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 9월 평양 공동선언’을 발표했습니다. 이 선언은 영변 핵 시설 영구 폐기를 언급하고 있어 눈길을 끄는데요. 평양 정상회담이 2차 미-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질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지난 18일부터 2박3일 간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1차 회담은 18일 평양의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오후 3시 45분부터 5시45분까지 열렸습니다. 남측에서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북측에서는 김영철 통일전선부 부장과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배석했습니다.
2시간 동안 진행된 1차 회담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역사적 조미대화 상봉의 불씨를 문 대통령께서 찾아줬다”고 사의를 표했습니다.
[녹취: 김정은] ” 역사적인 조미 대화, 조미 수뇌 상봉의 불씨를 찾아내고 잘 키워주셨습니다. ”
그러자 문 대통령도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에 사의를 표한다고 화답했습니다.
[녹취: 문재인] ”오늘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한가위인데 8천만 겨레에게 풍성한 결과를 남기는…”
전문가들은 1차 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 같다고 말합니다. 이 자리에서는 군사적 긴장 완화와 남북 경협 등 주로 남북관계를 논의했는데, 대부분이 이미 사전 실무회담에서 합의됐기 때문에 두 정상이 추인을 하는 수준에 그쳤을 것이라는 겁니다. 한국의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입니다.
[녹취: 강인덕] ”이미 사전에 실무회담을 통해 얘기가 됐기 때문에 정상들은 예비회담 내용을 추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별로 어렵지 않았을 겁니다.”
이틑날인 19일 오전에는 백화원 초대소에서 2차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이날 정상회담은 배석자 없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단독회담으로 진행됐습니다. 단독회담은 1시간 10분간 진행됐습니다.
눈길을 끄는 것은 회담을 마치고 나온 문재인 대통령의 표정이었습니다. 오전 10시에 회담장에 들어갈 때만 해도 문재인 대통령은 밝은 표정이었습니다. 그러나 회담장 문이 열리자 문 대통령은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무거운 표정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회담장을 나온 김정은 위원장도 어두운 표정이었습니다.
두 정상은 회담 후 잠시 휴식을 취한 뒤 ‘9월 평양 공동선언’ 합의서에 서명하고 기자회견을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처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로 비핵화 의지를 직접 밝혔습니다.
[녹취: 김정은] “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하였습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의 상응 조치에 따라 북한이 영변 핵 시설 영구 폐기 같은 추가 조치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재인] “북한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의 참여 하에 영구 폐쇄하기로 했으며, 미국의 상응 조치에 따라 영변 핵 시설의 영구 폐기와 같은 추가 조치도 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대해 강인덕 전 장관은 단독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비핵화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이를 거부한 것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강인덕] ”절충안이라는 것이 문 대통령이 얘기한 것은 미국이 요구하는 핵 신고와 검증, 현재의 핵 문제일텐데, 북측이 거부한 것이 틀림없다, 이렇게 보고 있어요.”
당초 문재인 대통령이 구상했던 것은 북한의 핵 신고와 미국의 종전 선언 등을 맞바꾸려는 것이었습니다. 미국은 핵 신고와 검증을 바라고 있고 북한은 종전 선언과 제재 완화 등을 바라고 있으니 이를 시한을 정해 서로 주고 받자는 겁니다.
앞서 한국 강경화 외교장관과 미국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17일과 18일 잇달아 전화통화를 한 것도 이 같은 중재안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문 대통령이 제시한 중재안을 거부하고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전문가들의 참관 아래 폐기한다는 것과, 미국이 상응 조치를 할 경우 영변 핵 시설을 폐기할 용의를 표명하는데 그쳤습니다.
한마디로 미국이 종전 선언, 제재 해제 등의 상응 조치를 취할 경우 북한 스스로 비핵화 대상을 정해 자체적으로 비핵화하겠다는 겁니다.
과거 부시 행정부에서 북한을 담당했던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영변 핵시설 폐기는 핵 신고에 따른 조치가 아니라 북한이 자체적으로 선정한 시설을 폐기한다는 것이라며, 큰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힐] “These are self-selected measures that I don’t think speak to the issue of denuclearization. “
물론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우선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자신의 육성으로 직접 비핵화를 언급한 것은 이것이 처음입니다. 그동안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을 만난 인사의 전언 형식으로 비핵화 의지를 전하곤 했는데 이번에 최초로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하였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에서 북한 핵문제를 담당하는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20일 밝힌 내용입니다.
[녹취: 이도훈] “ 이번엔 그 의지를 구체화할 수 있는 실천적 조치를 확인하고 합의했다는 것이 중요하고,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TV 앞에서 그걸 했다는 것이 아주 중요한 대목입니다. 과거에는 북한이 이 정도로 최정상급에서 대외적으로 (비핵화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밝힌 바 없습니다.”
또 북한은 ‘참관’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폐기 과정에서 사찰을 허용하겠다는 것도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이 이번에 언급한 ‘영변 핵 시설 영구 폐기’도 지난 4.27 판문점 선언에서 언급한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보다는 상당히 구체적입니다.
그밖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지적한대로 한국과 북한이 남북대화 테이블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방안에 합의한 것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또 남북관계 측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안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15만 평양 시민들을 상대로 직접 연설을 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입니다.
[녹취: 문재인] ”평양시민 여러분, 동포 여러분, 우리 민족은 우수합니다, 우리 민족은 강인합니다. 우리 민족은 평화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합니다.”
이처럼 문 대통령이 평양에서 합의한 비핵화 방안은 당초 기대에 못미치거나 예상과는 다른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북한과 한국에서 아주 좋은 소식이 있다”며 그들(남북 정상)은 만났고 우리는 아주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Very good news from North Korea and South Korea…”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엄청난 서한을 받았다.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그것은 3일 전에 도착했다”며 우리는 북한과 관련해 엄청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언급한 3일 전 받았다는 김 위원장의 친서가 백악관이 지난 10일 공개한 친서의 전달 시기를 잘못 말한 것인지, 아니면 추가의 별도 친서가 있었다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올린 인터넷 트위터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담은 평양 공동선언과 관련해 “매우 흥분된다(very exciting)”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국의 외교정책 수장인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19일 북한 비핵화를 위해 즉시 협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폼페오 국무장관은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을 외부 참관 속에서 영구 폐기하기로 한 조치 등을 환영한다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폼페오 장관은 "다음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만날 것을 리용호 외무상에게 오늘 아침 요청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최대한 빨리 오스트리아 빈에서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만나자는 제안을 북한 대표에게 했다고 밝혔습니다.
폼페오 장관은 곧 재개될 미-북 대화가 “2021년 1월까지 완성될 북한의 신속한 비핵화 과정을 통해 미-북 관계를 변화시키는 한편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협상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미 외교협회의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합의된 비핵화 방안이 미흡하긴 하지만 문 대통령의 중재 노력이 미-북 간 대화를 복원시킨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스나이더] “Job of president Moon really put US and North Korea…
이제 시선은 24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미-한 정상회담에 쏠리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비핵화의 관련된 김정은 위원장의 비공개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비핵화와 종전 선언을 맞바꾸는 방안과 함께 2차 미-북 정상회담도 설득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별도로 유엔을 방문하는 리용호 북한 외무상도 폼페오 국무장관을 만날 예정입니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되살아난 비핵화 불씨가 2차 미-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