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탈북민 8명을 백악관으로 초청해 환담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살기 어렵고 위험한 곳”이라며 우려를 나타냈고 탈북민들은 중국에 탈북민 강제북송을 막아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인권 상황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공석중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적임자를 찾는 논의를 최근 들어 활발히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적 선택들이 이뤄지는 백악관 집무실.
트럼프 대통령이 탈북민들을 이곳으로 직접 초청해 개인들의 사연을 들으며 45분여 동안 환담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We have a very special group of people with us today. These are escapes from North Korea…”
트럼프 대통령은 탈북민을 일반적으로 의미하는 ‘defector’보다 더 강력한 의미인 ‘escapee’ 즉 ‘탈출자’란 단어를 사용하며 탈북민들의 이야기가 아주 놀랍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살기 어려워서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곳, 아주 위험한 곳”이며 그 때문에 많은 사람이 북한을 탈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It’s a tough place to live, and people aren’t liking it. There’s great danger, great risk.”
이날 백악관을 방문한 탈북민은 모두 8명. 지난 국정연설에 초청해 직접 소개했던 탈북민 지성호 씨는 대통령 옆에 앉았고 양쪽으로 3명씩 탈북민 6명이 앉아 자신의 탈북 사연과 바람들을 이야기했습니다.
나머지 1명은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혹시 갈 수 있는 피해를 우려해 20여 분 동안 공개로 진행된 환담 뒤에 합류했습니다.
이날 공개 면담에는 지성호 씨 외에 북한 대학에서 주체사상을 가르쳤던 현인애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 15호 요덕관리소 출신 정광일, 김영순 씨가 참석했습니다.
또 대통령 오른편에는 워싱턴의 대북 라디오 방송 기자로 활동하는 정영 씨, 자신의 탈북 수기집을 펴낸 뒤 외국에서 활발한 인권운동을 하는 이현서 씨, 그리고 싱가포르에서 북한 금융관련 업무를 하다 탈북한 김광진 씨가 영어로 직접 자신들을 소개했습니다.
이현서 씨는 특히 자신의 영문 자서전인 ‘7개 이름을 가진 소녀’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하며 시진핑 정부에 탈북민 강제북송을 중단하도록 압박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녹취: 이현서 씨] “So, Mr. President, please help us to stop the repatriations from China and give North Korean people the freedom that they deserve.”
중국에서 강제북송 된 탈북민들이 북한에서 고문과 투옥, 심지어 끔찍한 공개처형까지 당하는 현실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인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국회에서 강조했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겁니다.
대북 인권단체 ‘노체인’ 대표로 활동하는 정광일 씨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 국회 연설에 크게 감동을 받아 한국어로 번역한 영상을 북한에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광일 대표] “저는 한국에서 노체인이란 단체를 만들어서 북한 정치범 수용소 해체와 북한에 정보유입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 한국에 오셔서 국회에서 한 연설을 보았고 제일 먼저 제가 북한으로 그 연설을 보냈습니다. 그 영상을 본 많은 북한 주민들은 감동을 받았고 또한 힘을 가졌을 겁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기뻐하며 “정말 고맙다. 아주 멋지다”며 “(북한인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Thank you very much. That’s very nice. Thank you very much. Hope it helped. That’s great”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탈북민들의 이야기가 “놀랍다”는 말을 반복하며 거듭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환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직접 비난하거나 핵 문제를 언급하는 대신 탈북민들의 말을 주로 경청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일정에 없던 백악관 관광을 탈북민들에게 해 줄 것을 직원들에게 지시했고 탈북민들의 요청에 따라 일일이 기념사진까지 촬영했습니다.
탈북민들은 이날 행사 뒤 ‘VOA’에 언론 보도에서 봤던 강한 이미지가 아니라 “마음씨 따뜻한 동네 아저씨처럼 푸근했다”고 말했습니다. 지성호 씨와 정광일 씨입니다.
[녹취: 지성호] “누구나 오는 과정은 탈북자들에게 책 한 권이 될 만큼의 아프고 숨기고 싶고 때로는 두고 온 것에 대한 지금까지 이어지는 아픔들이 있잖아요. 그런데 참 저희들의 고통을 따뜻한 마음으로 헤아려 주시니까 감사했어요.” [녹취: 정광일] “아니던데요. 절대로 과격한 이미지가 없던데요. 아주 동네의 좋은 아저씨 같은 이미지던 데요. 제가 보기에는요.”
이날 탈북민들의 백악관 방문은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이 주선했습니다.
스칼라튜 총장은 ‘VOA’에 이런 움직임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인권 개선 문제를 매우 중시한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It’s very clear signal that human rights ranks very high…”
또 이런 행사들을 통해 한국 정부가 계속 탈북민들을 보호하는 한편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진실의 소리가 북한 주민들과 국제사회에 계속 퍼져야 한다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는 겁니다.
백악관은 이날 공개적으로 환담한 23분 분량의 녹화 영상을 백악관 홈페이지와 인터넷 동영상 공유 웹사이트인 ‘유튜브’에 올렸습니다.
한편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이날 행사 뒤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인권 상황에 열중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한국 국회연설과 지난달 국정연설에서 모두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북한의 인권 상황은 아마도 이 시대에 가장 큰 문제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설명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의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1년째 공석이고 국무부와 미국 민주주의진흥재단의 대북 인권 기금도 별다른 변화가 없는 상황입니다.
이 고위 당국자는 이에 대해 북한인권특사 적임자를 빨리 찾는 게 백악관 담당 부서와 국무부의 우선순위라며, 최근 들어 이를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