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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납북자 가족들 “남북 화해 분위기 속 불안감 커져...생사만이라도 알려달라”


최성룡 한국 납북자가족모임 대표가 VOA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성룡 한국 납북자가족모임 대표가 VOA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북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지만 납북자 가족들의 불안감과 소외감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부모의 생사만이라도 알고 싶다며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를 당부했습니다. 서울에서 함지하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어버이날인 8일 'VOA'와 만난 최성룡 한국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어버이날을 잊고 산 지 오래”라고 말했습니다.

아버지 최원모 씨가 납북된 1967년 최 대표의 나이는 15살, 아버지의 생사조차 확인하지 못한 채 보낸 어버이날만 수십 번이라는 의미입니다.

[녹취: 최 대표] “돌아가셨으면 정확하게 알려줘야죠. 북한은 같은 동족이라고 하면서 우리는 무시해 버리고...”

연평도에서 조업 중인 아버지가 북한으로 끌려간 지 얼마 후, 다른 선원들은 집으로 돌아왔지만 최 대표의 아버지는 송환자 명단에 없었습니다.

최 대표는 부친이 6.25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에 참여했던 켈로부대원이라는 사실이 드러나 인민재판에 회부됐다는 소식을 이후 들었고, 이 때문에 송환되지 못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습니다.

최 대표의 부친처럼 6.25 전쟁 이후 북한에 납치돼 여전히 생사 여부가 불분명한 사람은 516명.

대부분 북한에 납북된 선박에 탑승했던 어부들이지만, 일부는 수학여행을 떠났다 북한에 끌려간 고등학생들도 있었습니다.

[녹취: 최 대표] “그 (고등학생) 어머니 셋이 지금 눈 뜨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건 진행형이에요. 살아 있어요. 어머니가 살아 있고...그게 더 분해요.”

최 대표는 아버지의 생사 여부를 확인하는 것을 계기로 다른 납북자들의 송환 운동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이후 8명의 납북자와 12명의 국군 포로를 구출해 가족의 품에 안겼습니다.

최성룡 대표가 VOA에 제공한 평양에 거주하는 납북자 21명의 명단.
최성룡 대표가 VOA에 제공한 평양에 거주하는 납북자 21명의 명단.

최근에는 평양에 거주하는 납북자 21명의 명단을 확보해 공개하기도 했는데 여기에는 고등학생 납북자인 이명우, 이민교, 최승민, 홍건표 씨 등 4명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 대표는 북한이 유엔을 통해 이들 고등학생 4명을 포함한 21명에 대해 '생사 확인 불가'라고 통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1969년 북한으로 납치된 대한항공 여객기 탑승자 황원 씨의 아들인 황인철 씨.
1969년 북한으로 납치된 대한항공 여객기 탑승자 황원 씨의 아들인 황인철 씨.

1969년 북한의 대한항공 납치 피해자 황원 씨의 아들인 황인철 씨의 사연은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된 바 있습니다.

황 씨는 8일 서울 외신기자클럽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을 거듭 호소했습니다.

[녹취: 황 씨] “내 나이 2살 때 아버지는 하이재킹을 당했고, (저는) 34세부터 생사 확인과 송환 운동을 시작해 지금은 51세가 됐습니다.”

황 씨는 아버지의 생사 확인을 넘어, 억류의 이유라도 알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황 씨] “제 아버지가 억류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단 한 가지라도 있으면 그 거라도 얘기해 주세요. 저 지금까지 오면서 아버지가 억류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하나라도 있었으면 저 포기했어요. 이렇게까지 할 이유가 하나도 없어요.”

이날 황 씨는 북한 방문을 앞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자신의 아버지의 송환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ICAO는 이번주 북한 당국자들과 만나 평양-인천 국제항로 신설 방안을 비롯한 국제항로와 안전 문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납북자 가족들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조성되고 있는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서 오히려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납북자 문제에 대해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이 문제가 거론되기 더 힘들어지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한 납북자 가족은 'VOA'에 한국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특히 납치자 문제를 강력하게 거론하는 일본 정부와 달리 한국 정부는 이 문제를 덮으려고만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의 납북자들은 단순한 '행방불명자'로 다뤄지고 있다며, 자국민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일본과 큰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북한 문제를 언급할 때마다 핵과 탄도미사일 폐기와 함께 일본인 납치문제를 거론하는 등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일본인 납치 문제를 적극적으로 얘기하겠다는 발언을 얻어내는 등 주변국들과의 협력도 강화하는 모습입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도 8일 공개된 일본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일본 납치자 문제를 직접 제기했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 문제를 중시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요청이 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인도적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북한 측에 제기했다"면서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졌을 때에도 다시 한 번 직접 이야기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납북자 가족들은 문 대통령이 정작 자국민 납북자와 억류자 문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토로한 겁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8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구체적으로 납북자와 관련된 사안이 언급되진 않았지만 '판문점 선언'에 인도적 문제를 녹여내 추후 해결 가능성을 열어놨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 정부 차원에서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판문점 선언'에는 “남과 북은 민족 분단으로 발생된 인도적 문제를 시급히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하며, 남북 적십자회담을 개최하여 이산가족·친척 상봉을 비롯한 제반 문제들을 협의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명시했습니다.

그러나 최 대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 정부의 대처는 여전히 소극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최 대표] “내일 당장 수많은 사람들이 돌아가세요. 하늘이 준 천륜을 정부가 세금 받아가면서 갈라 놓는 거지. 이산가족 문제나 이런 것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두리뭉실하시지 말고, 북한의 요구가 뭔지, 우리는 뭘 요구하는지 정확히 해서...”

서울에서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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