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핵 전문가들은 북한이 실제로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폐기했는지 증명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으로 공개된 폭발 방식과 규모는 갱도 깊은 곳까지 영향을 미칠 파괴력에 못 미친다는 진단입니다. 김영남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핵무기연구소 공식 성명을 통해 지난 24일 풍계리 핵 실험장이 완전히 폐기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자 백악관 고위 관리는 곧바로 그런 발표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북한이 “핵 실험장을 폐기한다고 주장하는 행사”를 했고, 실제로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만 확인할 수 없는 일이 됐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미국과 한국 측에 국제 전문가들과 당국자들을 초청해 폐기를 검증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미국 핵 전문가들 역시 공개된 영상과 사진만으로는 해당 핵 실험장이 완전히 폐기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입니다.
[녹취: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 “We didn’t even learn that they shut down the tunnel, I mean we all saw the explosion in the entrances, and they had this picture that showed that seemed to indicate that there were explosion inside the tunnels, and I think some journalists saw some wires running into the tunnels in distance, but we don’t have direct evidence from that visit that tunnels were blown up as North Koreans said they would be.
올브라이트 소장은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갱도 입구와 안쪽에서 폭발이 발생한 것처럼 보여지는 사진들이 공개됐지만 북한의 주장처럼 완전히 폐기됐다는 점을 보여주는 직접 증거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갱도 내부로 연결되는 배선 장치 등이 기자들에 의해 목격되기도 했지만 멀리서 지켜봐야 했다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과거 이라크 무기 사찰에 참가했던 올브라이트 소장은 핵 실험장이 북한의 주장처럼 완전하게 폐기된 게 아니라면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보여진 두 개의 갱도는 수 주 안에 다시 가동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 “If they weren’t blown up like that, they could have those two tunnels back in operation within weeks.”
핵 폐기 전문가인 셰릴 로퍼 전 미국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폐기 조치로 해당 실험장의 갱도가 수십 미터 정도 무너져 내린 데 그쳤을 것이라며 역시 회의적인 관측을 내놨습니다.
[녹취: 셰릴 로퍼] “I would say that my judgement is that the tunnels are collapsed for some 10s of meters in, but that is all. I thought that the explosive in placement looked very unsophisticated, and then I saw the explosion, it just looked to me like it was kind of minimal job.”
폭발 장면을 담은 영상을 확인한 결과 사용된 폭파 장치 역시 매우 조악해 보였고 아주 작은 규모의 작업으로 보였다는 설명입니다. 따라서 해당 실험장의 갱도를 다시 뚫는다면 또 사용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로퍼 씨는 외부인들이 방사능 측정기를 소지하지 못했던 점 역시 아쉬운 대목으로 꼽았습니다.
[녹취: 셰릴 로퍼] “When I was in the Degelen Mountains in Kazakhstan there were some tunnels in which the containment has not held and they spit out their radio activity across the little … and we could see it, again it wasn’t dangerous, but if I just go to a place I would like to know how the situation is.”
자신이 카자흐스탄 세미팔라틴스크 핵 실험장 해체 작업에 참여했을 당시에도 위험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방사능 물질 등이 유출됐었다는 겁니다.
따라서 이번에도 방사능 측정기를 통해 정확한 실태를 확인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카자흐스탄은 옛 소련의 대표적 핵 실험장이었던 세미팔라틴스크를 1990년대에 자발적으로 폐기했으나 이후 플루토늄을 비밀리에 채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2000년대에 다시 밀봉 절차를 밟은 바 있습니다.
한편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측 관계자들이 한국 취재진에게 풍계리 3번 갱도 앞 개울물을 마셔보라고 권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옳지 않은 생각이라면서도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있었다고 소개했습니다.
[녹취: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 “That is a bad idea. But it is interesting, I used to do a lot of work on radioactive contamination, toxic contamination on our nuclear weapons production sites, and back in 1980s, if you were working out around any of the site…”
자신이 1980년대 미국의 핵무기 시설에서 방사능과 독성 물질 오염과 관련한 많은 일을 했을 당시에도 현지 관계자들은 자신들의 시설이 가장 안전하다고 주장했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후 방사능이나 수은이 나중에 검출되기도 했다는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이어 핵 시설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항상 고립된 상태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자신들이 안전하다고 스스로 설득하며 지낸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