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김정남 씨의 아들 김한솔이 사건 발생 뒤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처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김한솔은 아버지가 살해됐으며 지금은 가족과 함께 대피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피살 사건 발생 24일 만에 숨진 김 씨의 아들 김한솔이 인터넷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에 8일 올려진 ‘KHS 비디오(video)’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통해서였습니다.
[녹취: 김한솔/ 김정남 아들] “My name is Kim Han-sol from N.Korea, part of the Kim family. Here is my passport…"
이 동영상에 혼자 모습을 드러낸 청년은 자신을 북한 출신인 김한솔이며, 김일성 가족의 일원이라고 소개하면서 신분을 증명하기 위해 여권을 꺼내 들기도 했습니다.
다만 여권의 신상정보가 적힌 페이지를 펴 드는 장면은 ‘가려지는 화면 처리’가 돼 여권 내용을 확인할 순 없었습니다.
이 청년은 차분한 어조로 40초쯤 한 영어 발언에서 아버지가 며칠 전 살해됐고 자신은 지금 어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있다며 지금의 상황이 나아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청년이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 맞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김한솔은 또 이 동영상 말미에서 자신을 도와 준 단체에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이 단체는 이 영상의 게시자로 등록된 ‘천리마민방위’일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천리마민방위’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지난달 김정남 피살 이후 그의 가족에게서 도움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와 재빨리 그들을 만나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함께 긴급한 시기에 한 가족의 인도적 대피를 후원한 네덜란드 정부와 중국 정부, 미국 정부, 그리고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또 다른 정부에게 감사를 표한다며 특히 주한 네덜란드대사에게 특별한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김정남 씨 가족의 현재 행방이나 탈출 과정에 대한 사항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천리마민방위’라는 단체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는 생소한 이름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단체가 북한 엘리트와 주민들의 도피와 망명을 돕고 김정은 체제에 저항하기 위해 새로 만들어진 민간단체일 가능성과 실재하지 않은 유령단체일 가능성 등 엇갈린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김한솔이 동영상에서 모습을 보인 배경에 대해선 자신과 가족들의 신변안전을 도모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동국대 북한학과 고유환 교수입니다.
[녹취: 고유환 교수/ 동국대 북한학과] “북한 관할에서 벗어났다는 의미일 거에요. 본인의 현재 위치가 이제 사실상 망명자의 신분으로 바뀌었다는 의미일 수 있을 거에요. 그런데 국제사회에서 상당히 관심을 갖고 있으니까 자기 존재를 알리고 보호받고 싶은 거겠죠.”
익명을 요구한 탈북민단체 대표는 김정남 피살 사건에 대해 북한이 심장마비로 인한 자연사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김한솔이 이를 반박하기 위한 후속 영상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김한솔은 그동안 마카오에서 어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중국 당국의 신변 보호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고, 김정남 피살 사건 이후엔 아버지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말레이시아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습니다.
한국 정보 당국은 김한솔 가족의 도피 경로와 ‘천리마민방위’가 어떤 단체인지 등을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