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 살해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사망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레이시아 당국이 발표했습니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또 아직 가족으로부터 시신 인도 요구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윤국한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말레이시아 당국이 김정남 씨 암살 9일째를 맞은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 씨에 대한 부검 결과 등에 대해 밝혔습니다.
말레이시아 보건부의 누르 히삼 압둘라 국장은 이날 시신이 안치된 쿠알라룸푸르 종합병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 씨의 사망 원인을 아직 규명하지 못 했다"고 말했습니다.
누르 국장은 부검 결과 "심장마비의 증거가 없었고, 시신에 외상이나 뚫린 흔적도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독극물에 중독된 조짐이 있느냐는 물음에, "사망 원인을 밝혀낼 수 있는 전문가들에게 의학 표본을 보낸 상태"라고 대답했습니다.
이어 김 씨에 대한 부검은 "수사를 맡은 경찰 당국이 전 과정을 지켜보는 가운데 자격을 갖춘 경험 있는 법의학과 병리학 전문가, 법의학 방사선 전문의, 법의학 치의학자가 진행했다"고 누르 국장은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신 컴퓨터 단층촬영과 내외부 부검, 법의학 치과검사를 거쳤으며 모든 과정은 국제 기준에 따라 전문적으로 진행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누르 국장은 이날 회견에서 사망자를 '김철'로 지칭했으며 아직 DNA 샘플을 제출한 사망자의 친족이나, 시신 인도를 요구한 가족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들과 일부 외신들은 김정남 씨의 아들인 김한솔 씨가 현재 거주 중인 마카오에서 시신 확인을 위해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다고 보도했지만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는 수사 상황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낸 지난주 강철 북한대사의 성명에 대해 "외교적으로 무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나집 총리는 말레이시아 당국이 이번 사건을 객관적으로 조사하고 있다며, 경찰의 수사 결과를 "절대적으로 확신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강철 대사는 지난 17일 성명을 통해 말레이시아 당국이 북한 측의 동의와 증인 없이 시신을 부검했다며, 부검 결과를 전면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강 대사는 또 자신의 즉각적인 시신 인도 요구에 대해 말레이시아 당국이 사망 원인을 밝히는 것과는 무관한 이유로 요구를 거부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발행되는 유력 매체가 이날 김 씨 살해 사건을 북한 정권의 소행으로 단정하면서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태국의 `방콕포스트' 신문은 `용납할 수 없는 북한'이란 제목의 21일자 사설에서, "북한 공작원들이 다시 한 번 동남아에서 긴장과 분노를 유발했다"며 "이번에는 말레이에 피를 뿌렸고, 김정남 살해는 단순한 외교 사안을 초월한 사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신문은 국제사회의 범법자인 북한이 아직도 문명국가로 대접받고 있는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놀란다며, 태국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아세안이 일말의 법치도 거부하는 북한에 대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윤국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