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정해진 수순에 따라 미 본토 타격 역량을 갖추려는 시도로 해석했습니다. 제재가 작동한다는 신호라며 더욱 거센 대북 압박이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발사가 트럼프 행정부의 테러지원국 재지정에 따른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자누지 대표] “But the underline dynamic is that North Korea wants to…”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 재단 대표는 29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테러지원국 지정이 이번 발사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지만, 기본적인 원동력은 ‘안전보장’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ICBM 완성이 체제 안전을 보장하고 미국과 마주앉아 대화를 할 수 있는 계기로 이어질 것으로도 생각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북한은 ICBM을 발사한 당일 국가성명을 통해 핵 무력을 완성했다는 내용을 발표했는데, 이는 미국에게 보내는 신호였다고 자누지 대표는 분석했습니다.
[녹취: 자누지 대표] “They are signaling to the United States…”
핵을 완성했고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라는 내용으로 미국에게 대화 제안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책으로 ‘압박’을 내세우면서, 이런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으려는 의사가 분명한 상황이라고 자누지 대표는 말했습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연구원 역시 이번 발사의 배경에 복합적인 요인이 있다고 전제했습니다.
[녹취: 매닝 연구원] “I think it was a combination of factors…”
그러나 근본적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의 도시를 수소폭탄으로 공격할 수 있는 사용 가능한 ICBM을 하루 빨리 갖고자 하며, 이 목표에 따라 이번 발사가 이뤄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미국의 대북 압박과 함께 무자비한 군사활동과 훈련 등이 북한에 어느 정도의 시급성을 만들었으며, 테러지원국 지정 역시 과거와 다른 시기에 미사일이 발사되도록 했을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했습니다.
앞서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비공개로 열린 간담회에서 북한이 60일 동안 도발을 멈추면 이를 대화 재개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또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이 같은 주장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치면서 미국이 북한과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마지막 발사일로부터 75일 만인 28일 전격적으로 ICBM을 발사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조지타운대학 전략연구센터(CSS) 부소장도 북한의 이번 발사를 ‘목표’라는 관점에서 해석했습니다.
이번 시험발사가 무기 프로그램을 진전시키기 위한 목적이 있었거나, 북한 정권이 이번 발사를 통해 얻는 이득이 있다고 믿었을 수 있고, 그게 아니라면 단순히 내부 정치적 목적이 있었을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이 중 정확히 어떤 이유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북한이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에 화가 났고, 불만을 외부로 표출하기 위해 미사일을 쐈다는 해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때때로 북한이 도발할 땐 미국을 의식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도 이 같은 지적에 동의했습니다.
[녹취: 에버스타트 연구원] “We tend to wish to look at…”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북한의 도발을 종종 미국 중심적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이번 미사일 발사도 미국에 보내는 신호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신호일 수도 있지만, 여전히 다른 가능성이 많이 존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때문에 기술적인 이유를 비롯해 내부 정치적인 목적이 배경이 됐을 수 있는 등 당장 정확한 원인을 찾는 건 쉽지 않다고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밝혔습니다.
다만 북한 입장에서 본다면 ICBM의 역량을 확인하고, 완성하기 위해 이를 시험하는 건 필수적인 일이라며 무기 시험의 일환이라는 해석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 역시 여러 가능성 가운데 '중국'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녹취: 와일더 전 보좌관] “I think it had to do…”
중국이 북한에 제재를 가하고 있고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인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부장의 방북 역시 북한에 대한 중국의 강경 입장을 확인하는 선에서 그쳤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어차피 ICBM을 완성해야 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입장에선 핵 무력을 달성했다는 성명이 필요하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와일더 전 보좌관은 설명했습니다.
와일더 전 보좌관은 따라서 현 시점에서 중국 등의 참여로 대북 제재는 작동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와일더 전 보좌관] “He is trying to…”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제재가 아무리 강력해도 자신에게는 소용이 없다는 점을 보여주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그 반대라는 겁니다. 또 ICBM 발사와 같은 행동을 통해 제재를 무력화시키려는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와일더 전 보좌관은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또 이 때문에 미국 정부가 원유 공급을 끊는 것을 포함한 여러 조치들을 중국에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다른 전문가들도 이번 ICBM 발사를 계기로 미국의 대북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에버스타트] “As far as I can see…”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북한이 자신들의 목표에 맞춰 계속 전진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군사적 행동에 나서지 않는 한 많은 것들을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외교와 경제적 압박을 결합하고, 금융 분야에서의 처벌을 실시하며,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협정을 다시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매닝 연구원도 북한 경제를 혼란케 하고 고립시키기 위해 미국은 더 강력하고 엄격한 제재를 가하는 한편 국제사회 연대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자누지 대표는 북한이 어느 시점, 자신들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과 ‘전쟁’ 중 한 가지를 미국이 선택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자누지 대표] “I think the United States needs to avoid that trap…”
그러면서 이 상황에서 미국이 전자를 택하길 바라지만, 더 좋은 건 이런 ‘덫(trap)’ 자체를 미리 피하는 것이라고 자누지 대표는 말했습니다.
이어 이를 위해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이 대화에 나서야 하며, 북한의 비핵화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