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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박근혜 전 한국 대통령 '징역 24년'...지지자들 시위


지난해 5월 박근혜 전 한국 대통령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박근혜 전 한국 대통령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한국 법원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의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중형을 선고 받은 세 번째 대통령으로 기록됐습니다. 서울에서 함지하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재임 중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등과 관련해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은 6일 전국에 생중계됐습니다.

[녹취: 김세윤 부장판사] “박근혜 피고인에 대해서 판결을 선고합니다. 박근혜 피고인을 징역 24년 및 벌금 180억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피고인을 3년 간 노역장에 유치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 김세윤 부장판사는 이날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18개 공소사실 중 16가지를 유죄로 인정한다며, 징역 24년과 180억원의 벌금을 선고했습니다.

검찰 구형인 징역 30년과 벌금 1천185억원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무거운 형량이 내려졌습니다. 현재 66세인 박 전 대통령은 형량을 모두 채운다고 가정할 때 90세가 돼야 풀려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날 선고는 지난해 4월17일 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 넘겨진 이래 354일만에 나온 것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선고공판에 불참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의혹은 지난 2016년 10월 처음 제기됐습니다. 측근인 최순실 씨가 국정 운영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나오면서부터입니다.

이후 최 씨를 비롯한 청와대 인사들이 줄줄이 기소됐고, 지난해 3월 헌법재판소의 탄핵 판결이 내려지면서 대통령직에서 파면됐습니다.

이날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 씨와 공모해 삼성전자 등 한국 대기업으로부터 불법 뇌물을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정부와 정치적 성향이 맞지 않는 문화와 예술계 인사들을 차별한 것 또한 사실로 판단했습니다.

청와대는 김의겸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느낌은 다들 달랐을 것이지만 오늘 모두의 가슴에는 메마르고 스산한 바람이 불었다"며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 오늘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전 한국 대통령 1심 선고일인 6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1심 선고 결과를 확인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박근혜 전 한국 대통령 1심 선고일인 6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1심 선고 결과를 확인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날 박 전 대통령에게 중형이 선고되자 지지자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공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일대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들은 박 전 대통령의 공소 사실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며, 불법 탄핵을 주도한 음해세력에 의해 박 전 대통령이 피해를 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이 속한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은 "오늘 이 순간을 가장 간담 서늘하게 봐야 할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라며 현 정부를 비판하고, “재판 과정을 스포츠 중계하듯 생중계한 것은 매우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의 전직 대통령이 중형을 선고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전두환과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재직 당시 비자금을 목적으로 한 뇌물수수와 `12.12와 5.18 사건과 관련한 내란 혐의 등으로 1995년과 1996년 검찰에 기소됐었습니다.

재판부는 1심에서 전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에게 각각 사형과 징역 22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이후 이들 두 전직 대통령은 항소심에서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으로 감형 받았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2년만에 석방됐었습니다.

그 밖에 다른 한국 대통령들도 대부분 퇴임 이후 암울한 길을 걸었습니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 후 미국 하와이로 도피하듯 쫓겨났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자신의 최측근인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은 뇌물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생을 마감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도 뇌물 등 의혹으로 현재 구치소에 수감된 상태입니다.

일부 탈북자들과 인권단체들은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와 과거 한국 대통령의 중형 선고가 북한 주민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해외에서 탈북자 단체를 이끌고 있는 익명의 관계자는 지난해 박 전 대통령 탄핵 직후 'VOA'에, “(북한 주민들이) 국가 지도자보다 한 나라의 법이 더 높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북한에선 독재자들이 법 위에 군림하다 보니 법이 유명무실해진 상태”라면서, “죄가 있으면 민주적 절차에 의해 대통령도 쫓겨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사태가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탈북자인 김마태 씨도 “북한 주민들이 자유민주주의의 기둥은 법치주의와 다수가결의 민주주의라는 걸 알았으면 한다”며, “자유민주주의를 통해서만 북한의 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북한 주민들이 자각하길 바란다”고 말했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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