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방송 여기는 워싱턴입니다’ 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오늘은 총기 규제 관련 소식 중심으로 전해드리려고 하는데요. 총기 규제 강화를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수백만 명이 참가한 가운데 전 세계 여러 도시에서 벌어졌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동 연사를 가능하게 하는 장치인 범프스탁을 규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가 총기 규제 강화 움직임에 동참한다는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립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 보겠습니다. 지난 주말 대규모 총기 규제 시위가 벌어졌죠?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4일, 미국 수도 워싱턴 D.C.를 비롯해 미국과 세계 여러 나라 도시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는데요. ‘우리 생명을 위한 행진’이란 이름 아래 벌어진 시위에서 참가자들은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며 총기 규제 강화를 촉구했습니다.
[녹취: 시위대 구호] “Vote them out…”
기자) 워싱턴 시위에 참가한 군중이 “Vote them out.” “낙선시키자”는 뜻의 시위 구호를 외치는 소리 잠시 들으셨는데요. 이번 시위는 지난달 14일 총격 사건으로 17명이 숨진 플로리다 주의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등학교 학생들이 주도했습니다.
진행자) 이날 더글러스 고등학교 학생들이 한 연설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어린 학생들이 상당히 감동적인 연설을 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4학년생인 엠마 곤살레스 양은 때로는 침묵이 말보다 더 강한 메시지를 준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연단에 나와 지난달 총격 사건으로 숨진 희생자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낭독한 곤살레스 양이 이어 몇 분 동안 침묵을 지킨 겁니다.
[녹취: 곤살레스 양] “Since I came out here…”
기자) 곤살레스 양은 자신이 연단에 선 순간부터 지금까지 6분 20초가 지났다며, 이는 총격범이 학교 친구들을 살해하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더글러스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인 알렉스 윈드 군은 격앙된 목소리로 정치인들을 비판했습니다.
[녹취: 윈드 군] “To all the politicians out there…”
기자) 총기 옹호 단체 전미총기협회(NRA)로부터 돈을 받은 정치인들, 총기 규제 문제에 목소리를 내지 않는 정치인들은 죽음을 선택한 것이나 마찬가지란 건데요. 이날 시위에 참가한 많은 사람은 생명을 선택했다며, 총기 규제 강화에 반대하는 정치인을 공직에서 몰아낼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워싱턴 인근 초등학교 5학년생인 11살 흑인 소녀 나오미 와들러 양은 흑인 여학생들이 총기 폭력에 시달리지만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한다며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사진을 보니까 워싱턴 의사당 주변이 인파로 가득 찼던데요. 이날 시위자 참가자가 몇 명이나 되나요?
기자) 시위 주최 측은 80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는데요. 공중에서 찍은 사진을 이용해 인파를 집계하는 버지니아 회사(DDIS)는 이날 시위 참가자 수를 20만 명으로 추산했습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다음 날 열린 ‘여성행진’때 군중 규모를 44만 명으로 집계했는데요. 지난해 ‘여성행진’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된 바 있습니다.
진행자) 어쨌든 많은 사람이 참가했는데, 시위 참가자들 얘기도 들어볼까요?
기자) 네, 개인적으로 가족 중에 총격으로 숨진 사람이 있어서 나왔다는 사람도 있었는데요. 대부분 총기 폭력이 현재 미국이 당면한 가장 큰 과제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에 시위에 참가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시위참가 학생들] “It’s concerning being in the school…”
기자) 한 여고생은 매일 학교에 앉아있는 게 불안하다고 말했는데요. 오늘 내가 무사히 집에 돌아갈 수 있을까 걱정된다는 겁니다. 또 한 남학생은 학교뿐만 아니라 모든 곳에서 총격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며 총기 규제 운동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시위자들이 들고나온 푯말 중에도 눈길을 끄는 게 많았는데요. 커다란 과녁 모양을 한 푯말에 “다음은 나인가?”라고 쓰인 것도 있었고요, 총탄 자국처럼 수없이 구멍을 낸 푯말도 있었습니다.
진행자) 이날 총기 규제에 반대하는 맞불 시위도 벌어졌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서남부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서 총기 옹호자들이 총을 들고 행진한 것을 포함해 미국 여러 곳에서 맞불 시위가 벌어졌는데요. 미국 뉴욕주에서 총기 옹호 시위에 나선 한 시민의 목소리 들어보시죠.
[녹취: 맞불 시위 참가자] “You know, the right to own firearms is a right enshrined in our constitution…”
기자) 총기 소지는 미국 헌법에 새겨져 있는 권리라는 건데요. 자동소총을 금한다고 해서 총기 폭력을 줄일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이런 움직임은 법을 준수하는 시민의 권리를 해칠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자, 이렇게 대규모 시위가 열렸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기자) 실제 법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지켜봐야 하는데요. 학생들은 단순히 항의 시위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서 계속 노력하겠다는 자세입니다. 특히 총기 규제 강화를 반대하는 정치인들, NRA로부터 선거자금을 받는 정치인들을 올해 중간선거에서 낙선시키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습니다. 학생들은 젊은 층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유권자 등록 운동을 펼칠 계획입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총기 규제 강화 시위 소식 전해드리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이번 시위에 대한 반응을 좀 살펴볼까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시위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기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주에 있는 자신의 별장에서 주말을 지냈는데요. 프랑스 테러 관련 글을 트위터에 올렸을 뿐, 시위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백악관은 이번 시위에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는데요. 린지 월터스 백악관 대변인은 용기 있는 “미국 젊은이들이 수정헌법 1조를 행사하는 데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수정헌법 1조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조항이죠.
진행자) 다른 정치인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민주당 정치인들은 크게 지지를 보냈습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포함해 많은 민주당 소속 연방 의원들이 워싱턴 DC나 지역구에서 직접 시위에 참가했는데요. 바락 오바마 전 대통령 역시 이번 시위에 매우 고무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변화를 촉구하는 수백만 명의 목소리를 가로막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원래 민주당 정치인들은 대부분 총기 규제 강화를 지지하죠? 하지만 공화당은 전통적으로 총기 소지 권리를 옹호하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공화당 소속인 마르코 루비오 연방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총기에 반대하는 많은 사람이 평화롭게 수정헌법 1조에 나오는 권리를 행사했지만, 총기 규제는 수정헌법 2조에 어긋나는 것으로 보는 사람도 많다고 지적했는데요. 시위는 의견을 밝히는 좋은 방법이지만, 변화를 이루려면 양측이 공통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루비오 의원은 총격 사건이 일어난 더글러스 고등학교가 있는 플로리다주 출신이죠?
기자) 맞습니다. 플로리다가 지역구인데요. 루비오 의원이 이런 내용의 글을 트위터에 올리자, 총기 규제를 옹호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은 25일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아이들은 총기 규제를 촉구할 게 아니라 심폐소생술(CPR)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총기 폭력 희생자 유족 측에서는 이런 샌토럼 전 의원의 발언이 모욕적이라는 반발도 나왔습니다.
진행자) 하지만 플로리다 총격 사건 이후 정치권에서 실제로 총기 규제 움직임이 나오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총기 구매자의 신원조회를 강화하는 조항이 지난주 통과된 새 지출안에 포함됐고요. 또 학교 안전 강화를 위한 예산도 포함됐는데요. 교직원과 경관을 훈련하는 예산, 학교에 금속탐지기를 설치하는 예산 등입니다. 그런가 하면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이 지난 23일 정식으로 범프스탁 규제를 제안했습니다. 범프스탁은 자동 연사가 가능하게 하는 총기 부품입니다.
진행자) 지난해 10월에 일어난 라스베이거스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이 바로 범프스탁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죠?
기자) 네, 당시 총격 사건으로 58명이 목숨을 잃었는데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참사로 기록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 주 더글러스 고등학교 총기 사건이 일어나자 범프스탁 금지를 지시하는 행정각서에 서명한 바 있는데요. 세션스 법무장관은 범프스탁 규제와 관련해 “헌법과 의회가 승인한 법을 준수하면서 총기 폭력 위협을 줄이기 위한 중요한 조처”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그러면 범프스탁이 당장 불법이 되는 건가요?
기자) 그건 아닙니다. 범프스탁을 규제하려면 미국 주류·담배·화기·폭발물 단속국(ATF) 규정을 수정해야 합니다. 범프스탁을 자동소총의 범주로 명시해야 하는 건데요. 세션스 장관이 개정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앞으로 90일간의 의견 수렴 기간을 거쳐 큰 문제가 없으면 개정됩니다.
진행자) 범프스탁 금지 조처에 대해서 어떤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반응이 엇갈리는데요. 총기 규제를 촉구하는 단체들은 법무부 결정을 환영했지만, 반대로 총기 소지 권리를 옹호하는 쪽에서는 이번 조처를 비판하면서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역시 총기 관련 소식인데요.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가 총기 관련 영상 게시를 제한하는 규정을 도입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 유튜브가 발표한 규정인데요. 몇몇 총기 관련 영상의 게시를 금지한다는 겁니다. 참고로 유튜브는 미국의 인터넷 기업인 구글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은 영상이 금지되는 겁니까?
기자) 네. 먼저 총이나 총기 관련 부품을 팔기 위한 영상, 그리고 이런 사이트에 연결되는 링크를 보여주는 영상이 금지됩니다.
진행자) 총기 관련 부품이라면 어떤 것을 들 수 있나요?
기자) 네. 반자동 총기에 자동연사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부품, 앞서 말씀 드린 범프스탁이나 30발 이상의 대용량 탄창 등이 포함됩니다. 그 밖에 총기나 탄약, 총기에 부착하는 부품 제작 영상 등도 금지됩니다.
진행자) 유튜브를 보면 방금 언급한 영상들이 상당히 많이 올라와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유튜브 측은 여기에 추가로 반자동 소총을 자동소총으로 개조하는 방법을 담은 영상도 금지했습니다. 유튜브는 지난 몇 달 동안 전문가들 조언을 받아 해당 규정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새 규정은 다음 달부터 시행됩니다.
진행자) 지난 2월 14일에 플로리다 마조리 스톤맨 더글러스 고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난 이후 몇몇 미국 기업이 총기규제 강화 움직임에 동참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운동용품 판매업체인 딕스스포팅굿스(Dick's Sporting Goods), 그리고 소매업체인 월마트(Walmart)와 크로거(Kroger)가 총기 구매 가능 연령을 18세에서 21세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딕스스포팅굿스는 또 공격형 소총과 대용량 탄창의 판매도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레딧(Reddit)도 지난 21일 총기 판매를 금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진행자) 레딧은 페이스북 같은 인기 있는 인터넷 사회연결망(SNS) 가운데 하나죠?
기자) 그렇습니다. 레딧 측은 총기뿐만 아니라 약물이나 성적인 서비스, 개인 정보, 그리고 도난 물품의 판매도 금지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레딧의 조처로 동호회 약 50개 이상이 없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페이스북도 2016년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총기 판매를 금지한 바 있습니다. 참고로 페이스북이 소유한 인스타그램은 인터넷에서 사진을 공유하는 사이트입니다.
진행자) 네.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부지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