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불법 구금 실태가 예상보다 심각하다고 지적하는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정치범 수용소뿐 아니라 일반 교화소에도 정치범들을 수감하고 있다는 건데요, 이연철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이 정치범 수용소인 관리소뿐 아니라 일반 구금 시설인 교화소에도 상당수의 정치범들을 수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는 26일 발표한 북한의 교화소에 관한 보고서에서, 량강도를 제외한 북한의 모든 지방에 적어도 한 개 이상의 교화소가 있으며, 여기에는 일반 범죄자들뿐 아니라 많은 정치범들이 수감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인 관리소에 수감된 사람들을 포함시키지 않더라도, 북한은 전 세계에서 정치범이 가장 많은 나라들 가운데 하나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단체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의 말입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북한에는 정치범 관리소의 최소한 12만여 명 뿐만 아니라 정치범들이 다른 구금시설에도 수감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의 불법적인 구금의 규모가 생각보다 훨씬 더 크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보고서는 12호 전거리교화소와 1호 개천교화소 등 확인된 교화소가 6곳, 그리고 신의주교화소와 사리원교화소 등 아직 확인되지 않은 교화소가 19곳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교화소에 수감된 인원이 몇 명인지, 그 중에 정치범은 어느 정도나 되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할 능력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북한 주민들이 범죄로 간주될 수 없는 범죄 혐의로 이들 교화소에 수감돼 자유를 박탈당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보고서는 강조했습니다.
보고서는 서울에서 직접 청취한 탈북자들의 증언과 위성사진 분석을 비교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북한의 형법을 검토한 결과 교화소에 수감된 사람들 중 상당수가 정치범이라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형법에는 전 세계적으로 인정된 범죄를 금지하는 규정 이외에도, 사상과 표현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 이동의 자유 같은 일반적으로 기본 권리로 간주되는 행동을 범죄시하는 조항들도 많다는 겁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함경북도에 있는 12호 교화소인 전거리교화소에 수감된 여성 수감자들도 정치범이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12호에 수감된 1천여 명의 여성 수감들 중에 800여 명은 강제 북송을 당한 여성들입니다. 그러니까 1951년 유엔난민조약에 따르면 그렇게 강제북송을 당했다가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수감돼 있기 때문에 분명히 정치범이거든요.”
보고서는 북한 형법을 보면 북한 정권이 주민들에게 복종을 강요하기 위해 법률 체계를 이용하는 것이 얼마나 쉬운지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교화소에서도 정치범수용소인 관리소에서와 마찬가지로 가혹한 여건 아래 강제 노동이 강요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매우 부적절한 식량 배급으로 수감자들이 만성적인 기아와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으며, 노동은 매우 고되고 때로 위험한 수작업을 수반한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의약품과 치료 시설 부재가 더해지면서 매우 많은 사람들이 수감 중 사망한다며, 이렇게 사망한 수감자들 시신은 수감 시설 인근에 버려진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