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직 관리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대북 정책에 있어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다른 목소리를 낸 데 대해 엇갈린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굿캅, 배드캅’ 전략이라는 일각의 분석에도 의견이 나뉘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에 대화를 종용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와일더 전 선임보좌관] “I do believe it’s a presidential strategy. I think he is showing the North Koreans that if they don’t negotiate with Tillerson, then they have to deal with him. And that he will be much more difficult than Tillerson…”
와일더 전 선임보좌관은 2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대화를 하지 않는다면 그 다음 상대가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될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틸러슨 장관보다 자신이 더 상대하기 힘들며 자신의 해결책 또한 북한이 선호할 만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나타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따라서 틸러슨 장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전략을 잘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와일더 선임보좌관은 밝혔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사 역시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에 대한 실망감 표출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습니다.
올해 북한이 감행한 도발적인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인해 모두가 갖고 있는 실망감을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드러낸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일 자신의 트위터에 “훌륭한 국무부 장관인 렉스 틸러슨에게 그가 ‘꼬마 로켓맨’과 협상을 시도하는데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었습니다.
이 같은 발언은 틸러슨 장관이 전날 북한과의 두세 개 채널을 열어두고 있으며, 북한과 대화할 수 있고 대화하고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한 반응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이 각각 ‘착한 경찰’과 ‘나쁜 경찰’ 역할을 나눠 맡는 ‘굿캅, 배드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거칠 게 북한을 몰아붙이고 틸러슨 장관은 북한을 달래면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불러낸다는 전략입니다.
하지만 수미 테리 전 백악관 보좌관은 이런 해석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테리 전 보좌관] “I do think premature engagement with the North is not productive when the North is not ready to discuss denuclearization. That said, President Trump's tweet is so over the top that it undercuts his own Secretary of State and I don't think that is helpful…”
테리 전 보좌관은 북한이 비핵화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의 성급한 관여는 생산적이지 않다고 전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발언은 자신의 국무장관을 깎아 내린다는 점에서 매우 과장됐고 도움이 되지도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틸러슨 장관의 발언 자체가 실제 대화에 큰 비중을 둔 게 아닌데, 트럼프 대통령이 다소 과하게 반응했다는 지적입니다.
테리 전 보좌관은 특히 틸러슨 장관이 언급한 북한과의 직접적인 대화 채널 유지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테리 전 보좌관] “We need to maintain pressure on N Korea via enforcement of sanctions, etc., but at the same time, we need to maintain communications line as well to prevent a serious misunderstanding leading to war…”
제재 단속 등을 통해 북한을 압박해야 하지만 동시에 심각한 오판이 전쟁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대화 창구는 유지해야 한다는 겁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발언을 특별한 전략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스 전 실장] “I think this was a case where the president publically and deliberately undermine his Secretary of State…”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이고 의도적으로 자신의 국무장관을 깎아 내렸다는 점에서 ‘굿캅, 배드캅’은 현명한 해석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전직 관리들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발언이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완전히 닫은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녹취: 와일더 전 선임보좌관] “There’s room for negotiation the stance the policy of the United States remain the negotiation. But what the president is saying that if the negotiation fails, what comes next will be terrible for the North Korean leader…”
와일더 전 선임보좌관은 여전히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가 대화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가 실패할 경우 그 다음에 이어질 결과가 북한 지도부에게는 최악이라는 점을 말하고자 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사도 미-북 간 대화 가능성은 아직 열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사는 “(북한과의 대화가) 틸러슨 장관의 제안처럼 미국과의 대화에 돌입하고자 하는 북한의 의지에 상당부분 달려 있다”면서 “미국이 요구하는 건 대화 때 북한이 미사일 발사나 어떤 핵실험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북한은 대화 테이블에 자신들의 안보 우려와 다른 문제들을 내놓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리스 전 실장은 틸러슨 장관이 북한과의 대화 시도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스 전 실장] “I think the secretary is probably going to continue on the chosen path
개인적으로 북한의 탄도미사일이나 핵 무기에 있어서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진 않지만 틸러슨 장관으로선 좀 더 긴 시간 대화라는 선택지를 찾아 나설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다만 리스 전 실장은 틸러슨 장관이 사임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리스 전 실장] “This type of public rebuke by White House of a cabinet officer has happened in the past but never quite as loudly, or as definitively as a president Trump has done on this occasion…”
백악관 내각의 공개적인 질책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처럼 큰 소리로 또 분명하게 이뤄진 적은 없었기 때문에 (틸러슨 장관이) 사임할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리스 전 실장은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