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기업 총수들이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동행하면서 그 배경과 효과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미국 내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북한에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핵 문제 해결을 시도하고 있지만 제재 국면 속에 한국 기업들의 운신의 폭이 극히 제한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안소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 한국 정부가 북한과의 협상 과정에서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것을 긍정적 지렛대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It’s the positive leverage in the negotiation, if we can get process it has traction moving on denuclearization, there are kind of concrete things we can be talking about doing.”
뱁슨 전 고문은 17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남북 정상회담에 한국 대기업 총수들이 동행한 것과 관련해, 비핵화 진전을 견인할 수 있다면 (남북경협과) 관련해 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것들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만한 행동에 나선다면 경제적 혜택을 주겠다는 제안이야말로 제재와 관련한 영향력이 없는 문 대통령이 김정은을 설득할 유일한 지렛대라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He doesn’t have leverage using sanctions, the only leverage he has is convincing Kim to do something that the US would feel positive would be to say this is positive economic benefits we can talk about.”
반면 윌리엄 뉴콤 전 재무부 분석관은 한국정부가 남북정상회담 참석자 명단에 글로벌 기업 총수 등을 포함시킨 것을 너무 이른 행보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뉴콤 분석관] “I think they are just trying to create the momentum for the positive atmosphere, but a lot of these are premature given the lack of progress on denuclearization.”
한국이 (북한과의) 긍정적인 분위기 조성에 힘을 싣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비핵화 과정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이런 결정을 내린 건 시기상조라는 겁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에서 미국 측 대표를 역임하기도 한 뉴콤 전 분석관은 한국이 재계 인사들을 앞세워 북한과 한반도 미래의 모습에 관해 논의하고 준비할 순 있겠지만, 북한을 상대로 한국 기업들에게 주어질 사업 기회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뉴콤 분석관>”I don’t see very much opportunity for any kind of commercial venture, there are restrictions about doing cooperative ventures in the international sanctions.”
국제사회의 제제 국면 속에 북한과 할 수 있는 협력 사업은 제한적이라는 설명입니다.
이와 관련해 뱁슨 전 고문은 한국 정부가 제재를 위반하지 않고 북한과 합의할 수 있는 사업은 관광 사업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엄밀히 말해 유엔 대북제재에 관광 관련 조항은 없으며, 북한 내 중국인 관광객 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도 그런 이유라는 설명입니다.
[녹취: 뱁슨 전 고문] “Technically, tourism is not UN sanctions right now so you see, for example, a very big ramping up of Chinese tourist in North Korea right now, so South Korea could agree to expand tourism activities with North Korea without violating sanctions.”
실제로 지난 16일, 한동안 중단됐던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북한 여행이 재개됐고, 이보다 앞선 13일에는 12년 만에 북한 고려항공이 평양과 다롄을 잇는 전세기 운항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없고, 북한 내부 사정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투자나 경제 협력을 계획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뉴콤 전 분석관입니다.
[녹취: 뉴콤 분석관] “It comes with enormous risks, I mean you have risks about retaining the property that you would utilize up there, you have the risk about being able to repatriate any running, like Orascom, you have the risk of improper confiscations through biased legal actions, So none of those risks had been mitigated.”
북한에서 사업장을 활용하고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뿐 아니라, 북한의 편파적인 법적 조치로 재산이 몰수될 상황도 가정해야 하며, 오라스콤과 같이 갑자기 철수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집트 이동통신사 오라스콤은 북한과 공동 출자로 고려링크를 설립해 북한에서 이동통신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북한 내 경쟁업체 등장과 북한 당국의 규제로 고려링크를 자회사에서 협력회사로 전환한 바 있습니다.
오라스콤은 북한 당국의 비협조와 환율 문제 등으로 북한에서 벌어들인 수익금 6억5천3백만 달러를 외부로 반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뉴콤 전 분석관은 따라서 제재 위반 여부를 떠나 이 같은 위험 요소를 중재할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채 섣불리 북한에 투자를 하는 것은 큰 손실 위험이 따른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과의 협상을 주도했던 미국의 전직 외교 당국자들도 한국 기업인들의 방북이 북한의 비핵화를 견인할 만한 유인책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한국 정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지는 이해하지만 기업인을 대동하는 것은 북한을 위한 ‘보여주기 용’에 불과하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I think it is just a show for the North Koreans, they are just trying to say to North Koreans that if they make right decision, they could cooperate with some consequential economic entities, I understand the idea but I am skeptical whether it would do anything.”
한국 정부가 기업 총수들을 직접 대동함으로써, 북한에 올바른 결정을 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려 하지만, 그런 움직임이 (비핵화와 관련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는 설명입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 핵 특사는 관건은 한국이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얼마나 균형을 잘 맞춰 나갈지에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 “The negotiation between Washington and Pyongyang is stalled and US is still on a mode of maximum pressure, so the question is can President moon do the balancing at keeping things going?
갈루치 전 특사는 미국이 여전히 최대 대북 압박 캠페인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동시에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잘 유지해 나갈 수 있을 지가 가장 큰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