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국의 인도적 지원단체와 종교단체의 방북을 잇달아 거부했습니다.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에 따른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와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태도를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5일 유엔의 대북 제재와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태도를 이유로 대북 인도지원 단체의 방북을 거부했습니다.
대북 지원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강영식 사무총장은 5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달 26일 한국 정부의 대북 접촉 승인을 받고 북한 측에 팩스로 사업 진행과 관련한 협의사항들을 보냈지만 공식적인 답이 없었고, 우회적으로 거부 의사를 전달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강 사무총장은 북한이 지난 2일 이뤄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와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태도를 문제 삼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영식 사무총장 /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최근 남북관계 정세라든지 유엔 대북 제재에 대한 북측의 반발로 민간교류가 재개되기 쉽지 않은 상황인 것 같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에 앞서 지난 3일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북한의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채택된 유엔 안보리 새 대북 제재 결의를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강 사무총장은 이에 따라 이번 주 예정했던 말라리아 방역 물자 반출과 한국 측 대표단의 방북을 당분간 연기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당초 오는 7일이나 8일쯤 경의선 육로를 통해 개성으로 말라리아 방역 물자를 전달할 계획이었습니다. 또 오는 10일쯤엔 방북단을 꾸려 평양에서 추가 사업을 논의할 방침이었습니다.
북한은 한국 종교단체들의 방북도 거부했습니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는 5일 북한 측의 팩스를 전달받았다며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를 한국이 적극 지지한 상황에서 남북이 얼굴을 맞대고 평화를 논의하는 건 시의적절치 않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습니다.
천주교와 개신교, 불교, 원불교 등 7개 종교가 회원 종단으로 참여하는 한국종교인평화회의는 최근 통일부에 방북 신청서를 제출해 지난 2일 승인받았습니다.
개신교 교단협의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도 같은 내용의 팩스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오는 10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방북을 추진해왔고 통일부의 대북 접촉 승인은 아직 받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이와 함께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가 최근 통일부의 대북 접촉 신청을 승인 받고 추진해 온 6·15 남북 공동행사도 행사 장소를 놓고 북한 측과 이견을 빚었습니다.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관계자는 북한 측에 개성에서 개최하자고 제안했는데 북한 측은 경의선 통행이나 통관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아 개성 개최는 어렵다며 당초 제안했던 평양 개최를 거듭 주장했다고 말했습니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는 이에 따라 6·15 남북 공동행사를 평양에서 열자는 북측 주장을 수용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개성보다 평양이 정치적 논란을 불러 올 가능성이 큰 장소라는 점에서 이 행사도 자칫 원만하게 추진되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이처럼 민간단체 교류 재개가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하면서 향후 다른 단체들의 교류 사업들도 전망이 불투명하게 됐습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강영식 사무총장입니다.
[녹취: 강영식 사무총장 /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일단 민간 차원의 교류부터 재개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을 했는데 여전히 당국 간 관계가 꽉 막혀서 민간 교류가 재개되기 어려운 데 대해서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가 민간단체의 대북 접촉을 승인한 것은 지난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처음이었고 문재인 새 정부가 남북 민간 교류 재개에 유연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첫 조치였기 때문에 주목을 받았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5일 ‘겨레의 숲’ 등 민간단체의 대북 접촉 4건을 추가로 승인해 새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대북 접촉 승인 건수는 모두 15건으로 늘어났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