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비핵화 혹은 경제 개혁의 출구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대북 제재로 외환보유고가 급격히 줄면서 선택지가 좁아지고 있는 만큼, 일부 국가들이 제재 해제를 통해 출구를 열어줘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미 정보당국에서 오랫동안 북한과 중국 경제를 분석했던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객원교수는 23일 VOA에 김정은 위원장이 현재 경제적으로 엄청난 압박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Right now, I think the pressure very much on him. I think it hugely on him because up to now…”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대북 제재로 수출 길은 막히고 수입은 계속되면서 무역적자가 증가해 외환 보유액이 날마다 줄고 있다는 겁니다.
브라운 교수는 한국은행이 지난 21일 발표한 북한 경제 관련 보고서들도 이런 증거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If GDP were measured over the past four quarters that is through mid-2018, I expect the decline would be at least double the 3 percent, maybe closer to 10 percent.
특히 이번 발표가 올해 중반기를 기준으로 지난 4분기를 분석한 것으로 볼 때 누적 효과를 감안하면 올해 GDP 감소 규모는 전년보다 적어도 두 배 이상, 거의 10%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물탱크 밑이 갈라져 물이 계속 새듯이 북한의 외화가 매일 감소하는 상황이라며 언제 바닥날지 불확실하지만, 마냥 지속 가능한 상황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21일 발표한 보고서(2017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에서 북한의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가 전년 대비 3.5% 감소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수입은 전년보다 약간 증가한 37.8억 달러로 나타난 반면 수출은 28억 달러에서 17억 달러로 전년 대비 37%나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결과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 때문으로 정부 관리들과 전문가들은 풀이하고 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제재 국면에서 외환 보유액 누수를 막으려면 수입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수밖에 없지만, 북한은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 원료나 조립 부품 등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공장과 기업소를 시찰하며 기술 발전과 국산화, 생산 현장의 정보·과학·현대화를 강조하는 배경도 이런 의존도를 줄이려는 시도로 보이지만,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브라운 교수는 북한의 이런 경제 상황을 김정은 위원장이 상자 안에 갇혀 출구로 내몰리는 모습에 비유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He doesn’t have many doors in this box. I think there are two doors to get out of this box. One is denuclearization…”
김 위원장이 상자 안에 갇혀 비핵화 혹은 경제 개혁의 출구로 탈출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계속 몰리고 있다는 겁니다.
브라운 교수는 비핵화와 경제개혁 모두 김정은에게는 내키지 않겠지만, 선택할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으며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해도 북한 주민과 국제사회에 모두 유익하기 때문에 현 상황을 낙관적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오 국무장관이 최근 비핵화에 시간표가 없다고 말하는 것도 기존 최대 압박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의 선택을 강요하며 때를 기다리는 계산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브라운 교수 역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를 알고 있지만, 김 위원장은 아직 불확실하다며 그에게 시간표가 더 촉박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중국이나 한국 등이 대북 제재를 극적인 규모로 해제해 김정은 위원장이 제3의 출구로 나가도록 개입하는 돌출 변수가 남아 있다며, 이는 아주 수치스러운 짓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 foreign intervention which would be really shameful because then he wouldn’t have to walk through the reform or denuclearization door….”
이런 외부의 개입은 김 위원장이 개혁이나 비핵화를 할 필요가 없도록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브라운 교수는 그러나 시진핑 정부는 제재를 활용해 북한을 더 통제하길 원하기 때문에 소규모로 북한을 지원하며 숨통을 터 주면서도 주목할만한 제재 해제는 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일부 전문가는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통계는 북한의 경제가 실제로 위축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다고 평가하면서도 김정은 위원장이 상자 안에 갇혀있는지에 대해서는 불확실하다고 말했습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입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The question again is how are they financing the fact they are importing more than exporting…:”
북한이 외환보유고를 발표하지 않는 상황에서 자금을 어디에서 어떻게 충당하는지, 북한에 들여오지 않고 외국에 남겨 둔 외환이 얼마나 되는지 모두 불투명하기 때문에 전망하기가 힘들다는 겁니다.
게다가 중국이나 러시아가 뒤에서 지원하거나 제재를 얼마나 완화하는지에 따라 언제든 변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상자 안에서 쫓기는 상황이라고 단정 짓기 힘들다고 뱁슨 전 고문은 말했습니다.
뱁슨 전 고문은 또 김 위원장도 경제 위기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최근 여러 문제를 솔직히 공개하고 관리들을 질타하며 나라 안팎으로 타개책 마련에 부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 경제전문 웹사이트인 ‘NK Economy’의 공동편집장인 벤자민 실버스타인 미 외교정책연구원 연구원도 김정은 위원장이 상자 안에서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답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실버스타인 연구원] “I think it’s very very difficult question to answer. If we look at the estimate of Bank of Korea….”
한국은행이 발표한 통계와 최근 대북 소식통을 통해 분석한 결과 북한의 경제 상황이 분명히 아주 좋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김 위원장을 압박하는 상자 크기와 형태가 어떤지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실버스타인 연구원은 특히 북한의 안정적인 장마당 물가를 볼 때 단기간에 대규모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결론 내리기도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장마당이 계속 커지면서 국내 경제의 효율성과 생산성이 증가하는 현상도 제재와 별개이기 때문에 판단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뱁슨 고문] “domestic economy which has been very efficient is very improving its efficiency and productivity because of the growing market…”
밴슨 전 고문은 북한 정권이 장마당에 유연성을 허용하고 지방 기업소에 자치권을 더 부여하는 등 중앙경제 체제를 분산화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제재 압박에 따른 자구책으로 보이지만, 그럼에도 이런 현상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기류가 국가 통계와 경제 정책을 국제사회와 더욱 투명하게 교류하는 동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