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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석탄 실은 선박은 중국 소유…한국 재입항에도 억류 안 돼


한국 인천항. 중국 소유 화물선 '스카이 엔젤' 호는 지난해 10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로 수출이 금지된 북한산 석탄을 싣고 인천항에 입항한 것으로 전문가패널 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한국 인천항. 중국 소유 화물선 '스카이 엔젤' 호는 지난해 10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로 수출이 금지된 북한산 석탄을 싣고 인천항에 입항한 것으로 전문가패널 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북한산 석탄을 싣고 한국에 입항한 파나마와 시에라리온 선박 2척이 사실상 중국 선박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불법을 저질렀던 이들 선박들은 약 4개월 뒤 한국에서 안전검사를 받았지만, 억류 조치 없이 풀려났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아태지역 항만국 통제위원회(도쿄 MOU)는 문제의 선박 2척의 선주를 중국 회사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VOA’가 위원회의 안전검사 자료를 검토한 결과 이들 선박들의 등록서류에는 중국 랴오닝성 다이롄에 주소지를 둔 회사가 선주로 명시돼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10월2일 한국 인천 항에 북한 석탄을 하역한 ‘스카이 엔젤’ 호의 소유주는 ‘다이롄 스카이 오션 인터네셔널 쉬핑 에이전시’로 주소는 다이롄 중산구의 한 멘션이었습니다.

지난해 10월 2일 한국 인천 항에 북한 석탄을 하역한 ‘스카이 엔젤’ 호의 소유주인 ‘다이롄 스카이 오션 인터네셔널 쉬핑 에이전시’ 사 등록서류. 중국 다이롄 중산구의 한 멘션을 주소로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2일 한국 인천 항에 북한 석탄을 하역한 ‘스카이 엔젤’ 호의 소유주인 ‘다이롄 스카이 오션 인터네셔널 쉬핑 에이전시’ 사 등록서류. 중국 다이롄 중산구의 한 멘션을 주소로 기록했다.

또 전화와 팩스 번호 란에는 중국이 사용하는 국가번호 ‘86’이 적혀 있었고, 지역번호는 다이롄 일대에서 통용되는 ‘411’로 기재돼 있었습니다.

지난해 10월11일 포항에 입항했던 ‘리치 글로리’ 호의 소유주인 ‘싼허 마린’ 역시 다이롄의 사허커우 구의 한 사무실을 주소지로 등록했습니다. 다만 전화번호와 팩스 번호는 저장성 저우산의 지역번호를 사용 중이었습니다.

지난해 10월 11일 포항에 북한 석탄을 하역한 ‘리치 글로리’ 호의 소유주인 ‘싼허 마린’ 사의 등록서류. 중국 다이롄의 사허커우 구의 한 사무실을 주소지로 등록했다.
지난해 10월 11일 포항에 북한 석탄을 하역한 ‘리치 글로리’ 호의 소유주인 ‘싼허 마린’ 사의 등록서류. 중국 다이롄의 사허커우 구의 한 사무실을 주소지로 등록했다.

문제의 선박들은 제 3국에 등록돼 운항하는 편의치적 방식이 이용됐지만, 실제 운영은 중국 회사가 하고 있던 겁니다.

다만 파나마 선적이었던 ‘스카이 엔젤’ 호는 지난 4월 이후 바나투로 선적을 바꿔 운항하고 있었습니다.

앞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은 올해 초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산 석탄 거래에 중국과 홍콩, 호주, 영국, 버진아일랜드 등에 등록된 여러 위장 회사들이 관여했다고 명시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석탄 거래에 이들 중국 회사들이 얼마만큼 관여했는지 여부는 여전히 불분명하지만, 최소한 선박의 등록지로 사용된 파나마와 시에라리온 혹은 바나투가 연관됐을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이런 가운데 문제의 선박 2척은 지난해 10월 한국에 석탄을 하역한 이후에도 한국 항구에 다시 입항한 것으로 확인돼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됩니다.

아태지역 항만국 통제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리치 글로리’ 호와 ‘스카이 엔젤’ 호는 각각 지난 2월20일과 21일 인천과 군산 항에서 안전검사를 받았습니다.

북한산 석탄 세탁과 운반에 동원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선박이 또 다시 한국 항구에 정박한 겁니다.

안보리는 지난해 12월 채택한 결의 2397호를 통해 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에 연루됐거나 불법 품목을 운반했다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선박에 대해 유엔 회원국이 억류와 검사, 자산동결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이들 선박들은 결의 채택 약 2달 뒤, 또 불법 사실이 확인된 지 약 4개월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지만 아무런 제재 없이 풀려났습니다.

지난해 10월 2일 한국 인천 항에 북한 석탄을 하역한 ‘스카이 엔젤’ 호가 지난 2월 군산 항에서 검사 받은 기록.
지난해 10월 2일 한국 인천 항에 북한 석탄을 하역한 ‘스카이 엔젤’ 호가 지난 2월 군산 항에서 검사 받은 기록.

지난해 10월 11일 포항에 북한 석탄을 하역한 ‘리치 글로리’ 호가 지난 2월 인천 항에서 검사 받은 기록.
지난해 10월 11일 포항에 북한 석탄을 하역한 ‘리치 글로리’ 호가 지난 2월 인천 항에서 검사 받은 기록.

당시 인천에서 검사를 받은 ‘리치 글로리’ 호는 ‘문서’와 ‘작업여건’ 등 2건의 항목에서 지적을 받은 뒤 운항을 재개했습니다. 또 군산 항에 정박한 ‘스카이 엔젤’ 호는 ‘화재안전’과 ‘운항안전’ 항목에서 총 4건의 결함이 발견됐지만 억류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17일 정례브리핑에서 지난해 10월 한국 정부가 이들 선박들의 불법 사실을 먼저 인지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다른 외교부 당국자도 지난해 10월 이들 선박들이 인천과 포항에 정박한 기간에 관련 사실을 인지하고 조사에 나섰다고 확인했습니다. 다만 이 당국자는 당시 잡아둬야 할 의무가 없어 배를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들 선박들이 다시 되돌아 온 시점은 억류 조치가 가능해진 결의 2397호 채택 이후 시점이어서, 특별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이유에 관심이 모아집니다.

이들 선박들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건 한국뿐만이 아닙니다.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스카이 엔젤’ 호는 16일까지 중국 바위취안 항에 머무른 뒤 현재 공해상으로 사라졌습니다.

또 ‘리치 글로리’ 호도 17일 현재 일본 하리마 항에 정박 중입니다.

그 외에도 지난해 10월 이후 중국과 러시아, 일본의 여러 항구에서 두 선박이 안전검사를 받았다는 기록 또한 아태지역 항만국통제위원회 자료에서도 확인됩니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산 석탄의 환적과 운항에 관여했다고 지적한 선박들이지만 여전히 자유롭게 운항을 하고 있는 겁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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