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가 북한으로 보석과 시계 등 사치품을 납품한 업자 등을 기소했습니다. 역사적인 미-북 정상회담의 개최 장소였던 싱가포르가 유엔 대북 제재 위반을 이유로 자국민을 처벌한 건 처음이 아닌데요, 이번에는 북한인 1명도 함께 기소됐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싱가포르가 대북 교역이 금지된 사치품을 북한에 공급한 혐의로 자국민 1명과 북한인 1명, 관련 업체 3곳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싱가포르 수사 당국은 18일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인 사치품을 북한에 공급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혐의로 자국민 총혹옌과 북한인 리현을 기소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싱가포르인 총 씨가 운영하는 SCN싱가포르, 로리치인터내셔널, 신덕무역 등 3곳도 같은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총 씨는 2010년 12월부터 2016년 11월 사이 이들 기업을 통해 모두 43차례에 걸쳐 북한에 사치품을 보낸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주로 향수와 화장품, 보석류, 시계 등으로 모두 미화로 50만 달러 상당을 거래했습니다.
총 씨는 이를 위해 '장생무역총회사' 등 북한 업체와 직접 거래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지 일간 스트레이츠타임스(ST)는 기소장에 적힌 주소로 총 씨가 운영하는 업체를 찾아가 본 결과, 모두 간판이 없는 가게에서 직원 한 명만 남아 영업을 하고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편 함께 기소된 북한인 리 씨는 2014년 9월부터 지난해 1월 사이 모두 14차례에 걸쳐 약 40만 달러 상당의 사치품을 북한으로 보내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 중 약 16만 달러 상당은 리 씨와 총 씨 모두 연루됐습니다.
싱가포르 경찰은 이날 성명을 내고 "싱가포르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할 의무가 있고, 이를 완전하고 충실하게 이행한다"며 "불법 행위를 처벌하는 데 있어서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싱가포르 당국이 대북 제재 위반, 특히 사치품 수출과 관련해 자국민을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앞서 지난 7월 싱가포르인 응켕와도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80여 차례 북한에 사치품을 납품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응 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무역업체 '티스페셜리스트인터내셔널(T Specialist International)'과 'OCN'을 통해 6백만 달러어치의 사치품을 북한으로 보낸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대북제재 결의를 통해 보석과 요트 등 북한으로의 사치품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도 이를 엄격히 시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북한과의 무역을 전면 중단한 바 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