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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60일 넘게 도발 중단한 적 있어...전문가 “확대 해석 말아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화성-12 발사 현장에서 발사 성공에 환호하는 북한군 지도부에 손을 흔들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화성-12 발사 현장에서 발사 성공에 환호하는 북한군 지도부에 손을 흔들고 있다.

북한이 60일째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같은 도발을 하지 않으면서 일각에선 미국이 제시한 ‘60일 도발 중단’ 제안에 응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난해에도 북한이 긴 시간 도발을 중단한 전례가 있는 만큼 해석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도발이 60일 넘게 잠잠했던 시기는 지난해에도 있었습니다.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핵 실험 등 도발을 가속화했던 지난해 초를 기점으로 북한은 짧게는 5일, 통상 20일 내외 간격을 두고 자신들의 무기를 실험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평북 방현 비행장에서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한 후 올해 2월 같은 장소에서 북극성 미사일을 시험발사하기까지 북한은 110여일간 도발을 하지 않았었습니다.

시기만을 놓고 볼 때 공교롭게도 북한의 도발이 60일째 이어지지 않고 있는 현 시점과 비슷한 때입니다.

북한은 또 올해 5월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이후 첫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던 7월4일 사이 40일 가까이 잠잠했었고, 지난해 9월과 10월 사이에도 비슷한 기간만큼 도발을 중단한 적이 있습니다.

그밖에 지난해 4월28일과 5월31일의 탄도미사일 발사 사이 간격인 33일, 올해 7월28일부터 8월26일 사이의 29일, 그리고 3월18일과 4월15일 사이의 28일이 그 다음으로 긴 공백기였습니다.

지난해는 첫 번째 탄도미사일 발사부터 마지막 탄도미사일 발사가 이뤄진 224일 동안 평균 15일에 한 번 꼴로 도발이 있었고, 올해는 215일 동안 평균 14일에 한 번씩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이 감행됐습니다.

이런 사실로 미뤄볼 때 ‘60일 도발 중단’은 공백기가 두 번째로 길고, 이 때문에 다소 이례적으로 해석될 여지는 충분합니다. 그러나 10월부터 2월 사이 도발을 하지 않았던 과거 전례와 비교한다면 큰 의미를 두기에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스티븐 노퍼 코리아소사이어티 부회장은 1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무기 실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통상 4분기는 조용하게 지나갔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노퍼 부회장] “So one needs to remember that there are important events…”

이와는 대조적으로 새해가 시작된 직후, 특별히 1월6일과 9일 사이를 비롯해 2월 초, 4월 등 북한의 활동이 활발했던 시기가 있었다는 겁니다.

따라서 이번 ‘60일 도발 중단’을 북한이 대화에 나서고자 하는 신호로 볼 수 있지만, 동시에 이 기간 북한이 무기 실험을 잘 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이를 과장해서 해석하고 싶진 않다고 노퍼 부회장은 말했습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북한이 진지한 토론이나 6자회담 재개에 관심이 있다면 선의의 제스처로 협상 기간 동안 미사일과 핵 실험을 유예할 것이라는 점과 비핵화를 논의할 준비가 됐다는 사실을 발표하면 그만”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60일 도발 중단’에 대한 확대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핵 실험 등을 정치적인 목적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과거에도 끊임 없이 제기됐었습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이 같은 사실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This is not an effort to get our attention, this is not an effort to somehow provoke us…”

미국의 관심을 끌거나 어떤 방식으로든 미국에 도발하거나 화를 돋우려는 게 아닌, 무기 실험을 위한 군사적 행동이라는 겁니다.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에 실패하면 또 다시 발사를 하고, 핵 실험 역시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이를 반복하는 점을 우리가 자주 목격해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목적은 핵 무기를 미사일에 장착하겠다는 것으로 귀결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 역시 올해 국제전략연구소(IISS) 토론회에서 북한의 잇따른 무기실험을 군사적 의도와 연결시켰습니다.

[녹취: 차 석좌] “The pace of testing clearly suggests…”

무기실험 속도로 볼 때 외부 세계의 도움을 바라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군사 프로그램이라는 게 명백하다는 겁니다.

특히 이를 근거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통치하던 1994년부터 2007년 사이 북한은 한 번의 핵실험과 17번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했을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2008년 1월 이후 현재까지 5번의 핵실험과 80여발이 넘는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렸습니다. 이중 상당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집권시기에 집중돼 있습니다.

앞서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최근 비공개로 열린 간담회에서 북한이 60일 동안 도발을 멈추면 이를 대화를 재개할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또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이 같은 주장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치면서 미국이 조만간 북한과 대화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다만 틸러슨 장관은 북한과의 대화가 협상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협상을 위해선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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