략적 셈법을 바꿀 수가 있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은 국제사회와 더불어서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외교적 제반 수단과 전략을 활용해서 압박을 해 나간다는 그런 방침입니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이에 앞서 현지시간 28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 서면증언에서 전 세계 미국 공관에 주재국 정부가 북한의 5차 핵실험을 규탄하고 외교와 경제 관계를 격하해 달라고 요청하도록 공식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러셀 차관보는 아울러 미국의 대북정책은 억지와 압박 그리고 외교라는 3가지 원칙에 기반하고 있다면서 이는 모두 북한의 협상 복귀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조치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의 이 같은 조치가 기본적으로 북한에 어떤 식으로든 타격을 주고 고립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정성윤 박사는 미국의 이번 조치가 북한을 외교적으로 상당히 압박하는 카드가 될 것이라며 미국이 이 카드를 계속 밀고 나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정성윤 박사는 미국이 향후 대북 경제제재 효과와 관련해 중국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다른 압박 수단을 찾고 있다면서 그 중 하나가 바로 ‘외교적 강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이 1990년대 초반 수교를 시작한 유럽의 주요 국가, 대표적으로 영국과 독일로 하여금 북한과의 외교관계 단절을 미국 정부가 요구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정성윤 박사의 설명입니다.
[녹취: 정성윤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외교관계가 단절 혹은 격하되는 국가에는 북한이 노동자를 파견할 수 없게 돼요. 비자 발급이 어렵기 때문에 그래서 북한 내의 통치자금이 유입되는 경로도 일부 차단되는 효과가 있어요. 무엇보다도 북한이 지금 제재에 대한 정당성과 무용론을 국제사회에 호소하고 있는데 이것을 사전에 외교적으로 차단하는 정치적 효과도 있어요.”
정 박사는 하지만 당장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유럽과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 특히 북한 해외노동자들이 많이 파견된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의 국가들이 미국의 요구에 어떤 식으로 응답하는지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편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박인휘 교수는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한국의 동맹으로서 한국 정부가 주도하는 국제 공조체제를 한 단계 높이는 데 대해 협조적 의지를 보이는 조치라고 평가했습니다. 상징적인 의미가 강한 조치라는 분석입니다.
[녹취: 박인휘 교수 /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지금 핵심은 선택적 조항으로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의무적 조항으로 만드느냐 안 만드느냐가 중요해요. 다른 여타 조치들은 상징적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박 교수는 이번 조치가 북한에 어떤 식으로든 타격을 주기는 하겠지만 이로 인해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거나 북한 체제가 붕괴되는 등의 급변사태가 일어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