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또 절뚝거리며 걷는 모습이 북한 관영매체에서 방영됐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14년에도 발목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 때문에 발목에 또 다시 이상이 생긴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가 17일 방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강원도 시찰 장면을 담은 기록영화에서 김 위원장이 왼쪽 다리를 절뚝거리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기록영화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달 강원도에 있는 ‘12월6일 소년단야영소’와 원산구두공장, 원산국민발전소 등을 둘러보는 과정에서 유독 계단을 오를 때 다리를 땅에 제대로 딛지 못하고 부자연스럽게 걸었습니다.
김 위원장이 오른쪽 다리에 체중을 더 많이 실으면서 걷는 점으로 미뤄 왼쪽 다리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입니다.
한국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18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조선중앙TV'가 공개한 강원도 방문 기록영화에는 다리를 저는 모습이 있지만 그 뒤 며칠 사이엔 그렇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것도 있다며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준희 대변인 / 한국 통일부] “지금 현재로서는 김정은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속단하는 것은 이르지 않느냐 그렇게 보고요. 관련 상황들을 앞으로도 계속 예의주시해야 될 필요가 있습니다.”
올해 33살로 추정되는 김 위원장은 지난 2014년 7월에도 다리를 절뚝거리는 모습이 방송에 노출됐습니다. 당시 `조선중앙TV'가 생중계한 김일성 주석 20주기 중앙추모대회 영상에서 김 위원장은 다리를 절며 주석단으로 이동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후에도 한동안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생산현장과 군 부대를 다녔습니다.
같은 해 9월 25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2차 회의에 불참하고 10월 10일 매년 해오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를 하지 않아 건강이상설까지 불거졌습니다.
그러나 얼마 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김 위원장이 지팡이를 짚은 모습이 담긴 사진이 나오면서 건강이상설은 수그러들었습니다.
당시 한국의 국가정보원은 김 위원장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기간에 발목에 생긴 물혹 제거 수술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국가정보원은 김 위원장이 수술을 받았지만 고도비만과 지나친 흡연 때문에 재발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의 발목 이상이 재발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이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제기될만한 장면을 방송으로 내보낸 데 대해 ‘김정은식 선전기법’이라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선대 지도자 때는 우상화, 신격화 차원에서 최고 지도자의 불편한 몸을 공개하는 것을 극구 꺼렸습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입니다.
[녹취: 안찬일 소장 / 세계북한연구센터] “인간적인 풍모, 인민사랑, 애민정치가 김정은의 트레이드 마크니까 숨기는 것 보다 공개하고 그것을 통해서 오히려 득을 얻고자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김 위원장이 연초 신년사에서 `인민제일주의'를 강조하며 자책성 발언을 한 연장선상에서 이런 영상을 내보낸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전현준 원장입니다.
[녹취: 전현준 원장 /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 “본인은 노심초사 국가와 인민을 위해서 일하다가 병을 얻은 것이고 이런 것들은 역시 같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 관료나 주민들이…그래서 동정심을 유발하는 것이고 책임을 분담하는 그런 선전선동술책이라고 볼 수 있죠.”
김 위원장이 자신의 희생을 부각시켜 지도층과 인민들의 자기 비판과 충성을 이끌어내려는 의도라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