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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한국 전문가들, 대북 안보 패러다임 전환 놓고 엇갈린 주장


지난 1일 한국 연평도에서 해병대원들이 훈련하고 있다.
지난 1일 한국 연평도에서 해병대원들이 훈련하고 있다.

한국에서 군사력 중심의 안보 패러다임 전환을 놓고 첨예하게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안보로 북한의 모든 것을 재단하는 `안보 절대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견해와, 북한의 선의만 믿고 안보 수위를 낮춰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서울의 김영권 특파원이 양측의 대표적인 전문가들 목소리를 들어 봤습니다.

한국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자문위원장인 최완규 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적극 지지하는 대표적인 인사입니다.

최 전 총장은 최근 여러 행사 연설에서 한국이 안보 절대주의에서 벗어나야 남북관계 개선이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녹취: 최완규 전 총장] “올해는 한반도가 남북으로 분단된 지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 긴 세월 동안 남과 북은 모두 상대방을 부정하고 악마화함으로써 자신의 국가 정체성과 주민들의 일체성을 강화시켜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남북한은 재앙 수준의 전쟁을 경험했고 국가가 주도하는 군사 중심의 안보 절대주의를 고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최 전 총장은 특히 남북한과 미국 모두 안보 프리즘으로 서로를 인식해 갈등만 부추겼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최완규 전 총장] “남과 북은 서로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 안보 비용을 경쟁적으로 올려나갔습니다. 그럴수록 긴장은 고조되었습니다. 안보 불안도 가중되어 갔습니다. 이른바 안보 딜레마에 빠져 버린 것입니다. 미국은 물론이고 남과 북 모두 안보 프리즘만을 통해서 상대방의 모든 면을 인식하고 평가해 왔습니다.”

최 전 총장은 ‘VOA’에 안보 절대주의가 한국의 안보를 더 어렵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완규 전 총장] “계속 적대 수준을 높이고 제재를 강화하고 봉쇄하고 이러면 이럴수록 북한이 더 완강하게 저항하고 긴장이 고조됐고 남한이 좀 양보하고 타협의 자세로 나오고 유화적인 정책을 했을 때 북한도 상응하는 대응을 했고 긴장도 낮아지고 오히려 관계가 좋아지는 것을 우리가 여러 차례 봐 왔는데 그게 결국 절대적인 안보 우선주의로 서로 겨눌 때 오히려 긴장과 갈등이 고조되고 전쟁 위협도 높아지는데 그게 무슨 안보를 튼튼히 하는 것이냐 저는 이렇게 질문하고 싶습니다.”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 내 한국군 감시초소(GP)에 남북한 군사합의에 따른 병력 및 장비 철수 대상 초소임을 표시하는 황색수기가 걸렸다.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 내 한국군 감시초소(GP)에 남북한 군사합의에 따른 병력 및 장비 철수 대상 초소임을 표시하는 황색수기가 걸렸다.

하지만 노태우·김영삼 정부에서 국방비서관, 노무현 정부에서는 국방보좌관을 지낸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은 `VOA'에, 그런 자세는 북한 정권의 근본을 잘못 인식하는 데서 비롯됐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김희상 이사장] “근본을 잘못 보고 있는 겁니다. (과거 황장엽 전 비서와 망명한) 김덕홍 씨가 그렇게 말했잖아요. 북한은 왕조적 군사독재체제라고 하면서 그 체제를 유지하는 게 북한의 유일한 목표라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적화통일을 하지 않으면 안돼요. 왜냐하면 한반도 남쪽에 자유롭고 풍요로운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존재한다는 그 자체가 북한체제에 결정적이고 근본적이고 가장 항구적인 위협입니다. 그것을 위해 핵을 개발한 겁니다.”

김 이사장은 김정은 위원장도 핵무기를 “만능의 보검”, “통일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며 핵을 기반으로 한 북한의 대남 적화통일 전략이 실질적으로 바뀐 게 없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안보를 느슨하게 하는 도박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김희상 이사장] “지금 한국이 계속 (안보가) 약화되고 있는데. 근본적으로 보는 목표와 꿈이 다른 겁니다. 햇볕정책만큼 적대하는 상대에게 그렇게 헌신적인 정책이 세계적으로 어디 있었어요? 그 속에서 핵이 개발됐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북한은 핵을 개발할 의도도, 능력도, 의지도 없다며 핵을 개발하면 내가 책임지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그것을 제재하는 수밖에 없다해서 세계가 경제 제재 무슨 제재 하려고 하면 군사 제재는 안 된다고 하고 PSI 같은 것도 전쟁 난다고 막고. 경제 제재도 위험하다고 돌아다니며 막고. 그 사이에 핵이 확 발전됐습니다. 그 이후에 우리가 막으려고 했지만, 못 막은 거죠. 그걸 못 막은 것은 바로 그런 세력이 방해하고 중국이 앞장서서 제재를 억제했기 때문에 못 막은 겁니다.”

게다가 정전협정을 위반하는 수 천 건의 도발을 모두 북한 정권이 했고 한국과 미국은 방어에 집중했는데 안보 절대주의가 평화를 훼손했다는 주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최완규 전 총장은 그러나 북한이 과거에 많은 도발을 했다고 해서 현재와 미래도 그럴 것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현실을 잘못 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완규 전 총장] “과거에 북한이 굉장히 도전적이고 속이고 여러 가지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들, 도발적 행위들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에 그랬다고 해서 계속해서 현재도 미래도 그럴 것이라고 추론하는 것은 너무 대외적 조건이나 현실을 잘못 보는 게 아니냐 저는 그런 생각을 합니다. 결국 최근 국제정치의 한 흐름은 용서나 화해 교류협력의 활성화를 통해 신뢰가 회복되면 관계가 오히려 좋아지고 서로 갈등도 줄고 평화스러워지는 뭐 이런 것들을 얼마든지 볼 수 있는데 굳이 안보 절대주의를, 군사력 위주의 안보 절대주의를 고집해야 될 명분이 있나. 그럼 대안이 뭔가?”

최 전 총장은 북한 정부가 이미 “경제발전을 통해서 체제의 정당성이나 안보를 더 굳건히 한다는 일종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최완규 전 총장] “북한은 일단 바꾸려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고 봅니다. 다만 대외적으로 어느 정도 환경이 조성되고 북한이 협조적이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단 우리가 호응하면 북한은 되돌릴 수 없는 수준에서 자기 안보의 패러다임의 전환을 했다고 봅니다. 그렇게 믿어야 되지 않겠는가 일단은.”

지난달 평양 정상회담 수행원으로 방북했을 때도 과학과 경제를 중시하는 구호 일색이었고 북측도 유독 경제계 인사들에게만 집중적인 관심을 보인 게 이를 반증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김희상 이사장은 핵을 갖고 경제 개혁을 한다는 게 가능하겠냐고 반문했습니다.

[녹취: 김희상 이사장] “핵을 갖고 경제 개혁한다는 게 무슨 소리냐 이겁니다. 그게 소위 내재적 접근법이죠. 북한 입장에서 생각하자는 것인데. 과거 북한의 이너 써클은 뭐라고 그러는지 아십니까? 우리가 핵이라도 있으니까 세계에서 쌀 줄까? 기름 줄까? 하고 말이라도 하지. 핵이 없어봐라. 북한이란 나라도 몰랐을 것이다.”

김 이사장은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압박으로 궁지에 몰려 한국을 통해 제재 해제를 꾀하는 것이라며, 비핵화와 정권에 부메랑이 될 수 있는 실질적인 경제 개혁 가능성은 모두 희박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남북관계 개선이 비핵화와 경제발전을 견인할 수 있다는 문재인 정부의 접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최대 압박을 통해 체제가 변화하고 사회를 개방해야 진정한 경제발전이 가능하다는 주장입니다.

김 이사장은 그러면서 안보 태세와 한-미 동맹 약화, 미군 철수 가능성 등 많은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희상 이사장] “그래도 노무현 대통령은 동맹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어요. 지금 (문재인 대통령도) 동맹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은 하는데 하는 것 보면 대북관계를 우선시합니다. 그러니까 차이가 있어 보여요. 얼핏 들으면 (전작권 전환 뒤) 미래사령부가 만들어지니까 한국인들 입장에서 다 좋은 것만 있는, 안보 주권 때문에 전작권이 전환해야 된다고. 그럼 미국의 국방 주권을 우리가 갖는 건가요? 아니죠.”

김 이사장은 특히 미 육군 4성 장군인 주한미군사령관이 연합사령관으로 있는 것과 부사령관으로 있는 것은 유사시 한국의 안전에 상당한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김희상 이사장] “한미연합사가 갖고 있는 전략적 억제력은 한-미 동맹이 튼튼하다는 것. 그 튼튼한 한-미 동맹이 세계 최강인 미군에 의해 뒷받침 받고 있다는 것은 미 4성 통합사령관이 갖는 상징성에서 나옵니다. 그 상징성이 지난 수 십 년 간 한반도의 안정을 지키고 한강의 기적을 뒷받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현재 우리 작계 5027을 보면 유사시에 수 백 척의 전함들이 오고 증원전력이 오고 수 천 대의 비행기, 60만의 대군이 오고 이렇게 돼 있는데 그런 작전계획이 되는 게 한국군이 사령관이었다면 불가능 했을거예요. 그러니까 미군 부사령관이 있으니까 도움은 되겠지만, 지금처럼 미 연합사령관이 앉아서 탁탁 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죠. 미 4성 전투통합사령관이기 때문에 미국 의회에 가서 증언도 하고 한국의 입장도 대변해 주고. 사실 전략적 7대 후방기지가 다 일본에 있잖아요. 그것은 유엔군 사령관의 이름으로 통제되는 겁니다.”

주한미군은 유사시 미 태평양사령부와 국방부의 통제를 받는 것이지 미래사령부의 한국 사령관 명령을 받는 게 아니기 때문에 미국의 안보공약을 확약할 수 없다는 겁니다.

최완규 전 총장은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안보의 중요성을 부정한다는 것은 억측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녹취: 최완규 전 총장] “말도 안 되죠. 안보의 중요성을 누가 부정하겠습니까? 다만 안보를 국가가 주도하는 군사력 위주의 안보만이 안보가 아니다 이런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북을 압도하는 사회라고 자신하면서 그 정도로 북에 대해 자신감이 없냐는 말입니다. 그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보다 열린 자세로. 그러니까 북한도 세계에 대해서 문을 열어야 하지만, 세계도 북한에 문을 열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김 이사장은 대화와 협력도 탄탄한 안보 위에서 가능하다며 거듭 북한의 선의만 기대하고 안보 수위를 낮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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