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직 당국자와 한반도 전문가들은 남북정상회담의 역사적 의미에만 감정적으로 빠져있기 보다 북한에 ‘비핵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 행동을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IAEA 사찰을 조속히 수용하고 모든 대량살상무기 관련 시설을 공개하는 것을 예로 들었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인 ‘판문점 선언’에 대해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기에는 여전히 갈 길이 남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30일 한미 경제연구소(KEI)토론회에 참석한 제임스 줌왈트 전 국무부 일본 한국담당 부차관보는 VOA 기자와 만나, 이번 선언은 원칙에 관한 좋은 성명에 그쳤다며 앞으로 미국과 한국, 북한이 이행해야 할 많은 과제를 남겼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줌왈트 부차관보] “The declaration was a good statement of principles and there would be a lot of work that need to be done by South Korean government and US government and North Korean regime in order to achieve the vision in that statement. There was not a lot of details particularly in the areas of denuclearization.”
비핵화와 관련한 세부 내용이 많지 않은 만큼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비핵화 의향을 시험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북한이 얼마나 조속히 IAEA 사찰단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그런 조건의 하나로 꼽았습니다.
[인터뷰: 줌왈트 부차관보] "Both US and ROK really should do is to explore concrete first steps might be achievable in order to to test North Korea’s statement that they are favorable with denuclearization. Certainly the obvious one is how soon can we can IAEA inspectors back to North Korea."
만약 북한이 IAEA 의 사찰을 빠른 시일 안에 수용한다면 일단 완전한 비핵화 로드맵의 출발이 순조로울 수 있다는 진단입니다.
정 박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 역시 북한 핵 시설의 검증을 구체적인 비핵화 단계에 들어서는 중요한 계기로 간주했습니다.
이어 남북정상회담이 전세계인에게 감동적인 역사의 순간을 선보인 것은 맞지만, 아직은 북한의 말 뿐이라며 북한이 핵 시험장뿐 아니라 모든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사찰을 받아들일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 석좌] “if they were serious about wanting to trying people to convince that they have really changed, give us a list of all where your chemical weapons are stored, give us a list of all the missile sites are..”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시험장, 화학무기 저장고 등 모든 장소의 목록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변화의 의지로 해석해 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줌왈트 부차관보는 인권 부문에서 북한이 성의를 보이는 것을 신뢰 구축의 또 다른 방편으로 제시했습니다.
특히 북한에 억류돼 있는 미국인뿐 아니라 한국인 모두를 석방하고, 미군 유해 발굴 작업 재개와 일본인 납북자에 대한 조사에 속도를 내 준다면 상황을 고무적으로 진전시킬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녹취: 줌왈트 부차관보] “Japanese are saying that there are 12 abductees and we want those 12 people to return, and North Korean are saying that 4 of them never entered the North Korea and the other 8 are dead, so there are stalemate, “
특히 일본이 귀환을 촉구하는 납북자 12명 가운데 8명은 이미 숨졌고, 4명은 입국조차 하지 않았다는 게 북한 측 주장이어서 납북자 문제가 교착상태에 빠졌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의 오랜 염원인 이 문제에 대해 북한이 공동 조사에 나서준다면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줌왈트 전 부차관보는 또 사상 처음으로 이뤄지는 미-북 정상회담의 큰 틀은 비핵화 논의가 되겠지만, 미국 내 한인 이산가족 상봉 추진 등 다양한 문제가 다뤄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트로이 스탠가론 한미경제연구소 부회장은 북한의 구체적인 행동 가운데 하나로 핵탄두의 제3국 반출을 제시했습니다.
핵탄두 2~3개 정도를 프랑스로 반출해 폐기하는 데 동의한다면 의미 있는 진전이 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녹취: 스탠가론 부회장] “With the nuclear weapons, what they can do is maybe we can ask Kim Jong Un to turn 2 or 3 nuclear warhead to third country, say France for inspection and disposal.”
스탠가론 부회장은 5월말 혹은 6월 초로 예정된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 정부의 중재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탠가론 부회장] “South and North both recognize the need of current armistice regime and build permanent peace regimes, that’s not bad but that’s 2007 joint declaration, so we heard a lot of these before,”
스탠가론 부회장은 종전선언 등이 담긴 ‘판문점 선언’은 지난 2007년 10.4 공동선언과 다르지 않다면서, 같은 문구들에 대한 북한의 해석을 한국 측이 설명해 준다면 향후 회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겁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미-북 정상회담을 북한의 비핵화를 하루 아침에 성사시킬 계기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정상회담이 실무 단계를 거치지 않고 이례적 방식으로 결정되면서 미국과 북한 간 어떤 구체적 합의가 이뤄질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다만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석방과 미-북 간 긴장 고조를 막는 방안을 도출하는 정도의 2가지 성공은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