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이 다음달 정상회담 조율을 위해 평양을 방문합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평양에서 돌아온 지 나흘 만인 24일 미국 뉴욕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핵 문제를 풀려면 2차 미-북 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변함없는 신뢰와 기대를 밝히면서 트럼프 대통령만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조기에 만나 트럼프 대통령과 비핵화를 조속히 끝내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습니다. 미-북 정상회담 조기 개최와 성공을 기원합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이 “머지않은 장래에 김 위원장을 만나겠다”며 두 사람 모두 그 것(2차 북-미 정상회담)을 기대하고 있으며, 우리(미국)는 서두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2차 회담은 1차 회담과 비슷한 형식으로 열릴 것이며, 아마 (싱가포르가 아닌) 다른 장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 ”We have an agreement to work out another summit…”
이튿날인 26일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은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조율하기 위해 곧 북한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폼페오 장관은 이날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정상회담이 10월에 열릴 수도 있지만 “그 후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more likely)”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정상회담에 필요한 올바른 조건을 조율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 국무부는 폼페오 장관이 2차 미-북 정상회담 조율을 위해 다음달 북한을 방문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폼페오 장관의 이번 방북이 김정은 위원장의 초청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인 미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국장은 지난 8월 말 폼페오 장관의 방북 취소 이후 북한이 보낸 3가지 메시지가 2차 정상회담의 불씨를 되살렸다고 말합니다.
[녹취: 고스 국장] ”Combination of things, letter..”
우선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5일 평양을 방문한 한국 문재인 대통령 특사단을 만나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비핵화 할 용의를 표명했습니다. 한국 특사단장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6일 공개한 내용입니다.
[녹취: 정의용 실장]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에 북한과 미국 간의 70년 간의 적대 역사를 청산하고, 북-미 관계를 개선해 나가면서 비핵화를 실현했으면 좋겠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은 18일 평양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최초로 자신의 목소리로 비핵화 의지를 직접 밝혔습니다.
[녹취: 김정은 위원장] “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기로 확약하였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도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달에만 3차례나 친서를 보내 미-북 정상회담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자 백악관의 새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은 10일 김 위원장의 따뜻하고 긍정적인 친서를 받았다며, 정상회담을 조율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샌더스 대변인] “The primary purpose of the letter was to request and look to schedule another meeting with the President, which we are open to”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위원은 김정은 위원장 친서에 핵 신고와 검증 등 비핵화와 관련된 진전된 내용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닉시 연구위원] “The letter contains substantive idea or proposals on nuclear issue…”
이밖에도 북한의 핵 협상을 책임진 김영철 통전부장은 폼페오 장관과의 소통에서 핵 문제와 함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문제도 논의한 것으로 보입니다.
폼페오 장관은 23일 미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특정 무기체계(particular weapons systems)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폼페오 장관이 언급한 ‘정상회담을 위한 올바른 여건’ 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북한 간에는 비핵화를 둘러싼 몇 가지 쟁점이 있는데 이를 해결해야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겁니다.
가장 큰 쟁점은 비핵화 방식입니다. 미국은 1차적으로 북한의 핵 신고를 바라고 있습니다. 북한의 모든 핵 시설과 플루토늄, 우라늄 등 핵 물질, 그리고 핵무기를 빠짐없이 신고하라는 겁니다. 그런 다음 핵 신고 내용을 검증할 수 있는 사찰을 실시합니다.
이어 핵무기를 반출하고 핵 시설을 파괴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 모든 비핵화 조치가 트럼프 대통령의 1차 임기인 2021년 1월까지 완료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반면 북한은 비핵화 의지는 밝혔지만 비핵화 방식은 미국과 상당히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북한은 자의적이고 선택적인 비핵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비핵화 대상을 북한이 선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비핵화 방식과 순서, 그리고 보상도 북한이 정하려 하고 있습니다.
또 북한의 비핵화에 아직 핵 신고와 사찰은 등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이 최근 언급한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기도 사찰이 아니라 ‘참관’ 아래 폐기한다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면 북한에 얼마나 비밀 핵 시설이 있는지, 또 핵물질과 핵무기가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는 비핵화 과정이 중단될 경우 북한의 핵 능력이 그대로 남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폼페오 장관의 가장 큰 숙제는 북한으로부터 자세한 내용이 담긴 핵 신고서를 받아내는 것이라고 과거 클린턴 행정부에서 북한 핵 문제를 담당했던 로버트 갈루치 전 특사는 말했습니다.
[녹취: 갈루치 전 특사] “ We expect good declaration from the North what other nuclear facilities, where are the, what materials they have, what are the amounts.”
또 다른 쟁점은 종전 선언을 비롯한 미국의 상응 조치입니다. 북한은 ‘단계적 동시 조치’에 따라 비핵화를 여러 단계로 쪼개는 것은 물론 모든 단계마다 미국이 상응하는 종전 선언과 안전보장, 그리고 제재 해제 등을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미국은 제재 해제는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진 뒤에나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또 종전선언도 북한이 핵 신고를 하면 그 때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주목되는 것은 미국이 최근 종전 선언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인다는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빠른 시일 내에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예정된 제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도 (종전 선언이) 논의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미 테리 선임연구원은 26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은 김정은 위원장이 원하는 것이 종전 선언이라는 점을 알고 있고, 이를 내어줄 준비가 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테리 연구원] “I think that the U.S side understands that this is what KJU ultimately wants right now more than anything else, declaration to end the war.”
핵 신고를 비롯한 비핵화 방안은 미국 내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와도 연결돼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뒤 “더 이상 북한 핵 위협은 없다”고 선언했습니다. 또 북한 비핵화가 즉각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와 다르게 돌아갔습니다. 폼페오 장관은 7월 26일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이 핵 물질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북한이 평양 인근 산음동에서 미 본토 공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만들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비핵화에 진전이 없는 점을 들어 폼페오 장관의 방북을 취소한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비핵화 진전이 없다고 시인한 겁니다.
따라서 2차 정상회담에서도 구체적인 비핵화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트럼프 대통령이 궁지에 몰리는 것은 물론 미-북 관계는 지난해 같은 험악한 분위기로 돌아갈 수 있다고 켄 고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Returning to 2017..”
우여곡절 끝에 폼페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한 달 만에 되살아났습니다. 10월에 이뤄질 폼페오 장관의 방북은 한반도 정세에 일대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