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근무하는 북한의 모든 외교관의 자녀 중 한 명은 북한에 볼모로 잡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7월 한국으로 망명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는이 때문에 많은 북한 외교관들이 선뜻 망명 결심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는 거의 모든 북한 외교관들의 자녀 중 한 명은 평양에 인질로 잡혀 있다고 폭로했습니다.
태 전 공사는 25일 서울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신은 운 좋게 두 아들을 모두 데리고 올 수 있었지만 대다수 북한 외교관들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녹취: 태영호 전 공사 /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Almost Korean diplomats are force to leave…”
태 전 공사는 북한 김정은 정권이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까지 이용해서 정권을 유지하려 한다면서 이 같은 이유로 수많은 북한 외교관들이 망명 결심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태 전 공사는 자신이 망명을 결심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자녀들 때문이었다며, 영국 사회와 경제를 접한 자녀들이 북한에서 배운 것과 많은 게 다르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여러 의구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예를 들어 왜 북한에서는 인터넷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는지, 왜 북한에서는 재판 없이 공개처형이 실시되고 왜 적절한 법적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는지 등에 대해 태 전 공사에게 계속 질문을 했다는 겁니다.
태 전 공사는 이런 의구심과 ‘왜’라는 질문이 쌓이면서 자녀들에게 결국 진실을 말해줄 수 밖에 없었고 이런 진실을 알고도 북한에 돌아간다면 남은 삶이 불행하게 될 것이라는 것도 깨달았다고 말했습니다.
누구든지 자신의 삶이 노예의 생활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끔찍할 수밖에 없다고 태 전 공사는 지적했습니다.
[녹취: 태영호 전 공사 /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If any human being know that…”
태영호 전 공사는 또 자녀들이 영국인 친구들로부터 북한에 ‘평등’이 존재하느냐, 북한 공공장소에서는 금연이라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왜 아무데서나 담배를 피우느냐, 머리를 기르면 북한에서는 체포해 가느냐 등의 조롱 섞인 질문을 받았다면서 이런 환경 때문에 자녀들이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습니다.
태 전 공사는 그 후 망명을 결심하고 영국주재 북한대사관에서 나오면서 자녀들에게 ‘이제 노예사슬을 끊어주니 너희들은 자유롭게 살라’고 말했다며 현재 아들들은 한국에서 진정한 자유를 만끽하며 지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태 전 공사는 자신의 큰 아들은 한국 나이로 27살, 작은 아들은 20살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태 전 공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형인 김정철과 관련해서는 정치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로지 음악, 유명 기타 연주자인 ‘에릭 클랩턴’에만 관심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태 전 공사는 지난 2015년 김정철이 영국 런던의 ‘에릭 클랩턴’ 공연장을 찾았을 때 동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을 모았습니다.
한국에 온 탈북민 가운데 김정철을 직접 만난 사람은 태 전 공사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한상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