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프리카 나라인 앙골라와 세네갈, 우간다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이행보고서가 잇따라 공개됐습니다. 북한 노동자와 외교관을 쫓아내는 등 실질적인 조치들이 담겨 눈길을 끌었는데요. 북한의 도발에 대응한 전세계 대북 압박이 거세지면서 이행보고서의 제출 속도 또한 빨라지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와 더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아프리카 나라들은 이행보고서를 잘 제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왔는데요. 아프리카 나라들의 이행보고서가 한꺼번에 공개됐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아프리카 나라들은 제출을 잘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내더라도 내용이 부실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앙골라와 세네갈, 우간다는 물론 최근 이행보고서가 공개된 적도기니와 에티오피아도 북한으로써는 뼈아플 수 있는 조치를 많이 담았습니다.
진행자) 하나씩 살펴볼까요?
기자) 먼저 10일 공개된 우간다의 보고서는 북한 대사관의 숫자를 줄였다고 명시하면서 해당 외교관 2명의 실명을 공개했습니다. 또 우간다에서 강의를 하던 북한 강사들과의 계약을 취소한 데 이어 9명의 북한 의사와 14명의 공군 교관의 입국허가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세네갈은 북한 노동자에 대한 비자 갱신을 체계적으로 거부해 북한의 건설회사인 ‘만수대 해외프로젝트 건설그룹’이 운영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전했고, 앙골라도 ‘만수대 앙골라’의 모든 북한인 노동자를 내보냈다고 확인했습니다.
진행자) 북한 외교관과 노동자 등 북한 국적자들을 내보내는 게 핵심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은 ‘만수대 창작사’를 중심으로 아프리카 나라들에서 각종 건설 사업을 벌여왔는데요. 이 건설현장에는 북한인 노동자들이 동원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런데 이들을 내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안보리 제재 대상 기업인 ‘만수대 창작사’의 사업도 정리를 했다는 설명입니다. 여기에 적도기니도 북한 회사들의 모든 상업 활동을 중단하고, 북한 국적자를 모두 긴급 송환하라고 통보했다고 밝혀 이 같은 분위기에 동참했고요. 에티오피아는 40명의 북한 국적자에 대한 노동 허가증 발급을 중단해 현재 단 15명의 북한 노동자가 남아있다고 확인했습니다. 물론 이들 역시 노동 허가증이 만료되면 갱신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진행자) 각 나라들이 이처럼 북한 국적자를 강제로 출국시키는 내용을 보고서에 담은 배경이 뭔가요?
기자) 지난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해 채택된 결의 2375호 때문입니다. 2375호는 해외 북한 노동자에 대한 허가증 갱신을 금지했는데요. 상당수 나라들이 이 조치를 따르고 있다고 밝힌 겁니다. 참고로 안보리는 지난해 12월22일 새로운 결의 2397호를 통과시켰는데요. 여기에는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2년 안에 북한 노동자를 전원 귀국시키도록 하는 조치가 담겼습니다. 또 외교관을 추방시키는 내용은 지난 2016년 채택된 결의 2321호에 담겼었는데요. 흥미로운 건 외교관 추방이 의무가 아닌 권고였음에도 북한 대사관이 있는 많은 나라들이 이를 따랐습니다.
진행자) 이행보고서가 뭔지 한 번 짚고 넘어가 볼까요?
기자) 이행보고서는 유엔 회원국들이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의 이행상황을 안보리의 대북제재위원회에 보고하는 일종의 서한입니다. 결의 채택 90일 안에 제출을 하도록 돼 있는데요. 2016년 이전까지만 해도 이행보고서를 한 번이라도 낸 나라는 100개에 못 미쳤습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아프리카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참여하면서 현재 이 숫자는 121개로 늘었습니다.
진행자) 새로운 제출국이 늘어난 것도 눈 여겨 볼 점이지만 제출 속도도 빨라지고 있는 거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가장 주목해서 볼 게 바로 지난해 9월 채택된 2375호 이행보고서인데요. 마감일로부터 약 2개월, 즉 채택 5개월이 지난 현 시점 52개 나라가 제출을 마쳤습니다. 통상 이행보고서는 마감시한이 지나서 모이곤 하는데, 제출국이 50개를 이처럼 빨리 넘긴 건 사실상 처음입니다. 실제로 지난 2013년의 결의 2094호는 채택 6개월을 맞은 시점에 단 19개국이 제출했고, 2009년의 1874호도 같은 시점까지 50개 나라를 넘기지 못했었습니다. 또 2270호도 제출 50개국을 돌파하기까지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었습니다.
진행자) 그 밖에 실질적인 조치 사항을 담은 이행보고서가 또 있을까요?
기자) 북한의 우방국이 제출한 이행보고서가 눈에 띕니다. 중국이 대표적인데요. 중국은 북한 노동자 규모를 제한하도록 한 공고문을 낸 사실을 이행보고서에 담았습니다. 북한 노동자가 가장 많이 파견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이 공식 문서를 통해 관련 조치를 약속한 겁니다. 또 러시아는 북한산 의류를 1만4천여 점 수입했다는 내용을 명시했습니다. 북한산 섬유 수입 금지 조치가 본격 발동되기 전 이뤄진 거래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이를 보고서에 넣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 라오스는 북한과의 무역이 없는 것은 물론 북한인 추가 노동자를 허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고, 몽골은 1천여 명에 달하는 북한 노동자를 올해 6월까지 모두 내보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이런 움직임을 일각에선 미국의 대북 압박 외교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하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은 사실상 모든 고위 당국자들이 각 나라를 방문할 때마다 대북 압박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해 왔습니다. 한 예로 브라이언 훅 국무부 정책계획 국장은 최근 정례브리핑에서 렉스 틸러슨 장관이 모든 양자회담 때마다 북한 문제를 들고 나왔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도 워싱턴을 방문한 해외 정상들에게 북한 문제 해결을 요구했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남미 나라 등을 방문해서 북한과의 관계 단절을 공식 요청할 정도로 본격적인 대북 압박 노력을 펼쳤습니다. 그 외 국무부 당국자들도 이런 요청을 각 나라들에게 했고요. 심지어 미국으로부터 경제 제재를 받던 아프리카 나라 수단은 제재 해제의 조건으로 북한과의 관계 단절을 요구 받을 정도였습니다.
진행자) 결국 이런 노력이 대북제재 이행으로 이어졌고, 이런 내용들이 이행보고서에까지 담겼다는 설명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단순히 이행보고서만 풍성해진 게 아닙니다. 북한 대사를 추방하거나 북한과의 무역을 끊는 등 실질적인 조치를 취한 나라만 현재 20여개에 이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안보리의 가장 최근 대북제재 결의는 지난해 12월에 채택된 2397호입니다. 아직 이행보고서 제출시한이 한 달 넘게 남아있는데, 제출을 마친 나라가 있나요?
기자) 대북제재위원회에 따르면 2월8일 현재 과테말라가 2397호 이행보고서를 낸 유일한 나라입니다. 과테말라는 2007년에 이행보고서를 낸 이후 한 번도 이행보고서를 내지 않다가 역대 모든 대북제재 결의를 통합한 이행보고서를 냈습니다. 순수하게 2397호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고 보기에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과테말라는 10년 만에 제출한 이행보고서에서 정부기관들이 제재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고,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실험을 공개적으로 비난해왔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함지하 기자와 함께 최근 제출 속도가 빨라진 대북제재 결의 이행보고서에 대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