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해상활동을 겨냥한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된 가운데 해외를 운항하는 북한 선박의 숫자가 한 자리수로 떨어졌습니다. 다만 북한 선박이 다른 선박의 이름과 고유번호를 도용해 국제수역을 운항하고 있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이틀 간 북한 수역을 벗어난 북한 선박은 단 6척에 불과했습니다.
VOA가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을 통해 해외에서 활동 중인 북한 선박을 확인한 결과 25일과 26일 공해상과 해외 항구 등에서 포착된 북한 선박은 동명산 호와 류홍 2호, 사향산 호, 보은 1호, 동명 9호, E. 모닝 호였습니다.
조사 기간을 일주일로 늘려도 북한 선박의 숫자는 단 3척이 늘어난 9척에 그쳤습니다.
이들 선박들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에서 발견된 동명산 호를 제외하고 모두 중국과 인접한 한반도 서해상을 운항 중이었습니다. 또 지난 20일 발견된 금강 3호만이 유조선이었을 뿐, 다른 모든 선박들은 각종 화물과 컨테이너 등을 실을 수 있는 화물선이었습니다.
일주일 사이 포착된 북한 선박이 10척에 못 미치는 건 그만큼 운항 중인 북한 선박이 크게 감소했음을 의미합니다.
실제로 일주일을 기준으로 포착된 북한 선박은 지난 2016년 7월에는 약 80여척, 지난해 4월에는 40여척이었습니다.
북한 선박의 운항횟수가 줄어든 정황은 선박의 안전검사를 진행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항만국통제위원회(도쿄 MOU)’의 자료에서도 확인됐습니다.
위원회 웹사이트에 따르면 1일부터 26일 사이 해외 항구에서 안전검사를 받은 북한 선박은 2척이었습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28척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입니다.
이처럼 북한 선박이 줄어든 건 국제사회 강화된 대북 제재의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해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에 대응해 선박으로 주로 운송되던 석탄 등 북한산 광물의 수입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또 지난해 9월과 12월에는 북한으로 유입될 수 있는 원유와 정제유의 양에 상한선을 긋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북한이 가장 많이 거래하는 나라인 중국이 대북제재 결의에 대한 확고한 이행의지를 드러내면서 자연스럽게 선박의 숫자도 감소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번 조사는 선박식별장치(AIS)를 켜고, 정상적으로 항구에 입항 기록을 남긴 북한 선박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불법으로 운항하는 북한 선박들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실제로 미 재무부는 지난 23일 북한을 겨냥해 발표한 ‘국제 운송 주의보’에서 북한 선박들이 저지른 각종 불법 행태를 낱낱이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12월6일 공해상에서 선박 간 환적을 하다 미국 정부에 발각된 북한 선적의 금운산 3호의 경우 모항(homeport)을 ‘다이롄’으로 허위 기재하고, 선박의 이름과 국제해사기구(IMO) 번호 역시 다른 선박의 것을 도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은 금운산 3호가 포착됐을 당시 동중국 해를 운항하고 있었지만, 금운산 3호가 위장하려 했던 선박은 중국의 한 항구에 정박해 있었다고 명시했습니다. 이어 금운산 3호는 유조선이었지만, 도용 피해를 입은 선박은 화물선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금운산 3호의 벽면을 자세히 살펴 보면 제대로 지워지지 않은 원래의 IMO 번호가 적혀 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재무부는 또 다른 북한의 유조선 천마산 호도 같은 방식으로 중국 선박의 IMO 번호를 도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미국 정부는 23일 ‘국제 운송 주의보’와 함께 북한과 연관된 선박 28척과 운송회사 27개 등을 ‘특별지정 제재대상(SDN)’으로 지정한 바 있습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제재가 북한과 관련된 사상 최대규모의 제재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므누신 장관] “Today the Treasury Department is announcing the largest set of sanctions ever imposed in connection with North Korea. This action targets the deceptive shipping practices that have enabled Kim regime to fund its dangerous weapons programs.”
그러면서 이번 조치가 김정은 정권의 위험한 무기 프로그램에 자금을 대는 기만적인 운송행태를 겨냥한다며, 이날 조치가 ‘최대 경제 압박’ 캠페인의 일환이라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