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북한 정권에는 미래가 없고, 김정은 체제는 내부적으로 썩어 들어가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북한 정권과 사회에 대한 태 전 공사의 증언 내용을, 서울에서 박병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 오랜 해외 생활을 경험하면서 자유민주 체제의 우월성을 실감했고, 한국의 진화하는 민주화 과정을 목격하면서 북한 정권에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태 전 공사는 27일 한국 통일부 기자실에서 가진 공식 간담회에서 이 같이 말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고모부 장성택은 물론 측근도 무자비하게 처형하는 행태를 보고 절망감에 빠져 빨리 한국으로 가서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고 밝혔습니다.
태 전 공사는 북한 김정은 체제가 내부적으로 썩어 들어가고 있고, 김정은은 이를 공포정치로 억누르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녹취: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 “북한 주민들의 이러한 동향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정은은 ‘삼수갑산에서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듣게 해 달라’면서 북한 주민과 간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으며, 조그마한 이상 기미라도 보이면 처형하는 공포선행 통치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간부들은 김정은의 이러한 미치광이 행태를 보면서 태양의 가까이에 가면 타 죽고 너무 멀어지면 얼어 죽는다는 속생각을 하면서 기회주의적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태 전 공사는 김정은까지 겪고 본 북한 주민들은 물론 엘리트층도 북한의 세습체제에는 미래가 없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태 전 공사는 이어 북한 주민들에게 김정은을 쳐내고 통일을 앞당기자고 호소했습니다.
[녹취: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 “북한에 계시는 주민 여러분, 쭈뼛거리지 말고 김정은에 반대하여 모두 들고 일어날 때 김정은의 노예제도는 물 먹은 담벽처럼 허물질 것입니다. 북한의 간부 여러분, 김정은의 공포에 눌려 숨죽이고 살지 말고 김정은을 가볍게 쳐내고, 통일된 나라에서 다같이 행복하고 자유롭고 삽시다.”
태 전 공사는 또 북한 ‘김씨 일가 3대세습’의 허구성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북한 사회가 김정은 시대에 와서는 지금까지 유지되던 명분과 정체성을 잃었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과 김정은 현 국무위원장의 권력승계는 전혀 차원이 다르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 “2008년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질 때까지 김정은의 존재를 알고 있는 북한 사람은 얼마 없었습니다. 저도 몰랐습니다. 누구도 모르는 김정은 자기 아들을 베일에서 꺼내 후계자로 내세웠습니다. 결국 오늘 현 시점까지도 김정은은 명분과 정체성이 뚜렷하지 못합니다. (집권 5년차까지 생모를 떳떳이 밝히지 못하는) 이것이 김정은의 백두혈통의 허구성입니다. ”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의 중국 방문과 관련해 핵무기라는 걸림돌 앞에서 김정은의 바람은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중국의 뺨을 친 것이나 마찬가지며 중국이 김정은의 방중을 초청하게 되면 이는 핵무기 포기에 대한 답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인데 북한으로서는 이에 응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편 태 전 공사는 북한에 있을 때 김정일의 처조카인 이한영 씨가 한국에서 피살된 상황을 지켜 봤지만 자신은 김정은의 테러가 두렵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자신은 통일의 제단에 바쳐진 몸인데 만약 김정은에게 테러를 당한다면 그것이 기폭제가 돼 더 많은 동료들이 통일운동에 동참함으로써 ‘통일의 그날’이 앞당겨질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박병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