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직관리들은 한국의 대북 특사단 방북 결과에 대해 북한으로부터 비핵화 다짐을 받은 건 고무적이지만, 여전히 세부 합의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미-한 관계에 흠집을 내려는 북한의 의도에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기대했던 디테일이 결여돼 새로울 것은 없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한 한국 특사단의 방북 성과에 대해 미국의 전직 외교 당국자들이 내놓은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는 6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 특사단이 북한을 방문한 점, (비핵화 의지를 밝힌)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은 매우 긍정적이지만, 이제는 상세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중요한 건 세부 조치들이라는 지적입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The visit of the Security advisor of South Korea to North Korea is very positive and the comments of Kim Jong Un is very positive, too, but the particulars has to be worked out now, everything is the particulars.”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는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의 방북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이번 특사단의 방북을 올바른 길로 향하는 과정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코브 전 차관보] “I think the fact that we are having this meeting is the step to the right direction.”
코브 전 차관보는 이번 방북 결과가 교착 상태에 빠진 미-북 협상을 진전시킬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첼 리스 전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은 북한이 보였다는 비핵화 의지는 새로운 메시지가 아니며, 새로운 것을 찾자면 메시지의 전달 방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리스 전 실장] “These words are not going to be measured of the success, what’s been very cleared about is that the North Koreans have been saying that they are willing to denuclearized since at least 1991. So this is not a new message, it is new in terms of the way how it was delivered.”
(약속한다는 등의) 말은 (특사단 방북의) 성공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지 않는다며, 북한은 적어도 지난 1991년부터 비핵화할 의지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는 겁니다. 따라서 북한은 그 동안 해온 말을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라는 게 리스 전 실장의 진단입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북한이 특사단의 발표처럼 비핵화하겠다는 것이 진정한 북한의 의도인지를 보려면 역사가 말해주듯, 시험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와일더 전 보좌관] “I think that the history tells us that we need to test this, we need to test this to see whether or not that is what the North Korea intends, Stephen Biegun is travelling to Seoul, Beijing and Tokyo and that gives US an opportunity to see exactly what is the mood of North Korea.”
이어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한중일 3개국 순방에 나선다며, 그의 행보는 미국에게 북한의 정확한 '분위기'를 파악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국무부는 비건 특별대표가 오는 10일부터 15일까지 한국과 중국, 일본을 차례로 방문한다면서, 북한이 합의한 비핵화 달성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와일더 보좌관은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 비핵화를 실현할 뜻을 밝힌 데 주목했습니다.
[녹취: 와일더 전 보좌관] “He is trying to indicate that he is ready to negotiate, it is great to have an end point but what is needed is a roadmap, because the end point is just the end point.”
답보상태를 보이는 미-북 협상에 대해, 김 위원장이 협상 시작 준비가 됐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는 겁니다.
와일더 보좌관은 그러면서 ‘끝맺음 시점’을 정한 데 주목했습니다. 다만, 그 시점을 향한 로드맵을 설정하지 않는다면 종료 시점은 그저 종료 시점이라는 말에 그칠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미-북 양측이 비핵화와 그에 상응하는 조치의 순서를 정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는 남북 간 공동연락사무소 개소 선언에 대해서는 제재 위반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양측간 소통 목적을 위한 바람직한 조치로 진단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차석대표] “I think the most people would say communication is good, that’s why we need to do something like that.”
하지만 와일더 보좌관은 한국 정부는 어떤 결정을 하는 데 있어 신중하고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와일더 전 보좌관] “ I think that South Koreans need to be very careful and cautious on what they do, because we have seen North Koreans can try to manipulate and divide US from South Korea, The administration would have to decide whether the office somehow is out of compliance, the key question is “are we staying together in order to reach the mutual objective which is denuclearization?””
북한이 미국과 한국의 분열을 적극 조장하는 모습을 봐왔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연락사무소를 여는 것이 혹시 규정을 위배하는 것이 아닌지 살펴본 후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중요한 문제는 미국과 한국이 공동의 목표인 비핵화를 이루기 위해 뜻을 같이 하는지 여부라며, 지나치게 밀접한 남-북 관계가 자칫 미-한 관계를 경색시킬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 4일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한국 대통령에게 미-북 양쪽을 대표하는 ‘수석 협상가’ (Chief negotiator) 역할을 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리스 전 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 앞장 서 모든 것을 주도하기 원하는 성향인 만큼, 김 위원장과 직접적인 대화와 협상을 선호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