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서 최초로 결성된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이 스웨단과의 평가전으로 첫선을 보였습니다. 3 대 1로 패하긴 했지만, 관중들은 남북 단일팀에 응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실전에선 더욱 선전해주길 바란다는 기대감도 내보였습니다. 서울에서 김현진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4일 저녁 한국 인천 선학국제빙상장.
[녹취: 아리랑]
단일팀 국가로 아리랑이 울려 퍼진 가운데 남북 여자아이스하키팀과 스웨덴과의 평가전이 시작됐습니다.
단일팀 선수들은 ‘KOREA’라는 팀명과 함께 푸른색 한반도 형상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었습니다.
경기장 한복판에는 스웨덴 국기와 흰색 바탕에 푸른색 한반도를 그린 ‘한반도기’가 내걸렸습니다.
북한 측에서는 정수현과 려송희 선수가 남측 선수들과 호흡을 맞췄습니다.
세계 랭킹 5위의 강호 스웨덴을 상대로 한 남북 단일팀은 하지만 1 피리어드, 초반부터 어려운 경기를 펼쳤습니다. 2명이 퇴장 당한 상황에서 스웨덴의 집중 공격을 받았습니다.
수적 열세에도 골문을 단단히 지켰던 단일팀은 하지만 1 피리어드 종료 3분을 남겨두고 스웨덴의 레베카 스텐베리에게 선제골을 내줬습니다.
[녹취: 관객들 소리] "괜찮아! 괜찮아!!!"
숨을 죽이고 경기를 지켜보던 관중들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괜찮아”를 외치며 단일팀을 응원했습니다.
이어 스웨덴 한나 올슨 선수에 추가 실점을 한 단일팀은 1 피리어드 1분을 남기고 에이스 박종아가 빠른 돌파를 하던 중 왼쪽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환상적인 강력한 슛을 날려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녹취: 관객들 소리] "통일 조국, 우리는 하나다"
연일 ‘우리는 하나다, 통일조국, 코리아 이겨라’를 외치며 단일팀을 응원한 관중들은 단일팀의 첫 골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녹취: 관객들 소리] 첫 골 함성
단일팀은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는 듯했지만 1 피리어드를 20초 남기고 스웨덴의 에리카 그람 선수에게 득점을 허용해 결국 3:1로 패배했습니다.
경기를 지켜본 관중들은 비록 단일팀이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강호 스웨덴을 맞아 최선을 다해 뛰는 모습에 뿌듯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맹수현 씨, 49세] “스웨덴이 경기를 잘하는 나라라고 들었는데, 단일팀도 최선을 다한 것 같아 너무 재밌었습니다. 골도 넣고 함께 협력하는 모습을 보니 통일이 조금이라도 당겨진 듯한 마음이었습니다.”
[녹취: 김하니 씨 (19살)] “생각보다 대게 재미있었고, 아이스하키에 대해서도 알게 된 것 같고 같이 단일팀 하는 모습을 보니까 좋은 것 같아요.”
특히 국민들의 관심이 많이 저조했던 아이스하키팀이 큰 주목을 받게 돼 좋다는 반응입니다.
[녹취: 김남훈 씨 (45세)] “저도 마찬가지지만 국민들의 관심이 아이스하키라는 경기에 많이 쏠리고, 결국은 평창올림픽에 대한 관심도가 더 높아지는 계기가 된 것 같긴 해요.”
관중들은 실전에서는 단일팀이 더욱 선전하길 바란다는 기대감도 나타냈습니다.
[녹취: 손영주 씨, 60세] “우리 국민들의 성원과 응원에 힘입어 본 경기에서는 좋은 성과 내리라고 기대합니다.”
[녹취: 김여민 양, 8살] “재밌었는데 한국팀이 조금 더 열심히 해서 이겼으면 좋겠어요. 단일팀 화이팅!!!”
[녹취: 맹수현 씨, 49세] “지금은 시간이 없었으니까, 남은 시간 동안 더 연습해서 좋은 경기 펼치면 좋겠습니다.”
경기를 지켜본 외국인들도 단일팀의 선전을 바랬습니다. 미국인 마이크 스피웩 씨입니다.
[녹취: 마이크 스피웩 씨] “Hopefully, the United team goes very far, not as far as….”
남북 선수가 연합해 함께 하는 경기를 보길 바란다며, 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란다는 겁니다.
스웨덴인 롤프 미첼 씨는 단일팀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한국 선수들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녹취: 롤프 미첼 씨] “I understand why but I feel sorry for athletes….”
단일팀을 구성한 이유는 이해하지만 올림픽을 위해 수 년간 연습해 왔을 한국 선수들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심정이라고 설명합니다.
여자아이스하키팀 새라 머리 감독도 지난 몇 년간 같이 호흡을 맞춰 온 선수 일부가 단일팀 구성으로 함께 뛰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새라 머리 남북 단일팀 감독] “As a coach, it’s hard to tell some of your players that you are having with for a long time but the whole situation is out of control….”
머리 감독은 이날 북측 선수들이 준비한 기간에 비해 잘 뛰어 줘서 인상이 깊었다면서도 남북 간 언어 차이가 단일팀 구성에 또 다른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북측 여자아이스하키 박철호 감독과 정수현 선수는 단일팀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녹취: 박철호 감독] “저는 이번 경기 대회를 통해 우리 북과 남이 하나로 뭉쳐서 모든 것을 해 나간다면 무엇이든 못해 나갈 것이 없다는 것을 오늘 절실히 느꼈습니다. 짧은 기간, 힘과 마음 뜻을 합쳐서 이번 경기에서 좋은 성과를 거둘 것을 바랍니다.”
[녹취: 정수현 선수] “우리의 북과 남 선수들이 모든 경기마다에서 모든 힘과 마음을 합쳐서 달리고 또 달린다면 반드시 좋은 성과를 이루리라 확신합니다. 그리고 이번 경기대회가 북과 남의 뭉친 힘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단일팀에 대해 모두가 호의적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일부 보수단체들은 이날 경기장 밖에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단일팀, 한반도기 사용 등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녹취: 시위현장] "We say, 평양올림픽 Out!"
단일팀에 반대하는 보수단체들은 북한 인공기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초상화를 찢으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시위에 참여한 조남양 씨는 단일팀 결성 과정에서 한국 측 선수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조남양 씨, 73세] “이게 지금 평창올림픽인데 평양올림픽이 되면 안 되잖아요. 한국에서 하는데 태극기를 못 들고 왜 한반도기를 들고 들어와요? 또 젊은 선수들이 피땀 흘려 몇 년 동안 고생했는데, 국가를 위해 희생하라고 하면 말도 안 되는 거예요? 인권 유린이죠.”
도로를 사이에 두고 반대 집회 맞은 편에서는 단일팀에 찬성하는 진보단체들이 한반도기를 흔들며 응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앞서 남북한은 지난달 20일 스위스 로잔의 국제올림픽위원회 (IOC) 본부에서 열린 IOC 주재 남북한 올림픽 참가 회의에서 올림픽 사상 처음이자 역대 세 번째로 여자아이스하키에서 단일팀을 결성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단일팀은 한국 선수 23명에 북한 선수 12명이 가세해 35명으로 구성됐습니다.
VOA 뉴스 김현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