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북한의 열병식 준비 모습이 더욱 구체적으로 포착됐습니다. 대규모 동원된 군중이 ‘김정은’이라는 대형 문구를 만들었는데, 10만명 넘게 모였던 과거 열병식과 규모가 비슷해 보입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1일 김일성 광장을 찍은 위성사진에는 ‘김정은’이라는 글자가 뚜렷하게 보입니다.
위성사진 업체 ‘플래닛’이 이날 오전 11시9분에 포착한 장면으로, 수만 명의 인파가 붉은 물결로 광장을 가득 채웠습니다.
이들은 일사불란하게 대열을 맞춰 ‘김정은’ 글자와 조선노동당 로고를 노란색으로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이들 인파가 모여 있는 광장 앞 북쪽 도로는 또 다른 인파가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또 광장 뒤로 흐르는 대동강이 얼어있는 모습이 관측돼 영하의 기온 속에서 연습이 진행 중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날 평양의 아침 최저기온은 섭씨 영하 13도, 낮 최고기온은 0도였습니다.
앞서 ‘VOA’는 지난달 28일 ‘플래닛’ 위성사진을 통해 수만 명의 인파가 김일성 광장에 집결한 장면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후 지난달 30일 위성사진에선 이들 인파가 약 10분의 1로 줄어든 모습이 포착됐고, 31일에는 구름이 덮여 있어 인파의 집결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이어 열병식을 일주일 앞둔 1일, 다시 본격적인 준비 움직임이 관측된 겁니다.
이들 인파의 정확한 숫자를 추산하긴 어렵지만, 과거 열병식과 규모 면에서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지난해 4월15일 북한의 열병식을 촬영한 ‘플래닛’의 위성사진을 살펴 보면, 주민 대열의 형태와 넓이가 이번과 동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 언론과 정보 당국 등은 당시 열병식에 북한군과 평양 주민 등 15만여 명이 동원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는 역대 최대규모로 알려진 2015년 노동당 창당 70주년 열병식과 같은 수준이었습니다.
따라서 붉은 물결을 이룬 주민들만을 놓고 볼 때 이번 열병식 규모 역시 작지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김일성 광장에서 동쪽으로 약 7.5km 떨어진 미림 비행장 인근에서도 이날 대규모 병력이 대열을 이룬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이 역시 과거 열병식 준비 때와 규모가 비슷합니다.
위성사진 분석가이자 군사전문가인 닉 한센 스탠포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도 지난달 23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열병식 규모가 작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한센 연구원] “So this is getting geared up for a really…”
병력들과 차량이 운집해 있고, 과거 이 장소가 열병식에 쓰인 전례로 볼 때 북한 당국이 매우 큰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건군절을 2월8일로 변경했으며, 이날 열병식이 열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날은 한국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기 하루 전날입니다.
다만 조명균 한국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열병식과 관련해 "내부적 수요에 따른 행사이고 평창 동계올림픽을 겨냥해 갑자기 하는 게 아니"라고 지난달 27일 한국 연합뉴스에 밝혔습니다.
조 장관은 북한의 열병식이 “평창올림픽과는 무관하며 우연히 날짜가 겹친 것”이라면서 올림픽과 열병식을 연결해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