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제재 대상 북한 선박이 중국 근해에서 포착됐습니다. 북한과의 선박 간 환적이 끊이질 않고 있어 관련국들은 초계기와 군함을 파견하며 근절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깃발을 단 동산 2호는 지난해 10월 유엔 안보리 제재 명단에 오른 선박입니다.
안보리 결의는 제재 선박이 해외 항구에 입항하는 것은 물론 공해상에서 다른 선박과 맞댄 상태에서 물품을 주고 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국제 수역에서 운항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동산 2호가 지난 15일 중국 근해에서 포착됐습니다.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MarineTraffic)’에 따르면 동산 2호는 북한 서해 해상에서 약 900km 떨어진 중국 저우산 인근 바다에서 북쪽을 향해 항해하던 중 신호가 잡혔습니다.
통상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운항하는 북한 선박들은 종종 중국 근해 등을 지날 때 이를 켜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도 같은 상황으로 추정됩니다.
최근 국제수역에서 포착된 대북제재 대상 선박은 더 있습니다.
북한 유조선 안산 1호는 지난 8월2일 저우산 인근에서 나타났고, 백마 2호도 7월22일께부터 일주일 넘게 중국 산둥성 지밍 섬 인근에 머물다 사라진 바 있습니다.
그 밖에 8월4일 동해상에 잠시 모습을 드러낸 삼마 2호와 타이완 북부 해상에서 포착된 릉라 2호, 후아푸, 판케 호 등 제재 선박들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들 선박들 중 대부분이 포착된 한반도 남부, 즉 동중국해는 북한 선박이 제 3국 선박과 접선해 ‘선박 간 환적’을 했던 장소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여전히 선박 간 환적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고 의심해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북한의 유류탱크가 자리한 남포 항에서 선박들이 간간이 포착된 점도 이런 의혹을 뒷받침합니다.
VOA가 일일 단위로 위성사진을 촬영하는 ‘플래닛 랩스(Planet Labs Inc.)’를 확인해 본 결과 지난 8일 유류탱크 인근 항구에는 여러 척의 선박이 있었지만 14일에는 이 중 네 척이 사라진 모습이 확인됐습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선박간 환적 문제를 지적하며 국제사회 동참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마이크 폼페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에 허용된 정제유 상한선 50만 배럴이 이미 초과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폼페오 장관] “The United States has assessed and we can say in no uncertain terms that the cap of 500,000 barrels has been breached this year. We continue to see illegal imports of additional refined petroleum using ship to ship transfers, which have clearly prohibited under the UN resolutions.
그러면서 안보리 결의가 명확하게 금지한 불법 정제유 수입도 선박 간 환적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사실을 계속 목격하고 있다며, 유엔 회원국들은 이들 선박의 선장과 소유주, 관계자들의 불법 행위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도 지난달 17일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불법적인 선박 간 환적을 통해) 북한이 올해 8개월 동안 80만 배럴의 정제유를 확보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헤일리 대사] “That’s 160 percent of the 2018 annual cap of 500,000. In reality, we think they have obtained four times the annual quota in the first 8 months of this year.”
헤일리 대사는 이런 규모가 2018년에 허용된 상한선 50만 배럴의 160%에 해당하지만, 실제로는 첫 8개월 동안 허용치의 4배를 확보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불법 환적 문제에 대한 단속과 근절 의지는 그 어느 때 보다 높은 상황입니다.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16일 북한 선박 금운산 3호와 파나마 선적 선박 2척을 전격 제재 명단에 추가했습니다.
대북제재위원회는 구체적인 날짜까지 제시하며 이들 선박들이 지난 5월과 6월 유류로 추정되는 물품의 선박간 환적에 관여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제재 선박들에 대한 등록 취소와 입항 금지, 자산 동결 등의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결의 2321호를 상기시켰습니다.
초계기와 군함 등을 배치해 북한의 불법 해상 활동에 대응하는 나라들도 있습니다.
최근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나라는 호주입니다.
호주는 대북 결의를 위반하는 불법 해상 활동 감시를 목적으로 4월 P-8A 포세이돈 해상 초계기를 일본에 배치한 데 이어 지난달 AP-3C 오리온 2대를 추가로 파견했습니다.
또 이달에는 승조원 230명이 탑승할 수 있는 호위함 ‘HMAS 멜버른 호’를 동중국해로 보내면서 선박들의 대북 제재 위반 여부를 감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 밖에 뉴질랜드도P-3K2 해상 초계기를 일본에 배치했으며, 일본 역시 자위함과 초계기를 이용해 관련 단속 활동에 나선 상태입니다.
또 캐나다 정부는 최근 VOA에 해상에서 자행되는 북한의 밀매, 특히 유엔안보리에 위배되는 선박간 불법 환적 차단을 위해 군 해상 순찰기를 배치하며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도 지난달 발표한 언론성명에서 “유엔 회원국들은 개인이나 기관이 선박간 환적을 통해 정제유를 주고 받는 행위에 가담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미국은 이런 활동들을 탐지하고 저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항공기와 수상함을 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