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시험발사에 대해 강력한 제재로 대응하겠다면서도 대화와 교류의 문은 열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참여 속에 평창 동계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발사에도 대화의 문을 열겠다는 대북정책 기조엔 변화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덕행 통일부 대변인의 5일 정례 기자설명회 발언 내용입니다.
[녹취: 이덕행 대변인 / 한국 통일부]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북한 핵 문제를 또 평화적으로 풀고 동시에 남북관계도 발전적으로 가져가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강하게 압박 제재를 하면서도 대화의 문을 열겠다는 기존 구상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에 따라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이나 응원단을 참가시켜 남북화해의 전기를 마련하려는 노력도 지속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지원위원회에서 얼음 밑에서도 강물은 흐르는 것처럼 체육 활동을 통한 화해와 협력 분위기 유지는 절실하다며 북한의 참여를 다시 한 번 제안하고, 이를 위해 한국 정부는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앞서 북한 태권도시범단과 함께 한국을 찾았던 북한의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 IOC 위원은 최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정치군사적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며 스포츠로 남북관계 물꼬를 트려는 한국 측의 기대를 천진난만하기 짝이 없는 생각이라고 깎아 내렸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한국 정부로선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찾아보자는 게 기본취지라며, 북한도 한국 정부의 이런 취지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남북관계의 호전이 북한이 주장하는 정치군사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는 한 문재인 정부의 이런 노력이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장웅 위원의 발언이 남북교류를 바라보는 남북한 간 인식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은 비정치적 분야에서의 남북 교류를 통해 기본적인 신뢰를 만들고 이후에 정치군사적 영역으로 신뢰의 폭을 넓히자는 구상이지만 북한은 외교안보 문제는 미국과 협상하고 한국과의 관계는 경제적 실리에만 초점을 맞추는 이분법적 접근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북한이 전략적 도발을 감행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로선 대화의 속도와 교류의 폭을 조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양 교수는 지금은 북한의 추가 도발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는 큰 틀의 원칙을 유지하되 북한의 도발을 자제시키고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물밑접촉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녹취: 양무진 교수 / 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의 6차 핵실험, 그리고 제2, 제3의 화성-14 실험을 막기 위한 차선책의 목표를 갖고 빨리 물밑접촉을 해서 대화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시급한 과제다 저는 그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조한범 박사는 핵과 미사일 보유를 향한 북한의 질주가 계속될수록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효과를 볼 여지는 좁아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 한국 통일연구원] “어떻게든 남북관계에서 여지를 만들어보려 했던 문재인 정부의 노력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고요. 북한이 선 핵 보유 의사를 명백히 하고 있기 때문에 물밑접촉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선 북한이 핵 문제에서 어느 정도 해법을 마련해주지 않는 한 남북 교류의 영역을 마련하기 어려운 것이고 또 물밑접촉의 효과도 미지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 박사는 북한이 한국의 이런 고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핵무기 실전배치를 향해 나아간다면 한국 내부에선 남북관계 회복 보다는 자위적 차원의 핵무장 검토 여론이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