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는 원인인 종전 선언 문제와 관련해 미국에서 새로운 기류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윤국한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종전 선언과 관련한 미국 내 새로운 기류라는 게 뭘 말하나요?
기자) 언론매체들이 종전 선언을 트럼프 행정부가 이행해야 할 몫으로 지적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북 간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없는 이유를 북한 탓으로만 돌리는 것과는 다른 흐름입니다. 우선, 인터넷 매체인 `복스’가 소식통들을 인용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종전 선언에 곧 서명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종전 선언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조건을 붙이고 있는 데 대해, “북한이 화가 나 있는 게 이해가 간다”는 소식통의 말을 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종전 선언을 놓고 비핵화 협상이 답보 상태에 있는 이유에 대해 `미국 책임론’을 거론한 것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아울러 유력 매체인 `뉴욕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사설을 통해 비핵화 답보 상태를 풀려면 종전 선언이라는 상응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워싱턴 포스트’는 북한과 공정한 맞교환에 대해 협상하는 것이 “현재 상황을 구할 수 있는 최선의 희망’이라고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북한전문 매체인 `38 노스’도 “북한이 원하는 것을 주지 않고 미국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는 없다”며 “그런데 미국은 지금까지 바로 이런 불가능한 일을 시도해 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선언을 약속했다는 주장을 일찍부터 해왔지요?
기자) 북한은 지난달 7일 폼페오 국무장관의 3차 방북 직후 발표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폼페오 장관이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나왔다’며 그런 주장을 폈습니다. 폼페오 장관이 “이미 합의된 종전 선언 문제까지 이러저러한 조건과 구실을 대면서 멀리 뒤로 미루어놓으려는 입장을 취했다”는 겁니다.
진행자) 미국 정부가 종전 선언에 대한 북한 측 주장과 미 언론매체의 보도를 확인하고 있나요?
기자) 아닙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이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피한 채, 종전 선언에 앞서 비핵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백악관과 국무부 모두 `복스’의 보도를 부인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한국의 서훈 국정원장은 폼페오 장관의 방북이 취소된 데 대해 “종전 선언을 먼저 할 것을 요구하는 북한과, 핵 목록 신고가 우선이라는 미국의 입장차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미국이 종전 선언을 아예 반대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에는 종전 선언에 긍정적인 입장이었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그런데 종전 선언에 실리는 무게가 커지면서 지금은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은 짐 매티스 국방장관과 존 볼튼 백악관 보좌관이 종전 선언에 강하게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폼페오 장관의 방북이 취소된 건 북한이 종전 선언 약속 이행을 강하게 요구했고, 미국은 이를 `충분히 적대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언론들이 전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과 북한이 종전 선언 문제로 인한 협상 답보 상태를 깨고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까요?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고는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행정부 내에서 종전 선언을 놓고 찬반론이 부딪히고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 문제를 풀지 않고는 북한과의 비핵화 논의 자체가 불가능할 전망입니다.
진행자) 한국 정부는 9월에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미국과 중국, 남북한 정상이 참여하는 종전 선언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요, 가능한 일일까요?
기자) 이 목표가 현실화 되려면 당사국들의 개별적인 사전 논의가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미국과 북한의 논의는 폼페오 장관의 방북 취소로 답보 상태이고, 미국과 중국은 무역 분쟁으로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더구나 미국은 중국의 종전 선언 참여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엔총회 개막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시간이 촉박한 상황입니다.
한반도 현안을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뉴스 해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