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한국에 망명했던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가 오늘(27일) 서울에서 첫 기자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태 전 공사는 북한 김정은 정권이 내년까지 핵 무기 개발을 완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에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북한 정권이 내년 말까지 핵개발을 완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핵 질주를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태 전 공사는 27일 서울에서 가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고 자신은 김정은 정권을 붕괴시키고 민족을 핵 참화에서 구해야겠다고 생각해 망명하게 됐다고 강조했습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이 김일성, 김정일 역대 정권에서 핵 개발을 중단한 적이 없었다며 김정일 시대 땐 한반도 비핵화라는 거짓 외피를 쓰고 핵 개발을 은밀하게 진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있는 한 1조 달러, 10조 달러를 준다고 해도 북한은 핵 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한국이나 국제사회의 대북 전문가들이 압박과 제재의 강경 모드를 주장하거나 압박의 효과가 별로 없는 만큼 인센티브 등 대화 모드로 전환해야 한다는 등의 논의가 있지만 북한은 핵무기를 그 어떤 조건에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태 전 공사는 김 위원장이 핵-경제 병진노선을 당 정책으로 공식 채택했지만 경제는 세계와 주민을 속이기 위한 것이고 사실상 핵 최우선 정책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내년을 핵 개발 완료 시점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선 한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고 미국에선 대선 이후 정권 인수가 진행되는 내년 말까지를 적기로 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이나 한국이 이 같은 정치 일정 때문에 내년엔 북한의 핵 개발을 중지시킬 수 있는 물리적 군사적 조처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설명입니다.
또 북한으로선 서둘러 핵 개발을 완성함으로써 미국과 한국의 새 행정부와 새로운 대화를 시작하겠다는 의도도 함께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태영호 전 공사] “핵동결의 제재 해제, 한미 합동군사(훈련) 해제와 같은 이러한 북한의 요구 사항을 들이대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전략이라고…”
태 전 공사는 또 올해 두 차례 핵실험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대북 제재 결의가 채택돼 김정은 정권이 상당한 위기에 몰렸다고 밝혔습니다.
태 전 공사는 김 위원장이 올 초 평양 려명거리 공사에 나서면서 당 창건일인 10월 10일까지 완성해 대북제재가 물거품임을 보여주라고 했지만 완성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태 전 공사는 대북제재의 효과를 판단할 때 경제적인 숫자만 보는 건 문제라고 짚기도 했습니다.
태 전 공사는 대북 제재를 통해서 북한 주민들 심리가 어떻게 변하는가 그리고 대북 제재가 김정은 경제 정책을 어떻게 파탄으로 몰아가는지 등을 감안해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개성공단 같은 경제특구가 제재 등으로 제대로 가동되지 않을 때 대북 제재 효과는 심화하고 주민들이 상당한 동요를 느끼게 된다고 밝혔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인권압박에 대해서도 북한 외교 전반을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태 전 공사는 북한 외교관에게 북한의 핵 개발 배경 등에 대해 물어보는 이들이 있지만 인권문제만큼은 북한을 옹호하는 나라가 없다며 인권 문제는 논의하면 할수록 북한이 수세적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유엔총회가 최근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 ICC에 회부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한 데 대해 김 위원장의 이름이 결의안에 담겨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태 전 공사는 북한 주민이 ICC를 모르지만 김 위원장이 재판에 넘겨진다는 소문이 북한 내부에 들어가면 김 위원장이 범죄자이고 미래가 없음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태 전 공사의 이날 기자 간담회는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1997년 기자회견 이후 20년만의 고위급 탈북민의 공개 적인 언론 접촉이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